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언론 황제' 머독과 조·중·동이 손 잡는다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언론 황제' 머독과 조·중·동이 손 잡는다면?

[최진봉의 뷰파인더] 루퍼트 머독의 방한, 무엇을 노리나

최근 글로벌 미디어 그룹인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삼성과 LG 관계자들을 만나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독 회장의 방한은 1998년 이후 11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뉴스코퍼레이션은 세계 최대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를 비롯해 <뉴욕포스트>, <워싱턴타임스> 등 신문, 폭스TV 스타TV 등 방송, 20세기폭스와 같은 영화사 등을 거느린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미디어 재벌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머독 회장은 삼성과 LG 관계자들을 만나 뉴스코퍼레이션이 생산하는 콘텐츠를 삼성전자, LG전자의 인터넷 접속 가능 TV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머독 회장의 이번 방한을 두고 단순히 뉴스코퍼레이션의 콘텐츠 판매 비즈니스만은 위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머독 회장을 만난 삼성과 LG 관계자들이 구체적인 논의 사항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이러한 관측의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한국 방송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방문이라는 오해를 사기에는 충분하다. 정부와 여당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미디어 관련 법을 헌법재판소가 '합헌'으로 판결할 경우 종합편성채널의 외국인 소유 지분은 20%까지 대폭 확대되기 때문이다.

시청자만 4억 명…아시아 시장 잠식해가는 머독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퍼레이션은 영화, 텔레비전,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잡지, 신문, 출판, 인터넷, 스포츠 등 각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현재 6만40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세계적인 거대 미디어 그룹이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스코퍼레이션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러시아, 그리고 호주, 홍콩,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 1991년 스타TV(Star TV)를 앞세워 아시아 방송 시장에 진출한 뉴스코퍼레이션은 진출 당시 5개 채널을 가지고 있었으나 18년이 지난 현재는 무려 12배가 많은 60개의 채널을 소유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53개의 나라에 13개 언어로 각기 다르게 제작된 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고, 뉴스코퍼레이션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청자만 4억 명에 달한다.

그 중에서도 인도의 방송 시장은 뉴스코퍼레이션이 진출한 아시아 시장 중에서 가장 성공한 지역으로 꼽힌다. 뉴스코퍼레이션은 인도에서 19개의 텔레비전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고, 이들 방송국은 8개의 언어로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미디어정상화의(WMS) 개막식에 참석한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신화=뉴시스

'호시탐탐' 한국 진출 노려온 머독, 이번엔?

이처럼 인도, 홍콩,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방송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뉴스코퍼레이션은 아직까지 미개척 지역이면서 시장 규모가 큰 한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방송사업 진출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뉴스코퍼레이션은 과거에 몇 차례 한국 방송 시장의 진출을 시도한 바 있다. 지난 2000년 아시아 지역의 대표 방송 채널 스타TV가 참여한 한국위성방송을 통해 위성방송 사업권을 획득하려다 실패했고, 2003년에는 '스카이라이프' 지분 참여를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이번 머독 회장의 방한 역시 미디어법 개정이 확정될 경우 외국인 지분 소유가 20%까지 허용되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 우리나라의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친정부적인 보수 언론으로 통하는 조·중·동에 버금가는 아니 조·중·동보다 더 노골적으로 정부를 편드는 방송을 만들게 될 것이다. 루퍼트 머독의 방송 사업 성공의 배후에는 철저히 상업적이고 기업적인 마인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머독은 언론을 공익적인 도구로 여기기보다는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머독은 자신이 운영하는 모든 언론사에 회사의 이윤 추구를 위해 철저히 봉사할 것을 원칙으로 내세운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머독은 기자들의 취재를 지시하는 일명 '보도 지침'을 내려 보내고, 보수 집단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며, 방송 사업을 하는 외국 정부의 지침이 언론 자유를 어느 정도 침해하더라도 그 지침을 충실히 따른다.

결국, 뉴스코퍼레이션에서는 이윤 추구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언론 자유와 언론의 공익성과 공공성은 철저히 무시당한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언론을 공공적 측면에서 보지 않고 산업적 측면에서 보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조·중·동과 머독, 이명박 정부가 결합한다면?

특히 우려되는 것은 루퍼트 머독의 이러한 언론관이 이명박 정부의 언론관과 상당히 닮았다는 점이다. 언론을 산업적 측면에서 활성화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현 정부의 미디어법 개정 추진은 언론의 공영성보다 언론 산업을 통한 이윤 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는 것으로 머독의 언론관과 매우 닮은꼴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지분 참여 한도가 20%로 제한되어 있어서 뉴스코퍼레이션이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해도 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종합편성채널 진출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조·중·동과 뉴스코퍼레이션이 손을 잡을 경우, 한국과 미국의 가장 보수적인 언론사 연합체가 운영하게 돼 종합편성채널은 친 권력적이고 가장 보수 편향적인 채널이 될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과 신문사의 방송사 소유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정부 여당이 날치기로 처리한 미디어법은 개정 또는 폐기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심의를 철저하고 공정하게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