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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정지민의 '결정적 오역'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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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논란은 정지민의 '결정적 오역'에서 시작됐다"

[분석] 'a variant of CJD' 영상의 의미는?

검찰, 조·중·동·문, 정지민 씨 등이 문화방송(MBC) <PD수첩> '광우병' 편의 "의도적인 왜곡"을 주장하며 내세운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당시 미국 언론이 인간광우병(vCJD)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던 "고 아레스 빈슨의 어머니와의 인터뷰를 왜곡 번역했다"는 것이다.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MRI 결과에 의하면 우리 딸이 CJD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어요"라고 말한 것을 <PD수첩> 제작진은 "MRI 검사 결과 아레사가 vCJD(인간광우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라고 번역했고, 정지민 씨는 이것이 "의도적인 왜곡 번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PD수첩>은 "빈슨의 어머니는 인터뷰 동안 CJD와 vCJD를 혼용해 사용했으나 그가 의미한 것은 'vCJD'였고 그 진의를 살려 번역한 것"이라고 맞섰다. 빈슨의 어머니가 '실제로 CJD를 말했는지, vCJD를 말했는지'가 논란의 중심이 된 것.

"MRI 상 '쿱스펠트-야커병'" 누락?

지난해 7월 29일 검찰은 MBC <PD수첩> 제작진에 '공개 자료 제출 요구'라는 이례적인 형식의 발표를 하면서 "<PD수첩> 제작진은 'MRI 상 CJD'라고 말하는 빈슨 어머니의 인터뷰를 누락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당시 140쪽에 달하는 방대한 질의서를 낸 검찰은 그중 "아레사 빈슨 모친의 인터뷰 중 확인된 부분"이라는 단락에서 "번역가로부터 입수한 자료 ('광미 2')"를 제시했다.

"(07:03) (여) 아레사는 MRI를 통해 CJD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쿱스펠트-야커병(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이라고 한다. 정말 잘 모르지만, 그에 대해 알아보려고 노력했다. 그 병이 내 딸을 내게서 뺏아간 것이라면 이것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알려지길 바랄 뿐이다. 상실감을 정말 크게 느낀다."

이는 한 "번역가"가 가지고 있던 빈슨 어머니와의 인터뷰 번역본으로 이 내용은 <PD수첩> 방송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검찰은 "MRI 결과를 vCJD로 왜곡하기 위하여 위 부분을 방송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에게 이 자료를 제공한 "번역가"란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이 "의도적 오역을 했다"고 주장해온 정지민 씨다. 그가 그간 "빈슨 어머니가 'MRI 상 CJD 진단'을 말한 것이 있는데도 'vCJD'로 왜곡하기 위해 일부로 누락했다"고 주장해온 근거가 바로 이 '번역본'이었다.

▲ <PD수첩> '광우병' 편의 고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로빈 빈슨의 인터뷰 장면. ⓒ프레시안

'MRI상 CJD'…정지민의 결정적 자료?

정지민 씨가 내놓은 이 인터뷰는 <PD수첩> 제작진이 아레사 빈슨의 장례식 풍경을 취재하기 위해 미국 현지 VJ를 섭외해 별도로 촬영한 2권의 테이프에 있다. 정 씨는 이것 외에 <PD수첩> 제작진과 로빈빈슨의 인터뷰 테이프 4권 중 1권을 번역했지만 이 1권에는 CJD 든 vCJD든 MRI 상 진단을 말하는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

미국 현지 VJ가 촬영한 각각 56분과 10분 분량의 이 테이프는 목사의 추도사 등 아레사 빈슨의 장례식 장면 촬영이 대부분이고 그외에 각각 4분 씩 로빈 빈슨과 아레사 빈슨의 친구와의 인터뷰가 담겨져 있다. 이 4분의 인터뷰 안에 정지민 씨가 내세워온 'MRI 상 CJD 진단'을 말하는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 인터뷰가 들어있다. 정 씨는 이 내용을 원문이나 동영상이 아닌 자신이 번역한 '문서 파일' 형태로 가지고 있다가 검찰에 제출했다.

정 씨는 조·중·동 등 보수 신문과 자신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이 번역본을 <PD수첩>의 왜곡을 증명할 주요한 근거로 사용해왔다. 이는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정 씨는 자신의 책 <주>에서도 "내게는 방영되지 않은, 그러니까 빈슨 모친이 딸의 장례식 직후, PD수첩과의 인터뷰가 아닌 현지 코디와의 인터뷰에서 MRI 결과를 CJD로 통보받았다고 말하는 내용의 번역 파일이 있다"(202쪽)고 밝혔다.

또 그는 이 자료를 <PD수첩>의 의도적 왜곡을 증명할 "결정적인 자료"로 여겼음을 설명하기도 했다. "나는 여기에, 내가 갖고 있던 일부 번역 자료 중 빈슨 모친이 딸의 장례식 날 현지 코디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MRI로 CJD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도 첨부했다. 기자는 왜 내가 이런 결정적인 자료를 진작 주지 않았는지 궁금해했는데, 내가 '사실관계를 너무 일찍 밝혔을 경우에 대한 우려'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이 해명 방송 당일만을 목 놓아 기다렸음을 설명하기 위해서 그냥 '일단 검찰 조사에만 냈고…'어쩌고 하면서 얼버무렸다. 그리고 문자 메시지로 덧붙였다. '결정적인 자료일 수도 있죠.'" (210쪽)

알고보니 "a variant of CJD"라고 말하는 로빈 빈슨

그런데 지난 7일 공판에서는 정 씨와 검찰이 '결정적 증거'로 여겼던 이 인터뷰의 원문이 공개됐다. <PD수첩> 제작진은 이날 정 씨가 "아레사는 MRI를 통해 CJD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쿱스펠트-야커병(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라고 한다"고 번역한 부분의 원래 촬영본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로빈 빈슨은 "Well… Aretha had been diagnosed possibly through her MRI as having a variant of CJD, which is Creutzfeldt Jacob disease."라고 말한다. 로빈 빈슨은 'a variant of CJD'라고 말했지만 정 씨는 'a variant of'를 누락한 채 단순히 'CJD'로 번역했고, 검찰과 정 씨는 그 번역 문서를 '<PD수첩> 왜곡'의 주요 근거로 삼아왔던 것.

<PD수첩> 측은 "정 씨가 중요한 근거라며 검찰에 제출하고, 검찰이 역시 <PD수첩>이 왜곡한 중요한 증거라고 제시했던 대목이 결국 정 씨가 오역한 문서 번역본에 근거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 씨는 "'a variant of CJD'는 '변종 CJD'가 아니라 'CJD의 한 종류'라고 번역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PD수첩> 제작진은 미국 농무부가 "a variant of CJD(vCJD)"라고 표현한 자료와 "a variant of CJD"를 설명하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자료를 들어 "'a variant of CJD'는 'vCJD'가 맞다"고 반박했다. (☞관련 기사 : 정지민 또 틀렸다…"美 정부 'a variant of CJD'='인간광우병'")

로빈 빈슨이 말하는 ''a variant of CJD'가 'vCJD'라면 정 씨는 그간 내세워왔던 주장, "로빈 빈슨은 'MRI 상 CJD' 진단을 말하고 있다"는 주장의 강력한 근거를 잃는 셈이 된다. 그러나 정 씨는 14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a variant of CJD자체가 고유명사가 아니다"라며 "미국의 NIH에서는 CJD 유형들을 variants라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바로 보기)

빈슨 어머니 "'MRI'상 아레사 빈슨의 진단은 'vCJD'"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PD수첩> 방영 이후 한국에서 "MRI상 vCJD 진단" 여부를 두고 1년 가까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달리 빈슨 어머니는 이미 "내가 말한 것은 vCJD"라고 재차 확인한 바 있다는 사실이다.

빈슨의 어머니는 지난 7월 <PD수첩> 제작진과 다시 만나 "당신이 인터뷰 때 종종 variant를 빼놓고 말했는데 그게 문제가 됐다"라는 질문에 "내가 CJD라고 말했건 vCJD라고 말했건 내가 지칭하는 건 vCJD였다. 의사도 주 보건당국 의사도 내 딸이 인간광우병이 의심된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다. 빈슨 어머니가 더이상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PD수첩> 제작진은 그의 의사를 존중에 방송에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빈슨 어머니는 카메라 촬영도 원하지 않아서 <PD수첩>은 그가 허락한 녹취만을 할 수 있었다. <PD수첩> 제작진은 이 녹취록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또 빈슨의 가족은 아레사 빈슨의 위절제 수술에 참가한 메리뷰 병원 의료진과 주치의 바롯 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의료소송 소장에서도 "아레사 빈슨은 피고인(바롯)의 무성의한 치료로 '인간광우병'으로 알려진 vCJD라는 진단을 받고 사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관련기사 : "검찰이 거짓말하고 <중앙일보>가 받아 썼다")

이러한 증거들이 아니더라도 <PD수첩> 제작진의 인터뷰 4권을 보면 빈슨 어머니가 말하는 것은 'CJD'가 아닌 'vCJD'임을 알 수 있다는 증언도 있다. 지난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번역가 최모 씨는 "인터뷰 전체를 보면 로빈 빈슨은 인간광우병을 의심하고 있었고 엄마가 말한 CJD는 vCJD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빈슨 어머니와 <PD수첩> 제작진의 인터뷰 테이프 4권을 모두 번역한 이로 변호인 측이 아닌 검찰 측 증인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그는 빈슨 어머니와의 인터뷰 4권 중 1권을 번역한 정지민 씨가 "빈슨 어머니는 'MRI 상 CJD' 증상을 말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달리 "로빈 빈슨은 'vCJD'를 말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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