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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이 '제2의 <동아일보>'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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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이 '제2의 <동아일보>'가 되지 않으려면…

[기자의 눈] 역사의 시험대에 오른 사법부

"이번 사안이 노사가 다투는 문제이긴 하지만 빠른 판결이 내려진다면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노종면 YTN 노조위원장)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YTN 노사간 징계 무효를 다투는 공판이 열렸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노종면, 권석재, 현덕수, 우장균, 조승호, 정유신 등 6명의 YTN 기자가 해고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공판에는 당시 해고·정직·감봉 등 중징계를 받은 조합원 20명이 전원 참석했고 이흥렬 당시 보도국장 대행, 김흥규 당시 인사팀장, 정병화 당시 <돌발영상> PD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1년 전 상황을 복기하며 논쟁을 벌였다.

"우리가 순진했다"

기자는 이날 공판을 지켜보다 동아투위 사태 당시의 해고무효 소송을 떠올렸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그래도 생각해볼 법하지 않은가. 만약 1979년 1월 30일 해직 언론인들이 동아일보를 상대로 낸 해고처분 무효 확인 소송이 대법원에서 해고 무효 판결로 나왔더라면.

"우리가 재판을 받을 때는 지금 생각하면 상고를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정도로 유신 독재 정권이 기승을 부릴 때다. 재판부도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순진하게 재판을 해서, 아예 우리가 져버리는 상황이 됐다.

그때 사법부가 본령대로 살아서 정당하게 판단을 했더라면, 그래서 우리가 동아일보에 복귀했다면 지금처럼 지탄받는 신문이 아니라 일류 신문으로 명성을 살렸을텐데 아쉬움이 많다.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사법부만은 자기 위치를 지켜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정동익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의 회고다. 당시 동아일보에서 해임되거나 무기정직된 사원 69명은 동아일보사를 상대로 3년 7개월 간의 소송을 벌였으나 1979년 1월 상소심 판결에서 전원 패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상고를 기각한 대법원 민사부(재판장 임항준, 판사 주재황 · 양병호 · 나길조)의 판사들 이름도 그대로 기록에 남았다.

"법원의 판결은 노동법 이론이나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볼 때 터무니 없는 것"(안경환 서울대 법대 교수, <조영래 평전> 중)이라는 평가처럼 시대의 오점으로 남는 판결이었지만 그 영향력은 오래갔다. 동아일보사는 아직도 이 판결을 근거로 해직 언론인들에 대한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MBC, KBS, YTN…법정으로 옮아간 '언론 자유' 논란

물론 그때와 지금은 많은 것이 다르다. 오늘의 YTN 투쟁으로 이어지는 민주화 투쟁의 결과로 사법부도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을 상당히 확보했고 애초에 '기대' 자체가 어려웠던 동아투위와 달리 YTN 노조는 어느정도 긍정적인 판결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오늘의 사법부가 당시 사법부에 비견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16년 만의 언론인 대량 해고 사태'라고 불리는 YTN 사태를 비롯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언론 탄압' 논란을 일으켰던 대부분의 사건이 사법부에서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방송(MBC) <PD수첩> '광우병'편 제작진도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훼손 혐의 등을 두고 재판을 치르고 있고 얼마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정연주 전 KBS 사장도 해임 처분 무효 확인 소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과 야당˙시민사회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미디어법 논란도 헌법재판소에서 다투고 있다.

물론 각 재판마다 주로 다투는 것은 MBC, YTN, KBS 각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사실들이지만 이러한 공방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언론의 정부 정책 비판을 정책 책임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인가,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사의 사장을 합당한 사유 없이 정권의 입맛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인가, 대통령의 대선 특보 출신 '낙하산 사장'에 반대했다는 것이 해고·정직 등의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사안이라고 인정할 것인가.

사법부가 이미 답을 내놓은 사례도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배임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 대표적이다. 당시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사법부가 일반인의 법상식에 맞고 '정의'라 부를 수 있는 판결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는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이렇게 사법부도 역사의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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