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일영 대법관 후보자, 주호영 특임장관 후보자,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가운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들이 대거 엄호 사격에 나섰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사소한 불법이나 도덕성에 상처받는 사안이 불거지면 자진 사퇴해야"(<조선일보>), "약간의 흠도 무겁다"(<동아일보>)라고 비난해왔던 것과 천양지차다.
<조선일보> "위장전입 문제 등 '도덕성 용인' 기준 마련하자"
<조선일보>는 16일 '위장전입', '다운계약서'를 문제삼는 것마저 문제 삼았다. 이 신문은 이날 '뉴스 앤 뷰'라는 해설 기사에서 "기준은 없고 정치만 있는 청문회…검증 필요한 '검증 잣대'"라는 제목으로 "위장전입 문제 등 '도덕성 용인' 사회적 기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신문은 "(국회 인사청문회는) 자세히 뜯어보지 않으면 '우리나라 높은 사람들은 전부 불법행위자들'이라는 인상을 갖게될 정도"라며 "더 이해가 안될 일은 '만일 실제로 그런 중대한 범법자들이라면 어떻게 별탈 없이 청문회를 통과해서 임명이 되느냐'는 점이다. 결국 매번 '흠은 흠이지만 중요한 흠은 아니다'라는 결론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매번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여야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이현우 서강대 교수의 발언을 빌어 "청문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청문회 때마다 반복되는 논문 이중게재, 위장전입 등에 대해 용인될 수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전날 '후보자 검증, 과거 자리서 무엇을 어떻게 했나 따져보라'사설에서도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는 철저히 다뤄져야 하지만 그 검증의 기준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 통념을 토대로 해서 후보자의 도덕성의 하자가 공직에 부적합할 정도! 의 것이냐를 상식의 저울에 달라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 "'위장전입 소동' 언제까지 거듭할 건가"
이러한 보도태도는 <동아일보>나 <중앙일보>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는 16일 사설 "'위장전입 소동' 언제까지 거듭할 건가"에서 "공직 후보자가 유능한 사람이라면 위장전입 하나 때문에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득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청문회에서 엄격한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의원들 중에도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같은 사람이 더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한발 더 나아가 "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위장 전입 문제를 둘러싼 논란의 고리를 끊을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로맨스' 식의 대응은 사회적 에너지 낭비"라며 주민등록제도 개선 등 '정책적 엄호'까지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15일 사설에서 "이러한 모습들은 분명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면서도 "이러한 사안들을 엄격한 잣대로 털어내다 보면 흠집 없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 또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우리 사회의 딜레마"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인격수양", "바른 처신" 운운하며 맹비난
그러나 노무현 정부 당시와 비교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이러한 보도는 '말바꾸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을 문제삼는 야당에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고 비난하지만 스스로도 '정치적 상황에 따른 말바꾸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5일 성명에서 "이런 보도 행태는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해보면 '천양지차'"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2006년 2월 9일 사설 "대통령은 또 인사청문회 결과를 무시할 것인가"에서 200년의 인사청문회 전통을 갖고 있는 미국에선 내정자들이 사소한 불법이나 도덕성에 상처받는 사안이 불거지면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직을 맡겠다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인격수양은 돼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 신문은 당시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는 위장전입, 소득세 탈루, 편법 증여는 물론 국민연금 미납, 교통법규 위반 등까지 언급하면서 "최고위 공직을 맡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일부 내정자들의 치부가 드러났다"고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역시 마찬가지다. 이 신문은 2005년 3월 19일 최영도 국가인권위장의 부인 위장전입 의혹에 "'약간의 흠'도 최위원장에겐 무겁다"라는 사설에서 "정부로부터 위원장 제안이 왔을 때 당연히 거부하는 게 최 씨의 바른 처신이었다고 우리는 본다"면서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제대로 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중앙일보>도 2005년 3월 1일 사설 "위장전입, 이헌재 부총리가 직접 밝혀라"에서는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의혹 등에 대해 "위장전입은 농지에 대한 투기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미 오래전의 일이고 법적으로 공소시효가 다 지난 일이라고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일반 국민이 느끼는 좌절감과 열패감이 너무 크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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