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이 맺은 경협 약속과 대북 원조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저촉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던 정부가 이틀 만에 슬며시 발을 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 "1874호를 낼 때 중국이 안보리에 참여도 했고 결의안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또 이를 잘 지켜왔다"며 "중국은 결의안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다고 우리에게 설명했고, 우리는 그런 중국의 입장을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1874호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다만 1874호는 인도적인 지원과 개발 협력은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 문제를 이렇게 정리한 것은 10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안보리 결의 1874호가 무기 거래만 철저히 제한할 뿐 일반 교역과 인도적 지원, 개발 협력은 허용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문제 제기는 무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군다나 양국간 경협의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공개된 상태가 아니다. 이번에 약속한 대북 원조 규모가 2000만 달러 정도이고 다양한 경협 약속을 했다는 것 외에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귀국하는 당일 한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을 상대로 제재 위반 여부를 거론했던 것은 중국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중국 외교부는 원 총리가 귀환한 6일 저녁 신정승 주중 대사를 불러 방북 결과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신 대사는 한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고 외교통상부 관계자가 7일 전했다.
앞서 유명환 장관은 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관 '제66회 편협대화'에서 '북중 경제협력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점에 대해 중국 측에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며 "구체적인 경제협력 약속의 내용이나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중국의 설명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었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어느 국가든 북한 핵문제에 영향을 주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안보리 결의 1874호에 저촉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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