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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PD수첩> 등 MBC 시사프로 통·폐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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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PD수첩> 등 MBC 시사프로 통·폐합하라"

기세등등 방문진, 눈치만 보는 엄기영?…노조는 반발

엄기영 문화방송(MBC) 사장이 지나친 '방문진 눈치보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의 해임 압박에 '뉴 MBC 플랜'을 내세워 방어전에 나서는 듯했으나 이후 방문진의 요구에 휘둘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한 '단체협약 개정'에서도 일방적으로 시한과 의제를 공표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러한 엄 사장의 태도는 여당 성향 방문진 이사들의 요구가 날로 도를 더해가고 있음을 감안할 때 특히 우려스럽다는 비판이다.

요구 수위 높이는 방문진… "<2580>, <뉴스후>, <PD수첩> 통폐합"?

엄기영 사장이 '뉴MBC플랜 추진 현황'을 보고한 지난 23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방문진 이사들의 강도 높은 요구가 줄을 이었다. MBC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의 통폐합을 요구하는가 하면 단체협약 개정 요구의 수위도 더욱 높였다.

김광동 이사는 "뉴MBC플랜의 상징적 조치나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시사매거진2580>, <뉴스후>, <PD수첩> 등은 큰 차이가 없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프로그램의 통·폐합이나 다른 차원의 상징적,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일반인이나 국민들이 신뢰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기환 이사는 "단체협약과 관련해 편성, 보도권의 본부장 귀속 방침, 상향평가제 폐지만 언급되어 있는데 단체협약 제23조의 정책 발표회, 정책 간담회, 공방협 조항에 기한 중간 신임 평가 등 인사권 제한 조항이 포괄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강도를 높였다.

차 이사는 줄곧 문제삼아온 <PD수첩>과 <100분토론>에 대해서도 "10월 초에 정지민 작가가 책을 낸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이 문제는 미룬다고 해결되거나 없어질 성격이 아니다. 신뢰회복을 위해 MBC 스스로 내부적인 확인 및 결론이 필요하다"고 '조사'를 촉구했다.

또 김우룡 이사장은 "MBC의 프로그램에 비해 인력이 과잉이라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신입사원 채용을 확정했는데 인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논의되는 시점에 신입 사원을 뽑겠다고 하는 것 등 전체적 인력 운영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문제제기 했다.

엄기영 '버틸 의지 있나'…노조 "노사간 갈등 불지피는 몰상식"

문제는 방문진의 무리한 요구에 엄기영 사장 등 MBC 경영진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느냐하는 것.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엄 사장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분위기다. 특히 MBC 노사는 지난 18일 엄기영 사장과 김세영 부사장, 이근행 위원장, 황성철 수석부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미래위원회 구성에 합의했으나 이후 엄 사장의 '독주'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비판이다.

23일에는 사보인 <주간MBC>에 "노사협의회, MBC 미래위원회 구성 합의"와 "분과별 명단 및 중점 논의 사항"이라는 박스기사에서 노조와 의제 합의가 끝난 듯한 내용의 기사를 내 노조의 반발을 불렀다. 경영진은 박스 기사의 하단에 "상기 내용은 개략적 수준의 안건이며, 구체적 논의 내용은 추후 첨삭 가능"이라는 애매한 공지를 붙이기도 했다.

MBC 노조는 24일 "모든 의제 설정은 분과별 협의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분명히 하지 않았느냐", "엄기영 사장이 눈치 보기에 급급해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이날로 예정됐던 MBC 미래위원회 미래전략분과의 회의를 연기하기로 했다. 엄 사장이 "9월 말 경까지"라는 시한을 정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

그러나 엄 사장은 23일 방문진 이사회에서도 "9월 말까지 원칙적 합의를 하려고 한다"며 △편성·보도권의 본부장 귀속 방침 △상향평가제 폐지와 같은 구체적인 의제도 제시했다. 또 차기환 이사의 지적에 "관련 조항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엄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시사 프로그램의 책임성, 효율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식의 문제를 제기해 사내에서 여러 가지 추측을 낳기도 했다. MBC 노조는 "엄 사장은 방문진 일부 이사가 요구하고 있는 <PD수첩> 재조사에 응하고 극우 보수 단체들이 문제 삼은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를 사내 인사로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비판했다.

MBC 노조 "'자리 보전' 위해 방문진 비위 맞추나"

MBC 노조는 24일 낸 성명에서 "조합이 논의의 장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엄 사장과 현 경영진의 자리보전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권의, 방문진의 비위를 맞춰가며 어떻게든 자리를 지켜보겠다는 행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진정 MBC의 미래에 동참하고 싶다면 눈치보기를 중단하고 조급증을 버려라"며 "구성원들에게 먼저 동의를 구하고 설득하는 작업에 진력하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그 어떠한 미래도 노사가 함께 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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