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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방통위…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심사기준'도 안 밝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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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뻔뻔한 방통위…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심사기준'도 안 밝히나"

[토론회] "MB정부에 '공영방송 이사회'는 '방송 장악' 돌격대?"

"오늘날 이사회는 공영방송이 국민의 알 권리와 참여를 위한 '독립적인 공적 기구'가 되느냐, '집권 세력의 나팔수'가 되느냐, 혹은 민주주의와 무관한 '고립된 섬'으로 도피하느냐를 가름하는 요인이 된다.

지금 우리나라 공영방송 이사회는 어떤 위치에 서있을까? 2008년 KBS 이사회 파동을 보면 KBS 이사회는 이제 '민주적 공론장의 수호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거세당하고 방송장악의 돌격대로 강제 구조개편 당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한국방송(KBS) 이사직에서 강제 해임된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는 9일 국회 헌정기념관 회의실에서 열린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민주성, 투명성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는 8월이면 임기가 만료되는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교체를 두고 "MBC 사장 역시 앞으로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공산이 크다. 제2의 KBS의 파동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날 토론회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일방적으로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임원 32명에 대한 선임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는데 대한 비판이 높았다. 특히 방통위가 지난 3일부터 KBS와 방문진 이사 등에 대한 후보자 접수를 진행하면서도 최소한의 지원 자격이나 심사기준도 밝히지 않은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이사 후보 모집 공고에 '지원 요건'이 있는 건 '상식' 아니냐"

방통위는 지난 1일 공영방송 이사에 대한 선임 계획을 의결하면서 △자천·타천과 중복 지원을 가능케하고 △별도의 추천위원회 없이 방통위원들이 직접 선임하며 △MBC 방문진의 경우 노사 추천 몫을 보장해온 관행을 무시하겠다는 결정 외에 아무런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방통위가 '이사 후보자 모집 공고'에 낸 요건도 마찬가지. KBS와 MBC 이사가 되려하는 후보자가 제출해야할 서류는 지원서, 결격사유 확인서, 기본증명서, 최종학력증명서, 경력증명서 및 관련 자격증(사본) 각각 1부 뿐이다.

이에 대해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 공고에서 공영방송 이사와 관련된 흔적은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익성을 제공하기 위해 일하실 역량있는 분들의 많은 응모를 바랍니다'라는 문구밖에 없다"면서 "공영방송 이사를 뽑는다면 활동 계획과 구체적인 지원 요건이나 대표성이나 전문성, 민주성 등 심사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양 사무총장은 "공영방송 이사란 사장 선임과 더불어 경영 전반에 대한 개입이 가능한 자리이며 한 달에 두 번 회의 갈때마다 30만원 씩 거마비 받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300~330만원의 월급이 꼬박꼬박 통장을 채우는 자리"라며 "이런 자리에 심사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지금 공고에 제시된 자료만 가지고 공영방송의 이사를 뽑는다면 그 방통위원들은 '신'이거나 '찍기 도사'거나 외부에서 받은 오더를 집행하는 '꼭두각시' '거수기'일 것"이라며 "방통위 상임위원들에게선 도무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자세나 태도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상윤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정치적 논공행상으로 공영방송 이사를 뽑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공모 시기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예전에도 방송위원회 구성이 늦어져 각 이사 선임도 몇달 씩 늦어지기도 했다"면서 방통위의 '전향'을 촉구했다.

정 교수는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 어떤 사람을 뽑느냐'는 것이고 지금이라도 시민사회와 함께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우리나라 방송의 민주화와 언론 선진화를 위해 노력할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양문석 사무총장은 방통위원 5명이 직접 32명의 공영방송 이사·감사 등을 선임하기로 한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그간 방통위는 허가·재허가 심사 등을 추진할때 방통위는 상임위원 일부와 외부 심사위원들을 위촉해 위원회를 구성했고 반드시 심사기준을 만들어 사전에 공표해왔던 좋은 전례들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공영방송 이사를 뽑는 과정에서는 추천위원회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방통위원 5명이 결정하겠다고 하느냐"며 비난했다.

"엉성한 선임 규정…민주당 안이했던 것 아니냐"

방통위의 이사 선임 권한을 포괄적으로 규정해 방통위의 공영방송 장악 가능성을 열어 둔 제도의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선임에 아무런 세부 규정이 없는 입법 미비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초선으로 국회에 들어와보니 방통위 이사 선임 제도를 어떻게 저렇게 해놨나 싶더라"라며 "민주당이 여당이었을때 정권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 제도를 잘 만들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그는 "'국민의 뜻대로' 해야하니 방송까지 모조리 넘겨주자는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니라면 안일하게 생각해서 대체적인 틀만 법에 규정하고 세부적인 것은 시행령으로 미뤄놔 중요한 사안이 원래 의도와 어긋나게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민주성·투명성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신태섭 전 KBS 이사가 발제하고 있다. ⓒ프레시안

그러나 '제도'보다 '운영하는 이들'의 문제라는 지적도 많았다.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그간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은 늘 정치적 안배가 있었으며 정권에 독립적인 조직이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방문진이 실질적으로 MBC를 장악하려는 조직이 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방문진에 어떤 인물이 올 것이냐 하는 것은 법과 제도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한다"면서 "방문진은 방송 경영에 전문 식견을 가진 분이라기 보다 사회적 공기인 방송에 대한 철학이 투철한 이들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역임했던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문제는 제도보다는 사람"이라며 "방통위가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체제 구축을 위해 완장을 찬 최시중 위원장이 있는 한 아무리 좋은 제도와 관행이 있어도 안된다. 이 정권은 방송 장악의 뻔뻔한 확신범이기 때문에 '9:0'이 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돌아앉은 돌부처에 비는 심정", "기대 난망"…'무기력'

공영방송 이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임하기 위한 많은 방안들이 제기됐다. 그러나 동시에 학계와 시민사회의 온갖 비판과 요구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방통위에 대한 답답함과 무기력함을 호소하는 발언이 함께 나왔다.

신태섭 전 교수는 "공영방송 이사회가 정부나 다수당에 의해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도록 추천과 선임 과정에서 인원수와 구성을 안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공영방송이사추천국민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특정 정파에 유착해서 정치적 이익과 업무를 관련시킬 인물은 한명이라도 되면 안된다"고 강조하면서도 "현 상황에서 방통위가 스스로 국민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을까. '기대난망'이다"라고 말했다.

신 전 교수의 '공영방송이사추천국민위원회' 제안에 이근행 MBC 노조 위원장은 최근 방통위가 '거부' 입장을 밝힌 MBC 노사 추천 이사 논란과 관련해 "만약 투명하고 민주적인 제도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소위 '방문진 이사의 노조 추천 몫'에서 손을 떼겠다"고 말했다.

양문석 사무총장은 "일단 방문진 이사회와 서울 MBC 이사회의 분명하고 바람직한 관계가 설정되어야 한다"며 "방문진 이사회가 대주주로서의 역할에 집착할 경우 MBC 경영에 관한 일상적 개입으로 나타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주회사로서의 리더십에 주목할 경우 방문진 이사회의 역할과 임무는 MBC 전체가 어떻게 공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느냐에 집중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돌아앉은 돌부처를 향해 절하고 기도하는 심정"이라며 "'기득권과 정부로부터의 초연'은 방송이 기득권 세력이나 정부와 야합하지 말고 그들에게 비판적 자세를 취하라는 뜻이다. 공영방송 이사 후보로 나서는 이들은 과연 이런 자세를 엄호해줄 의사와 용기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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