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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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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한윤수의 '오랑캐꽃']<145>

저녁에 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요란히 울린다. 핸드폰을 드니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목사님, 00교회 아시죠?"
"예. 압니다."
"저 그 교회 집사인데요."
"아, 그럼. 박00 집사님이세요?"
나는 외국인을 잘 도와주는 집사님의 이름을 댔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그녀가 아니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아뇨. 목사님이 저 모르실 거예요. 뵌 적이 없으니까."
"아, 예."
"그런데 목사님, 이럴 수가 있나요?"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방글라데시 노동자가 지금 구직중인데요. 잘 데가 없어서 전에 있던 공장에 가서 재워달라고 했대요. 그런데 회사에서 안 재워준다네요."
"그거야 안 재워주죠. 이미 퇴직한 사람인데."
"퇴직했어도 돈 받을 게 남아 있거든요. 월급 20일 치."
"돈 받는 것하고 자는 것은 별개입니다. 돈은 돈이고, 잘 데는 따로 알아봐야죠. 두 개를 짬뽕하면 안 되죠."
집사님은 좀처럼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이상하네. 돈 받을 게 있는데 안 재워주다니!"
그럼 재워주면 돈 안 받을 건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을 꾹 참았다. 나는 그저
"문제 해결해 줄 테니 내일 노동자 보내세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방글라데시 노동자가 왔는데 비슷한 소리를 했다.
"이상해요. 돈 안 주었는데 재워주지도 않고."
순간 깨달았다. 어제 집사님이 한 말은 이 방글라데시인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방글라데시인 중 일부는 만사를 자신한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사람도 그렇다는 것을!

나는 그를 위해 두 가지 조치를 취해주었다.
첫째, 돈을 받아주려고 노동부에 진정서를 썼고
둘째, 먹고 잘 쉼터를 알선해 주었다.

나는 그를 쉼터로 보내며,
더 이상 웃기는 짬뽕은 안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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