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문화방송(MBC) 사장이 3일 "어느 정파, 어느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겠다"면서 "제가 앞장서 중심을 잡고 다른 어떤 고려나 선택 없이 다만 MBC에게 맡겨진 책임과 의무를 충실히 실천해 가겠다"고 선언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신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구성한 이후 'MBC 경영진 교체', 'MBC 민영화' 등의 'MBC 손보기' 시나리오가 나오는 가운데 엄기영 사장이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 MBC는 이날 엄기영 사장의 발언을 MBC 사원들에게 메일로 배포했다.
엄기영 사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지난 한 달, 밖의 상황은 마치 한바탕 거대한 태풍이 밀려오듯 거세게 소용돌이치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라며 "위기와 변화는 늘 있어왔다. 고비마다 우리가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MBC 임직원들이 한마음으로 공영방송 국민의 방송 MBC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전 사원 단합해서 국민과 함께 하는 MBC가 되기를 다시 한 번 다짐하자"고 강조했다.
"공정하고 동일한 경쟁 규칙 기대한다"…이명박 정부에도 '일침'
엄기영 사장은 "방송 시장을 무한 경쟁으로 몰고갈 미디어 관련 법안이 논란 속에 통과됐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도 새로 구성됐다"면서 "많은 사원들은 앞으로 방송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우리 MBC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자신에게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줄로 안다"고 말했다.
엄 사장은 "정치 사회적으로, 또 회사 안팎에서 많은 논란과 갈등이 일어나고 있지만, 저는 어느 정파, 어느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MBC를 위한, 시청자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 연말 쯤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 진출이 가시화된다면 경영과 제작 여건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가 보다 국민, 시청자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경쟁력을 확고히 할 때만 능히 극복할 수 있다"면서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와 △내부 혁신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은 경쟁력을 높이면서 공정성과 객관성, 중립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를 강조했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방송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정책에도 공정하고 동일한 경쟁 규칙이 적용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이명박 정부에도 일침을 놨다.
그는 "사람이 가장 두렵게 느끼는 것이 '불확실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리스크'가 드러나면 그것은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다"라며 "앞의 안개가 어느 정도 걷힌 만큼, 이제는 우리가 주어진 변화에 얼마나 합리적으로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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