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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구동성' 언론…한국 등장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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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구동성' 언론…한국 등장 '초읽기'

[최진봉의 뷰파인더] 미디어법 강행 처리 명분의 허구성

한나라당이 22일 야당, 언론단체,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미디어 관련법을 직권상정으로 처리했다. 여야가 본회의장 동시 점거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으며 극한 갈등을 빚었던 미디어법은 민주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재투표까지 실시하는 초유의 사태를 거쳐 가결됨에 따라 법안의 효력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표결 과정에서도 대리 투표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과 언론단체, 시민단체들은 법안 통과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제1야당을 포함한 야권 의원들의 공동 의원직 사퇴가 제기됨에 따라 헌정 사상 초유의 야당 부재 사태가 초래되면서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이렇게 정치권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정부와 한나라당은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사 진출을 허용하려는 걸까? 표면적인 이유는 방송 콘텐츠의 다양성 제고를 통한 방송산업 육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보수적인 성향의 신문사와 친 정부적인 성향의 대기업들이 방송사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속내가 감추어져 있다.

앞으로 미디어 다양성 제고된다고? 천만의 말씀!

그렇다면 대기업과 신문사들이 방송사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미디어법 개정을 밀어붙인 정부와 한나라당이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사 진출 허용의 표면적인 명분으로 내세운 여론의 다양성과 방송 콘텐츠의 다양성이 미디어법 통과로 제고될 수 있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오히려 여론의 독과점이 심해질 것을 염려한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주장에 따르면, 신문사와 대기업이 방송사를 소유하게 되면 방송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여론의 다양성도 높아질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버트 그린왈드 감독의 다큐멘터리 <안티폭스>(원제 OutFoxed) 포스터. <안티폭스>는 거대 미디어 그룹에 지배된 미국 방송뉴스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상식적으로도 설득력이 없다. 신문사와 대기업이 방송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면 언론 시장의 독과점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언론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할 경우,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언론 시장의 소유 지배력을 높여가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도 정부가 언론사 소유 규제를 풀어준 이후,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들이 다양한 언론사의 소유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언론 시장을 야금 야금 잠식해 왔다. 그 결과 현재 미국 언론 시장은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에 의해 미디어 산업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분배가 장악되어 있다. 결국 미디어 소유 규제의 철폐로 미국의 언론 시장은 소수 거대 미디어 그룹들에 의해 독과점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전 언론의 '이구동성' 시대가 온다

이러한 언론 시장의 독과점은 또 다른 문제점을 불러오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여론의 다양성 훼손이다. 대기업과 소수 언론사에 의해 언론 시장이 독과점 되면, 언론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대기업과 언론사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내용의 뉴스와 프로그램만 제작하게 되고 이는 결국 여론의 다양성이 말살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특히, 상업적인 이윤 추구를 목표로 운영되는 기업이 방송사에 진출할 경우, 방송 운영의 목표에 기업적 가치인 이윤 추구를 적용시킴으로써 기업의 경제적 이익 추구에 적합한 내용의 뉴스와 프로그램만을 제작하여 방송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 허용과 함께 방송사와 신문사의 겸영 허용도 여론 독과점을 불러 오게 될 것이다. 신문사가 방송사를 함께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방송사와 신문사의 합병이 이루어지게 되고 이는 결국 다른 목소리를 내던 언론사들이 하나의 목소리만 내는 하나의 언론사로 통합되게 된다.

이러한 합병을 통해 자본력이 풍부한 소수의 언론 기업들만 살아남게 되고, 살아남은 소수의 언론기업들에 의해 여론이 장악되게 마련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소수의 보수 신문사들이 신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사까지 소유하게 되면 보수적인 여론이 우리 사회를 장악하게 되어 다양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이 무너지게 된다.

'지역 언론' 종말 부르나

소수 미디어 그룹에 의한 언론 시장 독과점은 여론의 다양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지역언론의 다양성도 말살 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소수 미디어 그룹이 지역 언론을 장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지역 언론사를 자본력을 이용해 직접 사들이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자신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의 공급을 통해 경제적인 이윤 추구와 함께 지역 여론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거대 미디어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ABC, CBS, NBC, FOX 등 4개의 주요 방송사가 거의 대부분의 지역 방송국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거대 미디어 그룹 소속 주요 방송사들은 지역 방송국에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지역 방송국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경제적 이득을 챙기고, 자사 프로그램의 공급을 통해 지역 여론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역 방송국 경영자들은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최소의 인원으로 방송국을 운영하면서 자체 제작 프로그램은 줄이고 거대 미디어 그룹 소속 방송사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 시청자들이 지역 현안이나 이슈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고, 지역 방송국은 거대 미디어 그룹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단순히 전송하는 역할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해 지역언론의 활성화를 막고 있다.

결국,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국 진출 허용은 언론 시장의 독과점을 초래하게 되어 여론의 다양성을 훼손하게 되고, 나아가 지역언론의 활성화를 방해하여 지역언론을 고사시키는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사 소유를 허용하는 미디어법을 30분 만에 날치기로 통과시킨 한나라당은 분명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실수를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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