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일본 총리에게도 부인이 있었구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일본 총리에게도 부인이 있었구나!

[김성민의 'J미디어'] '외계인' 하토야마 미유키의 부상, 脫자민당의 상징

'여자는 남자의 세 발짝 뒤에서…'

아내는 항상 뒤에서 남편을 따르고 공경하고 높여줘야 한다는 뜻이란다.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하나의 미덕으로 여겨 온 말이다. 그 말 자체는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렸지만, 지금도 중장년층 세대에서 아내가 남편의 뒤에서 걷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일본의 역대 퍼스트레이디들이 쉽게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 역시 그러한 문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세 발짝 뒤에서 걷는 부인들의 모습은 눈에 띄는 일이 거의 없었고 미디어 역시 그런 그녀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 일본에서 '우주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 부부의 일거수일투족은 민주당이 승리한 직후부터 관심의 초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손을 잡고 나란히 걸으며 쇼핑을 하고, 부인과 함께 뮤지컬 무대에 올라 애정을 표현하고, 부인이 건네는 튀는 복장(예를 들면 빨간 하트가 수십 개씩 그려진 셔츠)도 마다 않고 받아 입던 거물 정치인이 이번에는 거물도 그냥 거물이 아닌 총리의 자리까지 올랐으니 말이다.

▲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부부가 지난 24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부부의 환영을 받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실제로 8월 30일 중의원 선거의 승리와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에도 하토야마 부부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금슬을 뽐냈다. 그리고 그런 부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비교적 호의적이다. 특히 하토야마 총리의 외교 데뷔무대였던 G20 정상회의에서 미유키 여사가 보여준 당당하고 세련된 매너는 일본 퍼스트레이디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요코즈나(스모 선수의 최고위치) 아사쇼류(朝靑龍)가 우승 결정전에서 승리하고 난 후 취한 기쁨의 제스처가 요코즈나의 '품격'을 손상시켰다면서 연일 이슈화되는 일본사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관례와 규범이 존재하는 이곳에서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총리 부부의 모습은 그 '품격'의 테두리 안에 들어있지 않았을 터였다.

때문에 하토야마 총리 부부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비춰지는 것은 결코 사소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지금 일본의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변화'가 일본 사회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그 '변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새로운 정권은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일까. 실제로 앞으로 일본 사회는 얼마만큼 변하게 될까.

물론 성공할 경우의 이야기겠지만, 9월 16일 하토야마 신정권이 탄생하자 일본의 많은 전문가들은 그 의미를 일본 사회의 근원적 변화에 두었다. <아사히신문>의 사설은 이번 정권교체를 두고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가 영국에서 배워 온 양당제의 꿈이 130년 만에 실현되기 시작하고 있다고까지 표현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이미 메이지 시대에 확립된 '관료제도'와 패전 후 보수혁명을 통해 탄생한 '자민당 중심정치'가 있다. 일본 사회구조를 지탱해 온 두 축을 개혁하지 않는 한 일본 사회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통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각각의 각료들은 취임 직후부터 사회구조 곳곳에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국민투표에 의해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최초의 정권이라는 자신감이 정권 초기 곳곳에서 묻어난다.

미·일 핵밀약 진상조사, 미군재편 문제 등 미국과의 관계 재구축, 우정개혁으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전면 재고, 관료중심의 정부구조 개편, 댐 건설이나 국립미디어예술센터 설립과 같은 구시대적 대형국책사업의 중단, 공립고등학교 무상교육, 육아수당 지급 등 분배정책의 실시 등 대부분 선거전 마니페스토(정권공약)로 발표한 내용들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굵직한 과제가 일본 사회 앞에 놓여있다. 납치/핵 문제로 단절된 북한과의 유연한 외교관계 구축, 역사에 대한 인식과 태도 변화를 통한 동아시아 관계의 획기적 개선, 이산화탄소 25% 감소로 대변되는 산업구조의 대대적 개혁, 자이니치(在日)·부락민(일본의 최하위계층을 가리키는 차별어) 문제와 같이 뿌리 깊게 이어져 온 차별과 배제의 정치의 단절 등 하나같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아무도 이 모든 것이 단시간 내에 실현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기대하는 것 자체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던질지 모른다. 그러나 일본 사회가 진정으로 '자민당 시대'의 낡은 옷을 벗고 새로운 시대로 돌입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크고 작은 '결'의 변화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3불(不), 즉 불편, 불만, 불안을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미 '야당' 자민당과 일부 보수언론 들은 이 3불(不)을 전면에 내세우고 반격에 나설 채비다.

두 손을 꼭 잡은 하토야마 총리 부부의 모습에 모든 사람들이 긍정적일 수는 없다. 가볍고 품격 없는 말과 행동을 공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고, 혹자는 나라의 위신을 떨어뜨린다며 불쾌해하기도 한다. 앞으로의 일본이 흥미롭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