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월 24일)로 <프레시안>은 창간 8주년을 맞습니다. 거창한 자축연을 할 필요야 없겠습니다만, 그동안 <프레시안>을 아껴주신 여러분께 간략하게라도 보고의 말씀은 드리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아 몇 자 적습니다.
우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소중한 돈을 내주셔서 <프레시안>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해주신 주주님들, 귀한 글을 통해 우리들의 정신적 지평을 넓고 깊게 해주신 수백여 필자님들, 그리고 <프레시안>의 기사들을 애독하시면서 성원과 비판을 보내주신 수십만 독자님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프레시안>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특히 지난 2007년 11월부터 <프레시안> 제3의 주인을 자임하고 나서주신 2천여 '프레시앙'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명박정부의 출범과 함께 간난신고의 앞날을 예감했던 저희들이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헤쳐나올 수 있었던 것은 '프레시앙' 여러분들의 든든한 후원 덕택이었습니다.
주주, 필자, 독자, 프레시앙들의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고맙다는 '말'보다는 여러분들의 기대를 100%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기사'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일일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8년을 뒤돌아봅니다.
8년 전인 2001년 9월 24일, <프레시안>을 출범시키면서 저희가 지향했던 것은 '깊이 있는 보도', 그리고 '성역 없는 비판'이었습니다. 수준 높고 내공이 깊으신 여러 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전자는 비교적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진보개혁정권이라는 김대중ㆍ노무현정부에 대해서도 저희들은 할 말은 했습니다. '성역 없는 비판'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다만 이명박정부 이후 '성역 없는 비판'이 '비판의 과잉'으로 흐른 것은 아니었는지 자문해봅니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과 무능에서 촉발된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집권세력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이 우리가 해야 할 모든 것이라는 착각을 한 것은 아닌지 되물어봅니다.
물론 <PD수첩>이나 누리꾼들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서 최근 박원순 변호사 사태에 이르기까지 현 정부의 민주주의 침해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항의하고 가차 없이 비판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상대방의 부당함이 우리의 정당함을 보장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정당함을 입증하고 설득시킬 수 있는 대안, 즉 비전과 실천전략의 제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10년간의 진보개혁시대가 권력의 상실로 이어진 것은 진보개혁세력만의 독창적이고 현실적인 대안 제시가 미흡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예컨대 입으로는 기득권세력을 거세게 비판하면서도 행동으로는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고 한미FTA를 앞장서 추진하는 등 그들의 삶의 방식을 맹종한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때문에 이제 우리에게는 '책임 있는 대안 제시'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도 한 역할을 맡고자 합니다. '깊이 있는 보도'와 '성역 없는 비판'에 '책임 있는 대안 제시'를 통해 정의가 강물처럼 넘치고 평화가 들꽃처럼 피어나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이번에 다섯 분의 고문님을 새로 모셨습니다. 김성훈 전 상지대 총장, 김영호 현 유한대 총장,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이상 가나다 순)가 그분들입니다. 모두가 정의롭고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뇌하고 싸워왔던 실천적 지식인들입니다. 이분들과의 교류와 대화 속에서 '책임 있는 대안 제시'를 위한 구체적 행보를 시작할 것입니다.
또한 오는 10월 7일부터 11월 4일까지 매주 수요일 광주, 대구, 전주, 부산, 대전 등 지방 5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김대중ㆍ노무현 이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한 강연회를 열 계획입니다. 연사로는 김성훈, 김종철, 정세현, 김영호 등 네 분의 고문님과 박원순 변호사(강연 순)가 나설 예정입니다.
<프레시안>은 창간 5주년인 2006년과 이듬해 2007년에 각각 연속 기획강연회를 연 적이 있지만 지방순회 강연회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프레시안> 지면을 통한 교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얼굴을 맞대고 손을 맞잡으면서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를 해보자는 취지에서입니다. 나아가 새로운 사회란 한 위대한 영웅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든 지방이든 우리 하나 하나가 깨달음을 얻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또 그동안 묵묵히 <프레시안>을 도와주신 지방의 '프레시앙' 여러분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소망도 있었습니다. 각 강연 후에는 자그마한 뒷풀이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오니 많이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지방순회 강연회의 자세한 일정은 오는 28일 발표할 예정입니다)
만 여덟 살의 <프레시안>, 사람으로 치면 이제 겨우 세상물정을 알아차리기 시작할 나이입니다. 성인이 되려면 앞으로도 12년이나 있어야 합니다. 하물며 뿌리 깊은 나무가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그리고 필요하다면 추상 같은 질책을 요청합니다. 저희들도 노력을 할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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