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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부자'와 '부패관리'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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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부자'와 '부패관리'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증오

[中國探究]<51> '후빈 사건'을 중심으로

지난 5월 7일, 저녁 8시 쯤 중국 저쟝(浙江)성 항저우(杭州) 시내 번화가 건널목에서 명문 저쟝대학을 졸업하고 통신회사에 근무하던 탄줘(譚卓)라는 25세의 젊은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특히 그는 7년간 사귀어온 여자 친구 샤오위(小雨)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어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교통사고를 낸 사람은 20세의 대학생으로 아버지가 의류회사 사장이고, 어머니는 항저우시의 정협간부로 알려진 '부자 2세(富二代)' 후빈(胡斌)이었다. 후빈의 차는 불법 개조한 미쓰비시 스포츠카였다.

이 사고는 매일 일어나는 일반적인 교통사고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그런데 3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중국에서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사건은 항저우시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누리꾼들의 이른바 '인육수색(人肉搜索)' 활동 때문에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후빈과 관련된 새로운 소문이 난무했고 특히 1999년 오픈하여 1분당 4-5만 명의 접속량을 자랑하는 인터넷 토론마당 '텐야룬탄(天涯論壇)'에서는 누리꾼들의 비난의 글로 들끓었다.

이 사태의 이면에는 개혁개방 이후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의 부도덕성과 부패한 관리들에 대한 중국 민중들의 복합적인 증오심리가 다양한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재 폭발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했던 후빈사건이 왜 이처럼 폭발성 있는 사태로 발전되었을까? 근원적으로는 경찰의 초기 대응이 너무 안이했다. 경찰이 사고차량의 속도에 대한 해석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사고처리를 담당했던 교통경찰은 차량의 속도가 당시 시속 70킬로(km)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은 누리꾼들의 압력 하에 사고 당시 차의 속도가 적어도 시속 84.1킬로에서 101.2킬로 범위 내였다고 감정기관이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최초 경찰이 발표한 시속 '70킬로(70碼)'를 의심하는 누리꾼들은 중국어 발음상 같은 '치스마(欺實馬 : 성실한 사람들을 속이는 짓)'라는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켰고 이 용어는 누리꾼들의 조롱거리가 되어 인터넷을 장식하였다.

두 번째는 피의자의 죄명에 대한 해석이다. 사고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피해자가 사고 차량과 부딪치면서 공중으로 약 5미터 이상 튀어 올랐고, 20미터 이상 끌려가서 사고차가 정차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찰이 발표한 시속 '70킬로'는 '부자집 아들'인 피의자의 형량을 의도적으로 줄일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했다. 중국 법률에 시속 70킬로는 '교통소란죄'에 해당되어 3년에서 7년형을 받지만, 만약 교통사고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공공안전위해죄'로 해석할 경우 최소 10년형 이상 유기형, 무기형, 사형까지 죄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누리꾼들은 경찰의 발표에 대해 계속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7월 20일에 있었던 재판에서 후빈은 '교통소란죄'로 3년형을 언도받자 과격한 누리꾼들이 후빈을 사형시키라는 주장도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세 번째는 '사람 바꿔치기' 논란이다.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후빈이 본인이 아니라는 설이 유포되었다. 누리꾼들은 사고 당시 후빈의 모습과 재판정에 나타난 모습이 전혀 다르다면서 검은 안경, 살이 찐 정도, 팔꿈치의 상처 등을 증거로 사람을 바꿔쳤다는 주장을 했다. 어느 누리꾼은 극단적으로 후빈이 3명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의심에 의심을 더하는 꼴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최근 8월 24일 후베이성과 저쟝성 공안당국은 '가짜 후빈'을 인터넷에 올린 후베이성 오저(鄂州)시의 무직자인 숭충쥔(熊忠俊)을 체포하고 10일간 구류 처분을 하였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7월 23일부터 8월 2일까지 8차례 리우이밍(劉逸明)이라는 가명으로 후빈사건의 '사람 바꿔치기'에 관한 악성 글을 올려《중화인민공화국치안관리처벌법》제25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여타의 누리꾼들이 활동했던 '인육수색' 사건처럼 부정적인 요소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누리꾼들의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준 것이 바로 '부유한 자'들과 '부패관리' 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광범한 증오의 심리가 크게 작용되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인식이 때로는 진실을 뒤바꾸고 사회적 폭발 사태로 번지게 된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이 사건은 현재 후빈 측이 피해자 측에게 113만 위안(한화 약 2억 2천 6백만원)을 배상하고 일단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서 중국 사회의 이른바 '부자들에 대한 증오(仇富)'와 '관리들에 대한 증오(仇官)'의 심리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은 주목해야할 것이다.

중국 사회에서 '부자들에 대한 증오'와 '부패한 관리들에 대한 증오' 심리는 최근 몇 년간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그 원인은 부도덕한 부자와 관리들의 도덕적 해이가 일반 중국인들에게 분노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탄광사고가 잦았던 산시(山西) 탄광의 사장은 대당 150만 위엔(한화 약 3억원) 하는 미제차를 한꺼번에 약 20대를 구입했다거나 베이징에 호화주택을 구매하는 등 호화사치 생활이 언론에 보도되어 공분을 샀다. 저쟝성 원저우(溫州)의 어느 기업 사장은 공개적으로 '첩(二奶)'을 모집하는 등 부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였다. 이러한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이렇듯 중국에서의 금전 만능주의의 만연, '부자와 정치권력이 상호 거래하고(錢權交易)' '돈으로 문제를 덮어버리는(用錢擺平)' 등의 용어들은 이제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2009년 6월 17일, 《인민일보》에 보도된 덩위자오(鄧玉嬌)의 사건을 보자. 이 사건은 5월 10일 후베이(湖北)성 파둥(巴東)현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 지역의 작은 호텔 여종업원 덩위자오에 대해 지방의 관리들인 덩궤이다(鄧貴大)와 후앙떠즈(黃德智) 등이 치근덕거리자 덩위자오가 이들을 칼로 살해한 사건이었다. 사건 이후 그녀의 행위가 정당방위인가 과잉반응인가로 누리꾼들이 인터넷을 달구었다. 누리꾼들은 그녀를 위해《열녀덩위자오전(烈女鄧玉嬌傳)》,《협녀덩위자오전(俠女鄧玉嬌傳)》등의 사이트를 개설 옹호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여론의 압력 하에 피의자가 형사처벌을 면제받기에 이르렀다.《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의 사설은 "덩위자오 사건이 전국적인 사건으로 번진 배경에는 사회의 불공정, 사법 권력의 부패 및 정부와 민중 간의 이반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민중들의 분노의 분출구가 되었으며, 민중이 정의를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논평한 점에서 민중들의 '관리들에 대한 증오'를 엿볼 수 있다.

30년간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해 오면서 지속적으로 반부패운동을 전개해 왔다는 중국정부의 노력이 뾰족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부패 액수로만 본다면 개혁개방 초기 1980년대 관리들의 부패 액수는 수천 위안에서 수만 위안이었지만, 지금은 수억 위안으로 단위가 커졌고 방법도 대담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작년 4월 11일에 체포된 전임 쑤저우 부시장 지앙렌지에(姜人杰)는 재직 4년간 1억 위안(한화 약 200억원)을 수뢰하여 사형을 언도받았다. 또한 전임 중국석유화학 총재였던 천동하이(陳同海)는 2억위안(한화 약 400억원)을 수뢰하여 지난 7월 15일 사형을 언도받았다. 이들의 부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칭화대학 '염정과 치리연구 중심'의 주임인 렌젠밍(任建明) 교수는『검찰일보·염정주간(檢察日報.廉政週刊)』이 공동으로 보도한 <2008년 반부패 전형사건>의 분석 기사에서 중국 관료들의 부패가 "형식은 더욱 광범해졌고, 부패방식이 은밀해지고 있으며, 부패내용이 더욱 창궐하고, 부패 관련 부서의 최고책임자가 관련되어 있는데 특히 건축, 계획, 교통, 토지 등의 업무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고 요약하고 있다. 부패관리의 90% 이상이 여자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 보도도 있다.

결국 '부자들에 대한 증오'와 '부패한 관리들에 대한 증오'의 뿌리는 사회의 불공평한 분배와 치부과정에서 '원죄'적 성격을 갖고 있다. 부자들이 획득한 부가 성실한 노동과 지혜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부동산 개발업자가 국가의 공공권력을 통해 치부를 하거나, 각종 광산의 주인들이 자연자원을 불법으로 이용하여 치부하거나, 노동자계급을 착취하여 부를 축적하고, 폭력집단과 권력자 간의 보호를 통해 부를 획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부는 곧 부도덕한 일로 중국인들은 생각한다.

중국인을 포함한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 의료, 자녀교육'이다. 이것을 중국인들은 민중들이 넘어야할 '새로운 세 가지 산(新三座大山)'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세 분야에서 대부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약 그 가운데 두 가지 문제만 겹쳐도 사회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더욱이 빈부의 차이를 알려주는 '지니지수'가 작년 수준 0.47로 0.5에 육박하고 있다. 0.5가 넘어서면 폭동의 수준이라고 한다. 바로 이 점이 중국인들이 부에 대한 증오의 한 요인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하여 중국은 부를 죄악시하는 전통도 간과할 수 없다. 그 뿌리는 2천년 전,『맹자』 <등문공상>에 "양호가 말하기를 부자가 되려고 마음먹는다면 어진 행동을 하지 않고, 어진 행동을 하려고 하면 부자가 되지 못한다(陽虎曰, 爲富不仁矣, 爲仁不富矣)"라고 하여 부와 올바른 행동이 양립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이러한 관념은 오랜 기간 중국인들의 뇌리에 자리 잡았다.

다시 말해서 중국인들의 전통 관념 속에는 돈을 번다는 것은 부당한 방법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무협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부자를 응징하고 가난한 이들을 구제한다(劫富濟貧)'고 하는 의협들이 종종 등장한다. 돈 알기를 우습게 하는 것이 고상한 일이라는 의식도 퍼져있다. 현실에서는 사회의 급격한 변혁 중에 제도의 부실을 이용하여 사기와 도둑질로 일거에 부를 획득한 '벼락부자(暴發戶)'들에 대해서 질투와 불만을 갖고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속으로는 이들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 가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은 부자들이 치부 과정에서 보여준 '비정상적'인 형태에 대한 불만이다. 중국인들은 부자들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관리들이 직위를 이용해서 어떻게 부패하는가에 비난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탐관오리들이 뇌물로 치부하는 일, 권력과 결탁한 사람들이 하루 밤 사이에 갑자기 부자가 되는 일, 기업의 개혁과정을 이용하여 벼락부자가 되거나, 국유자산을 개인의 것으로 꿀꺽해버리거나, 탈세 등의 방법으로 치부한 행위 등에 대해 증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를 획득한 이후의 행동 양태를 중국과 서양의 차이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재부를 개인의 지위를 높이는 데 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사치에 대한 정신적인 통제를 하지 않으며 부를 쌓은 이후에는 자기만 잘 살고 뽐내고 자신의 성장만을 추구하며 본인이 잘나서 부자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

한 예로 '중화자선총회'의 통계에 따르면 자선을 위한 자금의 출연의 약 70%가 외국이나 홍콩과 타이완으로부터 지원되는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중국 내지의 부자들이 기부하는 액수는 전체의 15%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최고 부자들 중 20%가 반드시 기부를 하고 있으며, 자선 자금의 2/3가 이들이 지원한 자금이라는 점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1921년 7월 1일, 중국공산당이 창당한 이래 거대 정당 중국국민당을 대륙에서 몰아내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성립시켰던 힘의 원천은 부패한 중국국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중국공산당의 주된 정책도 빈부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적어도 이를 줄여가는 '조화'사회의 추구를 시대의 가치로 내걸고 추진하고 있다. 빈부 차이의 심화는 궁극적으로 합법적인 통치기반을 잃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공산당은 국민당의 실패를 역사의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것이며, '후빈사건'을 통해 '부도덕한 부자와 부패한 관료들'에 대한 국민들의 증오 심리의 근원을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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