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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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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한윤수의 '오랑캐꽃']<142>

우리 센터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97년식 산타모가 하필이면 휘발유 차다. 산타모는 다양해서 경유차도 많고 가스차도 많은데 왜 무슨 억하심정으로 휘발유 차일까? 휘발유 차는 참으로 무모한 선택으로 나는 기름값이 아까워 미친다.
하지만 이 차를 선택한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무상으로 기증하고 외국으로 떠난 처제 잘못이지.

농장에서 일한 태국인 부부가 두 달치 월급을 못 받았단다.
성남 노동부에 출석하는 날. 아침 일찍 두 사람을 산타모에 태웠다.
달리는 도중 남편이 말했다.
"목사님, 차 좀 세워줘요."
"왜?"
"바람 좀 쐬고 가게요. 제 처가 멀미를 하거든요."
"안돼. 그냥 창문만 열어줄 게요. 시간이 없거든."
나는 그냥 창문만 열어주고 달렸다. 그녀는 괜찮은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노동부에서의 조사는 원만히 끝났다.
차에 탔다.
남편이 말했다.
"목사님, 빨리 가요."
"그래요."
하지만 그의 특별 주문이 떨어졌다..
"목사님, 수원에서 내 친구 만나고 가요."
내가 태국인을 좋아하지만 이건 너무 제 멋대로다.
"이 차 수원 안 가요. 발안 가지."
"그럼 광주도 안 가요?"
"광주는 왜?"
"나 지금 광주 오포에서 일하거든요."
광주 오포라면 발안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그래? 그럼 여기서 내려야겠는데."
하지만 그들은 절대로 내리지 않으려는 듯 뻑세게 앉아 있다. 까딱 잘못하면 잡히지 싶어 살살 달랬다.
"거기까진 못 가요. 여기까지 온 것도 많이 온 거잖아?"
그들이 비로소 웃었다.
내가 다시 말했다.
"기름값도 많이 나오고 바빠서 못 가요. 알았죠?"
그들은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럼 우린 어떡해요?"
"터미날까지 택시 타고 거기서 버스 타고 가."
택시를 잡아주고 겨우 돌아섰다.
기름값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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