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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평양 초청 사실이면 앞으론 북한을 무시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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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평양 초청 사실이면 앞으론 북한을 무시해도 좋다"

[창간 8주년 지방 순회 강연회 : <3> 전주] 통일 문제는 '노인 문제'?

"북한 조문단이 내려와 청와대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게 사실이라면 앞으로 북한을 무시해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그건 북한이 남쪽에 정상회담을 구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는 말인데, 북한은 결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21일 <프레시안> 창간 8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지방 순회강연회 3번째 강연이 열린 전북대 자동차산학협력관 대강당.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그 우선순위와 경중'을 주제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연사로 나선 이날 강연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남북 정상회담 문제가 역시 관심의 초점이 됐다.

그러나 정세현 전 장관은 지난 8월 서울에 온 북한의 특사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평양 방문을 초청하고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얘기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 '그럴 리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는 조문단이 청와대에 오는 걸 두고 '우리가 1년 반 동안 북쪽을 밀어 붙이니까 반(半)무릎을 꿇었다. 앞으로 6개월만 더 하면 두 무릎을 꿇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 마당에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것은 정부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맞다는 걸 인정하는 꼴인데, 아무리 북한이 대남 유화국면을 조성하더라도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이날 강연회에는 전주 외에도 군산, 익산 등 주변 지역에서 온 청중 약 70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프레시안

지난 10일 베이징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희망을 전달했다는 말도 미국 쪽에서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정 전 장관은 "보도를 뜯어보면, 김정일 위원장이 먼저 말한 게 아니라 원자바오가 김 위원장한테 '미국과 접촉하려면 한국·일본과도 접촉을 빨리 하라'고 권하니까 김 위원장이 수긍했다고 나와 있다"며 "미국이 그걸 정상회담 제안이라고 보는 건 해석의 과잉"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과 북한의 대남 총책인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베이징에서 접촉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그는 "이상득 의원이 김양건 부장을 불러내니까 김 부장이 베이징으로 갔다는 건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처럼 최근 쏟아지는 정상회담 보도들에 대해서는 진위를 의심한 그였지만,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힘주어 말했다.

"정상회담이 북쪽의 제의해 의해서라기보다 우리의 자의에 의해 빨리 이뤄질 필요는 있다. 북핵 문제가 시급하면 시급할수록, 이 대통령은 그랜드 바겐에 대해 북한을 설득하겠다고 했는데 정말로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야 한다.

그렇게 해서 좌우간 남북관계를 빨리 회복시키면 6자회담에서 한국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다. 중국은 언제나 '중국이 북한과 얘기하는 것보다 남북간에 얘기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는 입장이고, 미국도 과거에 보면 남북관계를 이용해 북한을 설득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그렇게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미북관계의 중간자·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 정부는 왜 그걸 모르는지 모르겠다."


▲ 토론자로 나온 전북대 철학과 김의수 교수 ⓒ프레시안
강연에 이어진 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남북관계에 적극 나서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비현실적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그런 정책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토론자로 나선 전북대 철학과 김의수 교수는 "북핵과 남북관계를 병행해야 북핵 문제를 푸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상식적인데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상식이 없는 것인가?"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부의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인데, 대통령의 머리가 나쁜 것인가? 고집이 센가? 참모진의 고집이 센가?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부는 잘못된 길을 가면서 자기들은 옳다고 고집하고 있는데, 그래서 이 정부에 대해 '무식하다'는 표현까지 쓰는 건 불행한 일이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그런 이치를 모르기 때문에 자신들이 옳다고 확신을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만나 봤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북한을 압박하면 붕괴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 있고, 대통령 자신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북한을 계속 몰아붙이면 '형님 나 좀 살려 주세요'하고 나올 거라는 확신이 서면 그렇게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오죽하면 내가 '공사 안 주면서 명절 때 선물 사들고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하게 하는 식으로, 북한을 하청업자 다루듯 보지 말라'고 했겠나.

그런데 지금 미북 사이에는 대화 일정이 잡혀 있다. 그렇게 일이 진행이 됐을 때에 가서야 미국한테 같이 가자고 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혼자 갈 것이다."


▲ ⓒ프레시안

젊은이들의 무관심, 당위론으론 설득 안 돼

이날 토론에서는 또한 통일 문제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무관심도 비중 있는 얘깃거리였다. "통일 문제는 노인들만 생각하는 '노인 문제'"라고 말하는 청중도 있었다.

"반공 이념에 철저히 세뇌되어 살아온 노년들은 북한과 친하게 지내고, 북이 핵무기를 개발해도 여유를 가지고 계속 교류하자고 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그래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북한이 쳐들어올 가능성이 가장 적었다는 걸 얘기하면 수긍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젊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통일하면 뭐가 좋죠?' '내 일자리는 어떻게 되죠?'라고 하면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왜 이 문제가 중요한지 설명하는 게 고민이다."


김의수 교수는 일반적인 대학생들이 통일 문제에 관심이 없고, 전북대 학생회의 주류를 이루는 분파는 북한 정권 타도를 외치고 북한의 인권 문제만 항상 제기하는 반북주의자들이라고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젊은이들의 무관심에 대해 "통일에 대한 원심력을 키우는 심각한 현상"이라고 수긍하면서도 "그동안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추상적으로 되어 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 ⓒ프레시안

"젊은이들이 '왜 통일을 해야 하나?'라고 하면 '글쎄 분단이 비정상이니까…'라는 식으로 설명했는데, 일자리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을 설득시킬 수 없다. 통일을 하면 '너'한테 이익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해야하지 않나 싶다(…)

통일이 되면 군인들이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는데 통일이 된다고 해서 당장 군비가 줄어들지도 않을 것이고 오히려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90년대 중반 일본 장기신용은행에서 통일비용이 엄청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투자비용만 계산하고 분단비용을 빼지 않았고, 통일 뒤에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이 간과됐다."

<프레시안> 창간 8주년을 기념해 진행되는 이번 순회강연회는 '김대중·노무현 이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큰 주제 아래 각 지역에서 다양한 주제로 개최되고 있다. 4회 강연은 29일(수) 부산에서 김영호 유한대 총장이 '세계 경제위기의 현주소와 한국 경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11월 4일(목)에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새로운 사회를 상상한다'를 주제로 강연할 계획이다. 광주, 대구, 전주 강연은 종료됐다. 자세한 일정은 <프레시안>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문의전화는 02-722-8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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