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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침묵하는 자, 모두 유죄!…언론 장악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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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침묵하는 자, 모두 유죄!…언론 장악 막아야"

[현장] '언론악법 원천 무효 서명운동'…"MBC, KBS 지키자"

지난 7월 22일 한나라당이 '대리 투표', '재투표' 논란 속에 언론 관련 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지 한 달 반 정도가 지났다. 장외투쟁에 나섰던 민주당은 '무조건' 등원했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필두로 조∙중∙동 등 거대 신문들은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1년 반 가까이 한국 사회를 달궈온 언론 관련 법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을까?

3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오후 6시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된 '언론악법 원천무효 서명운동'에는 서명하는 시민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왔다. 몇몇 시민들은 이날 서명운동에 동참한 한명숙 전 총리와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손을 잡고 격려하기도 했다.

▲ 서울 명동에서 언론악법 원천무효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정연주 전 KBS 사장과 한명숙 전 총리. ⓒ프레시안

"먼저 떠나신 두 대통령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잘 지적하신 것 같다. 행동하는 양심, 깨어있는 시민이다. 행동하는 양심을 가진 깨어있는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민주주의를 되찾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담론이나 원론 차원이 아니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진보적 매체를 돕고 MBC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찾는 것과 같은 매우 구체적인 실천을 해나가야 한다."

정 전 사장은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당선시킨 '무브온'에서 제시하는 '당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50가지 방법'을 아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늘의 서명도 난장판으로 통과된 미디어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옳은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시민들이 참여해서 끌어내야 한다"며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는 시구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법 통과 이후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한달 여간 명동 거리에서 서명운동을 벌여온 최문순 의원은 "우리도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오히려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었다"면서 "그러나 그렇지 않다. 시민들 호응이 여전히 많고 특히 20대 여성들이 많다. 본질적인 잘못을 지적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마이크를 쥐고 "미디어 악법은 민주주의를 해치고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 언론의 눈과 귀를 막으면 그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 서명을 하는 30초면 민주주의를 되살릴 수 있다"라며 서명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KBS를 돈벌이 도구로 생각하는 사장, 이사장, 정권"

이날 서명 운동에는 신태섭 전 KBS 이사도 동참해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줬다. 신 전 이사는 "언론 관련법은 그 자체로 원천 무효다. 방송을 재벌과 신문 등 힘있는 세력에게 열어주고 이윤을 추구하게 하는 내용 그 자체가 헌법 정신과 맞지 않고, 국민 다수의 의견을 무시한 의회의 폭거이며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으로 절차적 정당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방송 체계가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 박정희 전두환 시절 방송이 '독재의 앞잡이'가 되는 것을 보다 못한 시민들이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주의의 산실으로 발전시켰다. 지금은 그 성과를 모두 무너뜨려 정권의 홍보 도구, 재벌의 돈벌이 도구로 만들었다. 정당성은 물론 '산업'으로서의 현실성도 없고 민주주의의 기반만 무너뜨렸다."

▲ 신태섭 전 KBS 이사(왼쪽)과 최문순 의원이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프레시안

신 전 이사는 지금의 KBS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그는 "KBS가 이제 국민을 위하는 방송이 아닌 정권 홍보 방송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콘텐츠의 질도 제작비를 대폭 줄이면서 급격히 떨어졌다. 이런 방송을 만들라고 수신료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MBC 사장을 지낸 최문순 의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KBS 신임 이사장으로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이 선출된 것을 두고 "이병순 사장이 KBS를 단순히 돈벌이 도구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장도 전형적 시장주의자가 됐다"며 "한국 사회의 공공성을 지키는 핵심인 KBS가 수익 창출 수단으로 격하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엄기영 사장 해임시키면 방문진 이사진도 해체해야"

▲ 천정배 의원이 빨간 장식이 달린 머리띠와 '언론악법 원천무효'라고 쓰인 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서명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프레시안
최 의원은 엄기영 사장 등 경영진이 해임압력을 받고 있는 MBC를 우려하면서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의원은 "방문진이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해도 최소한 법적 근거는 있어야 한다"며 "정연주 전 사장을 몰아낼 때도 감사원을 거쳐 억지 근거라도 만들었는데 MBC는 그것마저도 없는 상황 아니냐"고 비판했다.

"특히 방송의 공정성을 내세워 간섭하는 것은 '경영-편성'의 기본 원칙을 모르는 무식한 소리다. 방문진이 시비를 거는 프로그램은 공정했지만 설사 불공정했다 하더라도 사장이 직접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방문진은 무엇을 하는 조직인가. 1988년 12월 정권의 간섭으로부터 방송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지금의 방문진은 정치의 통로에 불과하다."

최 의원은 "만약 방문진이 엄기영 사장을 해임한다면 그 순간 방문진 현 이사들도 모두 물러나야 할 것이다. 그 스스로 방문진 이사로서 근거 없음, 자격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사장이 내놓은 개혁안에 대해선 "고육지책 아니겠느냐"고 했다.

"민주당 아쉽다…싸울 의지 정말 있나"

한편,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한 쪽엔 한 시민이 "지금 침묵하는 자 모두 유죄"라고 쓴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스스로를 8·15평화행동의 '하늘걷기'라고 소개한 그는 "민주당이 제대로 투쟁하지 못해 아쉽다"면서 "애초에 '사퇴'까지 이야기했었는데 아니함만 못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미디어위원회를 만든다며 표결처리를 100일 이후로 미루는 합의를 했을 때부터 민주당은 미디어법 관련 전략이 없었다"면서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단하는 순간 모든 동력을 잃는 것 아닌가. 헌법재판소 판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야 한다. 싸워야 할 때는 정작 싸우지 않은 것이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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