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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억류자' 귀환…남북관계 전환점이냐 일회성 이벤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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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억류자' 귀환…남북관계 전환점이냐 일회성 이벤트냐

현정은-김정일 만남 및 8.15 경축사 주목돼

북한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44) 씨가 13일 억류 136일 만에 풀려나 남쪽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유 씨는 이날 오후 8시 30분 경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과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8시 45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베이지색 모자를 쓴 유 씨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CIQ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무사히 돌아오게 돼 기쁘다. 많은 노력과 관심을 가져 주신 정부 당국과 현대아산,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짧은 소감을 밝힌 유 씨는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할 말 없다"고만 답한 뒤 정부 및 회사 관계자와 함께 검은색 밴 차량을 타고 현장을 떠났다. CIQ에서 형제들과 만난 유 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2~3일간 건강 상태를 진단받은 뒤 정부의 조사를 받는다.

▲ 유성진 씨가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도라산 CIQ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시스

개성공단에서 숙소에서 보일러공이었던 유 씨는 지난 3월 30일 오전 북한의 정치체제를 비난하고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여성 종업원을 탈북시키려 했다는 혐의로 북측에 체포, 억류됐다.

그 후 북한은 유 씨에 대해 변호인이나 남측 당국자 및 현대아산 관계자들의 접견을 일체 차단한 채 '조사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4차례 열린 개성공단 관련 남북 실무접촉에서도 북측은 유 씨의 상태와 소재를 알려 달라는 남측의 요구를 거절했다.

다만 북측은 5월 1일 개성공단 감독기구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을 통해 그가 "(북한) 체제를 악의에 차서 헐뜯으면서 공화국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해당 법에 저촉되는 엄중한 행위를 감행했다"며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총국은 같은 달 15일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도 유 씨에 대해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 우리를 반대하는 불순한 적대행위를 일삼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자"라고 주장했다.

강제 추방 형식으로 풀려나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유 씨 귀환 후 가진 브리핑에서 "북측은 자기 측 출입국사업부에서 유 씨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낭독하고 추방 형식으로 우리 측에 신병을 인계했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또 "우리 측 의사가 유 씨에 대한 간단한 건강검진을 실시했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는 듯하다"면서 "정밀 검사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추가로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석방과 관련해 대가를 지불한 것은 없다"며 "건강 검진 이후에는 관계 당국이 유 씨의 억류와 관련된 제반 사항에 대해 필요한 확인을 할 예정이며 억류 사유, 억류 중의 생활 등에 대해서는 이런 확인을 거친 다음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유 씨가 석방된 것과 관련, 북측에 사과나 유감표명을 한 사실이 없다"며 "다만 현대아산은 자사 직원이 장기간 억류된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 북한 당국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아산도 이날 공식 성명을 발표해 "그동안 직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준 정부 당국과, 함께 염려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지난 7월 초 서예택 관광경협본부장 등을 중국 선양(瀋陽)에 파견해 북한 보위부 인사들과 유 씨 석방 문제를 논의하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유 씨를 차원에서 석방하는 대신 민간을 통한 대북 인도지원을 한다는 등의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재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일성 국방위원장을 만날 경우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추가적인 정상화 조치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작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에 대해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 방지를 언급한다면 남북관계에 관한 공은 남쪽으로 넘어오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남측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측이 피격 사건에 관한 현장조사 등을 관광 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한다거나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기존의 대북 태도를 견지할 경우 사정이 달라진다. 그렇게 되면 유 씨의 석방은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고 남북관계는 별다른 회복 기미 없이 북미 대화 등 국제정세의 변화가 뚜렷해질 때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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