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7일 새벽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을 체포한 것을 두고 반발 여론이 거세다. 전국언론노조와 민주당 등 정치권은 '기획 수사', '폭력 연행' 의혹 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의 최상재 위원장 체포가 지난 22일 한나라당의 언론 관련 법 강행 처리에 반발하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여론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최상재 위원장은 이날부터 옥중 단식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최상재 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찾아온 추미애·김상희 의원, 김순기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등을 만나 "언론악법 원천 무효 투쟁을 막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 의한 불법·부당 체포"라며 "노조 탄압에 항의해 오늘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검·경, 총파업 하기 전부터 '최상재 체포' 논의?
전국언론노조와 민주당 등 야당은 경찰과 검찰이 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기 전부터 최 위원장 체포를 준비해왔으며 MBC나 국회 등 해당 기관의 고발도 없이 수사를 벌여왔다는 '기획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이날 민주당 의원 등과의 공개 면담에서 박용만 영등포서 수사과장이 "17일부터 검찰과 영장 발부 여부를 상의했다"고 밝힌 것이 논란이 됐다. 박 수사과장은 '검찰에서 영장 신청하라고 지시 왔나'는 질문에 "협의했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이에 언론노조는 "17일은 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지도 않은 상태로 야간 문화제는 물론 국회 진입 등이 발생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며 " 검·경이 언론노조의 언론악법 저지 투쟁을 막기 위해 발생하지도 않은 사건을 전제로 미리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체포 계획을 세워 놓았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경찰은 언론노조 총파업 이후에 벌어질 일을 예견하고 소환장을 보냈다. 짓지도 않은 죄를 미리 예견한 조작된 소환장을 발부한 것"이라며 "최소한의 인권과 인륜마저 저버리고 문서까지 조작하는 검·경의 만행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또 경찰의 '인지 수사'도 도마에 올랐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체포 영장에는 MBC 본사 업무 방해, 국회) 침입,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 내용이 적시돼 있지만, 업무 방해, 국회 침입 혐의와 관련해 MBC와 국회는 최 위원장을 고소, 고발한 적이 없다"며 "경찰은 인지 수사라고 했다. 결국 미디어법 처리 저지 투쟁과 관계 없이, 언론노조 활동 전반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팔 꺾고 수갑 채우고"…폭력 연행 논란
폭력 연행 문제도 제기됐다. 언론노조는 "경찰은 언론노조 총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22일, 23일 하루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소환장을 보냈고 그 직후 최상재 위원장을 긴급 체포했다"며 "언론노조는 총파업을 정리하는 상황이 남아있어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밝힌 뒤 출석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연행될 당시 최상재 위원장은 큰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 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으며 운동복과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위원장은 "도주하지 않겠다. 따라가겠다. 그런데 옷 상태가 이러니 옷을 갈아입고, 양말을 신고 나오겠다"고 말했고 부인도 옷을 갈아입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찰은 묵살했다.
언론노조는 경찰이 체포, 연행 과정에서 폭력을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들은 최 위원장을 부인과 막내 딸, 마을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양팔을 꺾고 수갑을 강제적으로 채웠다. 이 과정에서 최 위원장은 발목에 부상을 입었다"면서 "이에 대해 경찰은 의료 조치도 전혀 없이 영등포경찰서로 이송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여론의 비난에 민주당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며 발뺌했다 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경찰이 (처음에) '가족이 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우지 않았으며 최 위원장이 양복 정장을 하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그 후 경찰은 잘못을 시인했지만 '연행 상황을 잘못 보고받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영등포 경찰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7월25일 남부지방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 영장에 의해 검거했다"며 "미디어법 저지를 위해 7월21일부터 24일까지 총파업 지침에 따라 MBC 본사에서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하고,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문화공연을 가장한 미신고 야간집회 등의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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