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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 프레임'은 성공했다? "아니, KBS는 퇴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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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 프레임'은 성공했다? "아니, KBS는 퇴보했다!"

[토론회] "위기의 이병순…'흑자 경영' '공정·공익' 프레임은 '허구'"

오는 11월 23일이면 이병순 KBS 사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오는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 11명을 선임해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이병순 사장의 '연임' 문제도 수면 위로 전면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를 대비해 이병순 사장은 지난 1년간 '흑자 경영', '공정·공익' 등의 프레임을 내걸고 자신의 성과를 홍보해왔다.

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정연주 전 사장을 해임하고 이병순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의 불법성, 편법성이 판결을 통해 속속 드러나는 상황이라 '정당성' 자체가 흔들린다. '흑자'라는 경영 성과를 자랑하고 있지만 'KBS가 발전했다'는 평가는 어디서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24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10층 배움터에서 연 '이병순 체제 1년 '공영 방송' KBS 평가' 토론회에서는 이런 한계가 적나라하게 지적됐다.

'KBS는 흑자 경영 중'?…"'성과주의'에 가치 훼손 중"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진로 영산대 교수는 이병순 체제의 특징을 '흑자 프레임을 통한 지배'로 규정했다. KBS 경영진은 줄곧 "2009년 상반기 세전이익 338억 흑자와 49억 흑자" 등을 내세워 '수신료 인상'의 근거로 삼아왔다.

이진로 교수는 "이러한 사업 성과는 2009년 상반기 방송 제작비를 당초 계획보다 239억 원 줄이고 인건비를 75억 원 줄인 것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이는 제작 활동을 줄이고 시청자의 신뢰도를 저하시켜 공영방송 KBS의 미래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성과'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흑자 프레임'은 보도국이나 제작국, 마케팅 등 조직내 각 부서를 평가하는 틀로 나타나고 있고 이는 경영진의 조직 통제 강화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특히 주기적인 개편이 있는 상황에서 '흑자 프레임', '경비 절감' 등의 룰은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줄이고 프로그램 내용에 영향을 주는 등 내용 통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애초에 '방만 경영'이라는 표현은 뚜렷한 근거 없이 다분히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면서 "KBS의 본래 목표는 공익성을 높여 시청자들의 정보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지 영리 추구가 아니다. 지난 1년의 경영 방식은 공영방송이 나아가야할 모습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 24일 '이병순 체제 1년, 공정방송 KBS 평가 토론회'가 국가인권위원회 10층 배움터에서 열렸다. ⓒ프레시안

이러한 지적에 김덕재 KBS PD협회장도 동의했다. 김덕재 협회장은 "지난 1년은 이병순 특유의 성과주의를 중심으로 끌고온 한 해였다. 이 사장은 원래 '조직의 필요에 따라', '투입해준 사람이 원하는 대로' 성과를 만들어내온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전했다.

김 협회장은 "그러나 이 사장은 지난 1년간 KBS의 성장 잠재력을 상당히 훼손해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2002년 이후 프로그램 제작비는 꾸준이 상승해 왔으나 2009년 상반기 제작비는 전년에 비해 20%가량 삭감된 2100억 원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단순히 계산해도 2004년 제작비 수준보다 오히려 줄어든 수준이고 이런 수준에서 콘텐츠의 질과 양을 담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몇 년간 방송대상을 KBS가 받아왔다.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팔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기획을 해왔다. <누들로드>, <차마고도> 등이 그런 사례로 한국의 콘텐츠를 확장시키는 '킬러 콘텐츠'였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죽었다. 당초 재작년부터 기획해와 작년부터 촬영에 들어간 프로그램이 있었으나 이미 2억 원을 투입했음에도 '킬'됐다. 제작비를 1년 만에 20% 가까이 줄임으로써 '상품'으로라도 내놓을 만한 프로그램이 사실상 없어졌다."

KBS 뉴스, 시청률은 유지된다?…진화한 '땡박 방송'

KBS 보도의 문제점도 대거 지적됐다. 이송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부장은 "KBS 보도는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심층성 저하, 민감 사안 침묵, 연성보도 증가, 대통령 띄워주기 등의 문제를 보였다"면서 "특히 대통령 관련 보도, 경제 정책 보도, MB 측근 관련 보도 등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KBS 보도국은 이러한 비판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KBS 시청지위원으로서 보도국과의 논쟁은 대부분 신뢰도와 뉴스 시청률 문제로 집약된다"면서 "보도국은 'KBS 뉴스 시청률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KBS 뉴스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강혜란 소장은 "KBS 보도가 이송지혜 부장의 지적과 같은 문제를 갖고 있음은 분명하나 대중적 선호를 고려해서 접근한다든지 '장자연 사건' 등에서는 특종을 만들고 사후 보도를 끌고 감으로서 대중적 인식에 '도장'을 찍는다"면서 "과거 '땡전 뉴스'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은 "KBS1TV 뉴스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에 KBS 뉴스에 특별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거나 다른 충성 채널을 갖고 있지 않으면 드라마를 보다가 그대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KBS의 보도 태도나 뉴스의 질에 대한 문제제기가 사회적으로 강하게 이뤄진다면 이러한 관성적인 시청 태도가 일순간에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품질이 떨어지고 보도의 독립성,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된 KBS 뉴스에 '뉴스 안 보기 운동'이라도 해야할 듯하다"며 "'기계적 중립성' 등으로 포장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뉴스만을 보는 것으로는 문제를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태섭 동의대 교수는 "뉴스 안보기 운동은 아직 이르다"고 반대했다. 신태섭 교수는 "언론의 정권 시녀화는 네 단계가 있다. 첫 단계는 '비판의 실종'이고 이후 권력자에 대한 띄워주기, 곡학아세로 변한다. 좀더 심각해지면 '선전수단'이 되고 최종은 '권력의 친위 돌격대'가 된다"면서 "KBS는 이런 흐름 속에서 동요하고 있다. '곡학아세'하려고 하면 내부 구성원들이 저항도 하고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병순 '연임'은 어려울 것"…"정연주·신태섭 복귀 운동해야"

'공정·공익'과 '흑자경영'을 내세운 이병순 프레임이 추구하는 것은 단 하나, 이병순 사장의 연임이다. 그의 임기는 오는 11월로 끝난다. 또 그의 연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수신료 인상' 문제도 KBS가 사활을 걸고 있는 당면 과제다.

신태섭 교수는 "이병순 사장은 정권에 부응하는 가시적 성과를 내기위해 굉장히 애를 써왔다. 그러나 MB나 청와대는 '정치적 충성도'에 불만을 제기할 것"이라며 "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KBS 사원들이 동요했느냐, 왜 경영에서 구조 조정을 과감하게 하지 않았느냐는 불만이 쌓일 것이고 좀더 적극적으로 'MB 국정 철학'을 구현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곧 정연주 전 사장의 해고 무효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면 시민사회에서는 KBS에 정 전 사장의 복귀를 요구해야 한다"면서 "물론 정권에서는 '확정 판결', '사정 판결' 등의 논리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불법·탈법적인 KBS 사장 교체 과정이 부당하고 위법함을 인정하고 이를 사죄하는 의미에서 며칠의 잔여 임기라도 정 전 사장을 복귀 시키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장 임기가 끝나면 거대 자본과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이고 KBS 내적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국민적인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KBS는 '내부의 민주적 역량' 보전이 중요하다. 특히 KBS노조를 방송의 공정성과을 지키는 민주노조로 복구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리고 강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정책국장도 "언론계에서 그간 출근 저지 투쟁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정연주 사장, 신태섭 이사 출근 투쟁을 해야할 때"라며 "이들의 명예 훼복과 얼마남지 않은 임기 동안에도 헝크러진 공정성과 불의를 바로잡을 기회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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