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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KBS 노조…'이병순 연임' 반대 한다? 안 한다?

26일 KBS 사장 요구 조건 발표 … 이병순 연임 반대 투쟁은 '미정'

한국방송(KBS) 노동조합이 26일 KBS 사장의 5대 조건과 5대 불가 후보를 밝혔다. 그러나 '사장 불가 후보'의 구체적인 이름은 거명하지 않았다.

KBS 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KBS 본관 1층 민주광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독립성, 공공성, 도덕성, 전문성, 통합성" 을 5대 조건으로 제시하고 "정치권 연루자, 반 공영론자, 각종 비리 연루자, 방송·경영 비전문가, 불통·갈등 조장자"를 '5대 불가 후보'로 발표했다.

강동구 위원장은 "사장의 5대 조건 외에도 구체적으로 KBS 사장 불가 후보 조건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이고 방송의 공공성, 공영성에 대한 이해가 된 후보 그리고 높은 도덕성과 방송 전문가를 뽑을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사내에서 오르내리는 차기 사장 후보들에 대해서는 "이들이 응할지도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다만 이들을 염두에 두고 내세운 것인 만큼 본인들이 스스로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병순 연임 반대 76.9% …사원들의 뜻 존중한다"

이미 KBS 안팎에서 차기 후보가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KBS 노조가 밝힌 '기준'은 상당히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지난 21일 KBS 노조가 공개한 사내 설문조사 결과에서 사원의 76.9%가 이병순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이다.

특히 이 설문조사에서 사원들은 이병순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이유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능력 부족'(35.3%), '공영방송 위상 혼란'(24.5%), '민주적 리더십 부족'(13.8%) 등을 주요하게 꼽았다. 이날 KBS 노조가 제시한 독립성, 공공성, 통합성 등의 5대 조건에 있어서도 이병순 사장은 이미 '낙제점'을 받은 셈.

KBS 노조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사원들의 뜻을 존중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또 KBS 노조는 최근 KBS 이사회에 사추위 구성을 촉구하면서 낸 결의문에서 "이병순 사장에게도 엄중 경고한다. 구성원들이 내린 연임 반대율 76.9%의 냉혹한 평가를 겸허히 받아 들여 결단하라. KBS 출신 첫 사장으로서 지속가능한 KBS의 미래를 후배들에게 열어주는 현명한 처신과 용단을 기대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아리송한 KBS 노조…"'연임 반대 투쟁'은 소수 의견"

그러나 문제는 KBS 노조가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연임 반대'를 공식 선언하는 등의 '행동'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 한 KBS 관계자는 "노조가 내건 5개의 요구 조건은 당연하고 추상적인 주장"이라며 "지금 중요한 문제는 사장 선임 국면에서 KBS 노동조합이 내부 역량을 모으고 지킬 수 있느냐인데 노조 집행부는 연임 반대 투쟁에 대한 입장이 명백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미 KBS 노조 집행부 내에서도 '연임 반대 투쟁' 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전식 사무처장은 "30일 비대위에서 일부 비대위원들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정하자는 의견을 제기했지만 소수 의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재훈 부위원장은 '연임 반대 투쟁을 벌일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병순 사장이 차기 사장 후보에 공모하는 것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공모 자체를 반대할 필요는 없다"면서 "사추위가 구성되면 내부 구성원의 반대 여론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여론조사 결과가 사추위 평가에 반영된다면 합리적인 결정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만약 사추위를 통해 이병순 사장이 다시 들어온다면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KBS 관계자는 "만약 지금 당면 과제를 가지고 싸우지 않는다면 만약 앞으로 사추위가 구성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면서 "정치권에서도 KBS 내부가 침묵하고 있다면 'KBS는 이병순으로 정리됐다'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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