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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국판 <폭스뉴스>를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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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국판 <폭스뉴스>를 원하는가"

[최진봉의 뷰파인더] 거대 미디어 그룹 <폭스뉴스>의 그림자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사 소유 허용을 골자로 하는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면서 내세웠던 명분 중 하나는 대기업 자본이 방송 시장에 유입되도록 해 방송사의 규모를 키우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방송을 시장경제 체제 속으로 내몰아 다른 일반 기업들처럼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논리다.

이는 방송과 언론이 갖고 있는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몰이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방송을 포함한 언론은 이윤 추구를 절대적 목표로 삼는 일반 기업과 달리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통해 사회 전체의 이익에 기여해야 하는, 공익성과 공공성을 목표로 가진 기관이다.

따라서, 공익성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언론은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의 영향으로 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런데, 정부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아직까지 법적 논쟁이 진행 중이므로) 미디어법은 언론을 경제권력의 영향 아래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폭스뉴스>가 13년 만에 보수 진영의 미디어 기계가 되기까지

언론이 경제 권력의 영향력 아래 종속되면, 그때부터 언론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소유주의 호주머니를 불리는 일에 동원된 언론사는 최대 목표인 이윤 추구에 방해 된다고 여겨지는 공익성과 공공성을 포함한 모든 요소들을 미련 없이 내다 버린다. 그들에게 언론의 공영성은 거추장스러운 장식품에 불과하다.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에 의해 장악된 미국의 언론시장이 바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의 대표적인 뉴스 전문 채널인 폭스뉴스(FOX News)도 그 중 하나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뉴스 채널은 공중파와 케이블을 포함해 ABC, CBS, NBC, CNN, 그리고 폭스(FOX)뉴스 등 5개 채널이다. 이중 가장 늦게 방송을 시작한 폭스뉴스는 1996년 처음 방송을 시작한 이래 1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미국 보수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매우 기름칠이 잘된 미디어 기계로 발전했다.

<폭스뉴스>가 이처럼 짧은 기간 안에 미국의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뉴스 채널로 성장한 배경에는 다른 뉴스 채널과 달리 특정 시청자들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한 전략이 주효했다. <폭스뉴스>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다른 뉴스 채널과 달리 수백만 명의 미국 내 보수층을 겨냥한 보수 편향적인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하고 있다. 기존의 객관적 보도를 추구하는 전통적인 뉴스 채널에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보수층은 <폭스뉴스>를 환영했다.

결국, 거대 미디어 그룹에 속한 폭스뉴스는 사업적 성공을 위해 객관적 보도라는 공공성을 버리고 편향적인 보도를 선택한 것이다. 경제권력에 장악된 언론의 대표적인 일그러진 모습이라 할 수 있다.

▲ <폭스뉴스>의 진행자 글렌 벡. 최근 <폭스뉴스>는 "오바마는 인종차별주의자" 등의 선정적 발언으로 광고주 불매 운동 등 시청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프레시안

<폭스>의 시청률 경쟁, 언론은 없다

'돈벌이 수단'으로 보수 편향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폭스뉴스>의 장삿속은 기자들의 취재 과정에도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폭스뉴스>에서 기자로 근무했던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폭스뉴스> 경영진들은 수시로 기자들의 취재에 대해 지침을 내려 보내거나 취재 내용 점검을 통해 보수층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기자들에게 수시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언론사가 시장경제 논리에 내몰려질 때, 언론의 자유가 어떻게 짓밟혀지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폭스뉴스>는 뉴스 프로그램과 함께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인사를 초청해 대담을 나누는 인터뷰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고 있다. 그런데 <폭스뉴스>는 이러한 인터뷰 프로그램을 통해 보수 편향적인 일방적인 주장만 강조하고 있다. <폭스뉴스>가 제작하는 인터뷰 프로그램은 보통 한 명 또는 두 명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의견이 다른 두 명을 초청해 인터뷰가 이루어지는 경우, 인터뷰에서 중립을 지켜야할 진행자가 노골적으로 보수 편향적인 입장에서 초대 인사와 논쟁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나아가,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초청 인사가 자신들의 의견과 맞지 않을 경우, 직설적이고 원색적으로 인터뷰 대상자들을 비난하는 단어의 사용도 서슴지 않는다. 마치 싸움을 하듯이 상대방을 공격하여 주눅 들게 만들고, 반박의 기회도 주지 않는 등 매우 무례한 태도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자신들의 편향적인 주장만을 강조하면서 인터뷰를 마쳐 버린다. 물론 <폭스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언론의 중요한 사명 중 하나인 다양한 여론의 형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폭스뉴스>가 이처럼 인터뷰 프로그램을 싸움터로 만들어 극단적으로 오락화하는 이유는 시청률 경쟁에서 다른 채널을 이겨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겠다는 속내가 작용한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사회적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전달해 주어 시청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이 시장 경제 논리에 의해 묵살 당하고 있는 것이다.

폭스뉴스의 예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언론이 시장경제 체제 속에 내몰리게 되면 언론의 공공성과 공영성은 사라지게 된다. 대기업이 언론시장에 진출해 언론사를 소유하게 되면, 언론사를 소유한 기업들은 소유 언론사를 통해 돈 버는 일에 적극 나서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별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 기업에 있어서 언론사는 자사의 이윤 추구를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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