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가셨습니다.
칠흑의 밤 초롱별이셨던 님은
가셨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남도 땅이 갈라지고
새파람에 푸른 솔이 울던 밤
울며 울며 가던 황토길
희뿌연 작업등 밑 춥고 지친 밤
납치와 투옥과 사형
몸 하나로 부등켜 안아
별이셨던 님은
그렇게 가셨습니다.
그러나 님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떠나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심연의 어두움
온 몸으로 새벽을 길어내
동녘 햇살로 오셨습니다
아스팔트 위 수만 수십만
촛불로 피어 나셨습니다
반도의 분단을 뛰어넘어 가신 님은
성큼 통일이 되어
이미 곁에 와 계십니다
이제는
창살과 총칼 따위로는 어쩔 수 없는
미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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