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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들도 비웃는 엉터리 불법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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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들도 비웃는 엉터리 불법 국회

[김영호의 사자후] 한나라당은 '어린이 모의국회' 가서 배워라

<프레시안>은 언론 공공성의 목소리를 높여온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의 칼럼을 고정 연재합니다. 김영호 대표는 1972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기자생활을 하다 1980년 5공 군사정권에 강제해직됐고 1984년 복직된 이후 세계일보 경제부장과 편집국장을 맡았습니다. 현재는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지난해 출범한 범시민사회단체 '미디어행동'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습니다. 항상 권력과 삐뚤어진 언론을 호령하는 김영호 대표의 '사자후'를 지면에서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국회에 가보면 더러 초등생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래의 주역이 직접 민의의 전당을 보고 민주주의를 배우고 민주시민으로서 역량을 키우려는 현장학습일 것이다. 그 때마다 너무 많은 오점으로 얼룩진 헌정사를 생각하며 무엇을 배울지 의문이 드나 희망을 갖곤 했다. 그런데 언론 관련 법 처리를 둘러싸고 불법, 거짓이 난무하는 국회를 보고 어린이들이 절대로 보고 배워서는 안 될 곳이란 생각이 든다.

'안건 토론'도 없는 학급회의가 있다면?

가끔 모의국회를 운영하는 초등학교가 있다. 토론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훈련을 쌓아 민주의식을 고취시키려는 교육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학급회, 학생회를 통해 민주주의를 훈련한다. 보통, 직접, 평등, 비밀투표의 원칙에 따라 회장을 선출한다. 학급이나 학교운영에 관한 안건을 상정하고 활발한 토론을 거쳐 표결한다. 그 이전에 정족수를 확인하고 표결에 붙인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작년 12월 언론관련법 제-개정안을 내놓자마자 직권상정을 주장하며 날치기 통과를 획책했다. 공청회 등 어떤 여론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자당 국회의원들이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말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조차 틀린 사실을 말했고 그것은 전파를 타고 저녁 9시 TV뉴스에 그대로 보도됐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셈이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들은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당시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 의장이 위헌 조항을 정비하는 것이란 헛소리를 했다. 신문법이 규정한 신문-방송겸업금지는 합헌판정을 받았는데 마치 위헌판정을 받은 것처럼 말한 것이다. 또 박희태 당대표는 은행법 개정안과 착각했는지 소유한도를 4%를 10%로 늘리자는데 민주당이 어거지로 반대한다며 비난했다. 현행법은 신문과 거대재벌이 방송을 가질 수 없도록 규제하는데 소유지분을 20%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학급회에서 안건토론도 없이 다 아는 거짓말을 하며 날치기 통과를 벼른다면 어린 학생들이지만 가만히 있겠는가?

여론수렴 절차생략에 대해 국민적 반발이 크자 한나라당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란 거창한 이름의 논의기구의 설치를 민주당과 합의했다. 야당측 추천위원들이 국민적 관심사이니 여론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 뜻을 알아보고 그것을 법에 반영하자는 주장이었다.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이 완강하게 반대했다. 법을 만들면서 왜 국민의 의사를 묻느냐며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초등학교 학급회에서 학급운영규칙을 만들면서 급우의 의견을 무시해도 좋다며 밀어붙인다면 과연 찬성하는 학생이 있을까?

'법안'도 없이 직권상정한 한나라당

모든 법은 모든 국민의 사회-경제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모든 법의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소상히 알 권리를 가진다. 그 까닭에 모든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심도 있는 법안심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언론관련법은 소관 상임위에 상정된 적도 없으니 당연히 법안심사가 없었다. 따라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직권남용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직권상정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국회의장은 결국 직권상정했다. 초등학교 학급회에서 회장이 이 따위 비민주적인 월권을 한다면 급우들이 그냥 두겠는가?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언론관련법에 대해 한마디 했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발각 뒤집혔다. 국민의 뜻을 들을 필요가 없다던 그들이 그녀의 언급을 받아들여 허급지급 최종수정안을 마련한 모양이다. 그 내용이 토론되거나 공표된 바가 없으니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몇 사람을 빼고는 모르는 상태였다. 국회법 95조1항은 "의안에 대한 수정동의는 그 안을 갖추고 이유를 붙여 의원 30인 이상의 찬성자와 연서하여 미리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정안은 그 내용을 모르는 의원들이 많을 테니 당연한 규정이다.

그러니까 신문법, 방송법 수정동의안은 본회의 소집요구시간인 7월 22일 오후 2시 이전에 제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윤성 부의장이 오후 3시 34분 개의를 선포한 다음에야 두 법 의 수정개정안이 의안과에 접수됐다. 법안 도착 시간이 신문법은 3시 38분, 방송법은 3시 37분이라는 것이다. 직권상정을 그토록 노래하더니 법안도 없는 상태에서 직권상정한 꼴이다. 없는 법안을 놓고 표결한다고 난리를 피웠으니 그것은 처음부터 원천무효이다. 초등학교 학급회에서는 없는 안건을 올리고 표결에 붙인다고 난장판을 벌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동네 깡패들은 '쪽수'를 믿고 횡포를 부린다

초등생들도 정족수를 잘 안다. 학급회를 열더라도 먼저 성원보고부터 하고 정족수에 모자라면 다음에 회의를 열기로 하고 산회한다. 그런데 이윤성 부의장은 정족수 미달상태에서 표결에 붙였다. 당연히 원천무효이다. 그것도 부결이 되었으니 법을 떠나서 당연무효이다. 그런데 재표결에 붙였다. 일사부재의 원칙에 어긋나니 원천무효이다. 초등생들도 의결정족수와 일사부재의 원칙을 잘 안다. 한나라당은 그것을 합법이라고 우긴다. 그래도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라며 목에 힘을 주면서 말이다. 초등생들이 뭐라고 말할지 두렵지 않나?

동네 깡패들은 쪽수를 믿고 횡포를 부린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이란 이유로 국회 본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조폭의 얼굴을 하고 의장석 주변을 점령하고 야당 의원들의 접근을 막았다. 그들이 언제 어느 틈에 투표했는지 유령이나 알 일이다. 대리투표 의혹이 폭 넓게 제기되고 있다. 정황적으로 조직적인 대리투표가 이뤄졌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대리투표는 부정투표이다. 원천무효이다. 초등생들도 직접투표, 비밀투표의 의미를 잘 안다.

직권상정의 주역 김형오 국회의장, 언론법 개악의 주역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재석의원으로 잡혔고 투표권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대리투표를 입증하는 것이며 부정투표이다. 이런 부정투표가 자행되었는데도 집권세력은 합법통과로 간주하고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다수당의 의회 쿠데타이다. 3-15 부정선거를 저지른 이승만이 국민의 힘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났다. 그 망령이 한나라당이 지배하는 국회에서 부활했나 보다.

헌정 유린이 '승리'라니…'권력 중독'도 중증

'초딩'이라는 은어가 있다. 초등생을 가리키는 말이다. MB정권은 초딩과도 싸운다는 말이 있더니 어린 초딩도 다 아는 불법 날치기를 저질렀다. 그들이 뭐라고 말할지 참으로 부끄럽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불법을 예사로 저지르니 어떤 존재이유도 존재가치도 없다. 민주당 의원들이 사표를 던지는 현실이 참으로 통탄스럽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헌정유린을 승리로 알고 도취해 환희의 춤을 추는 모습이다. 국민은 민주주의가 생매장 당했다고 통곡하는데 그 소리를 못 들으니 권력중독도 중증에 걸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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