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과 한 시대의 역사를 함께 썼던 해외의 지도자들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애도를 표했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8일 빌 클린턴 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용감하고 강력한 이상을 가진 지도자였다"며 한국이 심각한 경제위기를 넘어서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을 닦고 인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선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 나는 남북 화해를 위해 그와 함께 일하는 영광을 누렸다"면서 햇볕정책이 한국전쟁 이후 어느 때보다도 영속적인 평화에 대한 희망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인 힐러리와 나는 우리의 좋은 친구였던 김 전 대통령을 그리워할 것"이라며 유족과 한국 국민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한 당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방북할 것을 권유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클린턴은 성명 발표 직후 백악관으로 가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이달 초 북한 방문 결과에 대해 1시간 10분 가량 대화했다.
고르바초프 "김 전 대통령 서거 애통하다"
199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연합뉴스>에 보낸 팩시밀리 서한에서 "저명한 정치인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전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해 들어 매우 애통하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친필로 서명한 이 서한에서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형성, 한반도의 평화조성에 큰 기여를 했다. 그의 정치적 행보는 평화, 민주주의, 자유, 인권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그랬기에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라고 전했다.
고르바초프는 특히 "오래전부터 김 전 대통령을 알아왔고 그의 용기와 선견지명을 매우 높게 사 왔다"며 "그는 대통령 임기 말 건강에 문제를 겪으면서도 한반도를 재결합시키면서 남북문제 해결책을 계속해서 찾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김 전 대통령은 우리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포럼 공동 업무에도 많은 힘을 쏟았다"며 "김 전 대통령의 유족과 지인들, 모든 한국 국민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만델라재단 "인권과 남북화해 헌신 기억"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대외 창구인 만델라 재단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우리는 그가 인권을 위해 싸우고 북한과의 화해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기억한다"면서 "유족과 한국 국민에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만델라 재단은 이날 <연합뉴스>에 보낸 성명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데 대해 애도한다"면서 이같이 말하고, "만델라 전 대통령은 지난 2001년 3월 김 전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으며, 당시 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를 평화공원으로 전환하자는 만델라의 아이디어에 공감을 표시했다"고 소개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5월 대선을 앞둔 김 전 대통령에게 자신의 셋째 딸 진드지 여사 부부를 보내 자신이 27년 동안 옥중에서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선물하며 승리를 기원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다.
이에 당시 김 전 대통령도 유신 체제와 망명 시절을 거치며 20년 동안 간직해온 낡은 가방을 답례품으로 전달했다.
'40년 지기' 바이체커 "친구와 이별에 쓰라린 아픔"
김 전 대통령의 40년 친구로 유명한 리하르트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은 18일 <연합뉴스>에 "나의 오랜 친구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쓰라린 아픔으로 작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이체커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은 불굴의 용기, 자유 민주주의를 위한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 한민족 전체의 평화를 위한 탁월한 기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모범이 됐다"고 강조했다.
1984년부터 1994년까지 10년간 독일 대통령을 지낸 바이체커는1969년 세계교회협의회(WCC) 대표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해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 전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후 지난 40년 동안 깊은 우정을 나눴다.
그는 특히 독일 연방하원 부의장으로 있던 1980년 김 전 대통령이 신군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자 하원에서 '김대중 구명 결의안'이 채택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국제적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한편, 1980년대 일본 총리를 지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는 애도사를 통해 "한국의 현대 정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일본 국민을 대표해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남북통일에 대한 염원을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역사에 길이 남을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이를 계기로 노벨평화상을 받는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업적을 남겼을 뿐 아니라 한일 양국의 외교관계 개선에도 큰 기여를 했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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