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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유혈 사태를 통해 본 '中國之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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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유혈 사태를 통해 본 '中國之病'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58>

중국 신장 위구르(新疆維吾爾)의 우루무치(烏魯木齊) 자치지역에서 대규모 유혈 시위가 발발, 중국 당국의 발표만으로도 7일 현재까지 15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그런데 이는 2008년에 중국의 티베트, 즉 시짱(西藏)의 라싸(拉薩) 자치지역에서 발발한 유혈 사태의 사망자 20명보다 8배 정도나 많은 숫자이다. 이로 인해 이번 사태는 '소수민족 판 천안문 사태'라는 칭호마저 지니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현재 국제사회에서 화려하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이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번 사태에 대해 이처럼 무자비하게 반응하고 나선 것일까?

960만㎢의 광대한 면적에 13억이라는 인류사상 유례없는 인구를 지닌 단일 국가 중국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의 특색을 지닌다. 북경이나 천진, 상해나 광동 등지의 발달한 동부 연안 지역이나 동북 3성의 조선족 자치지역 등을 주로 다니는 외국인들로서는 우주 삼라만상을 옮겨놓은 듯한 중국의 다양한 모습을 실감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외국인들에게 중국의 다양성을 실감할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권하고 싶은 한 가지는 바로 중국의 소수민족을 접해 보라는 것이다. 중국의 소수민족은 얼굴 모습이나 언어, 의식주 등이 민족에 따라 그야말로 천양지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56개의 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 중국의 인구 분포를 보면, 주류 민족인 한족이 92%를 점하고 있고 55개 소수민족이 나머지 8%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8%에 불과한 이들이 광대한 중국 대륙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65%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은 중국 전체 면적의 1/3을 점하고 있는 해발 2000m 이상 되는 고지대가 적지 않다. 그러한 지역에서는 공업은 고사하고 농업조차 여의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민족들의 정착지는 중국에서도 가장 낙후된 빈곤지역으로 일컬어지는 곳들이 적지 않다.

한편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즉 지금의 중국을 건국한 중국 공산당은 모든 민족의 통합과 평등, 그리고 안전보장이라는 명목으로 국경 부근에 위치한 내몽고, 신장 위구르, 링샤의 회족, 시짱의 티베트 족 및 동북의 조선족 등과 같은 소수민족들에 대해 분리독립을 용인하지 않는 대신 자치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국가통합을 도모했다. 이들 지역에 중앙으로부터 한족 출신 당간부를 파견하여 정치권력을 장악하였고 한족을 대량으로 이주시켜 소수민족과의 동화를 진행시켜 온 것이다.

그러는 한편 중국 정부는 주류 민족인 한족들로부터도 '역차별'이라는 비난마저 들을 정도로 이들 소수민족에 대해 엄청난 규모의 재정보조나 대형 프로젝트 실시 등과 같은 경제 원조를 아끼지 않았다. 해안 지역에 위치하여 경제 발전에 유리한 동부 연안지역으로부터 막대한 세금을 징수하여 낙후된 이들 지역의 경제 진흥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동부의 돈으로 서부를 먹여 살린다"는 비난 등을 면치 못했던 것이다. 한 예로 중국의 중앙 정부는, 신장 위구르 지역에 대해서도 개혁개방 전에 중국 대륙 전체가 헐벗고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1955년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약 900억 위안(약 18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정지원을 전개해 왔다. 그럼에도 신장 위구르 지역의 경제는 아직도 중국의 여타 지역에 비해 가장 낙후된 모습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앙 정부의 이와 같은 노력은 오히려 동부(한족)와 중서부(소수민족) 간의 갈등과 대립을 심화시키는 예상 밖의 역효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동부 지역으로부터는 "왜 우리가 피땀 흘려 번 돈을 게으른 자들을 위해 쏟아 부어야 하는가!"라는 불만이 팽배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한편 중서부 지역으로부터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동부 지역에서의 거주라는 큰 혜택을 받은 자들이 자신들의 수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세금을 내면서 생색내며 괄시한다!", "우리도 자존심이 있다. 우리에게도 동부지역과 같은 환경 속에 살게 해달라!" 라는, 동부 지역 우대에 대한 반발과 중국 사회 부의 불평등 심화 등에 대한 원성이 축적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족과 소수민족 간의 앙금은 더더욱 깊어만 갔으니, 급기야는 양측으로부터 "어차피 우리는 모든 것이 서로 다르지 않은가…"라는, 중국 정부로서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조짐조차 보이기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특히 티베트 족과 위구르 족은 각각 티베트 불교와 이슬람교라는 종교를 정신적 지주로 하며 바로 옆에 위치한 '같은 민족'이 세운 '다른 나라'와 국경을 초월한 '같은 민족끼리의 통합'도 추구하는 분리 독립운동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며 북경 당국을 설상가상의 딜레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1997년에 발발하여 당시 약 100명의 사망자를 초래했던 분리독립 운동이나 이번의 유혈사태는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부상은 가히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될수록 중국 또한 과거와 달리 국제사회를 그 만큼 강하게 의식하게 되었다. 이번 유혈시위 사태 발발 직후, 중국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외신 취재단에게 그 현장을 공개한 것도 바로 국제사회를 강하게 의식하게 '변화된' 중국의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이번에도 대규모 유혈사태를 초래할 만큼 과단하게 반응하고 나선 것은 지금의 중국으로서는 '변화하기 힘든' 그 무엇과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바로 중국 정부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며 가장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중국의 국가주권과 영토보존에 직결되는 사안이었기 때문인 것이다.

영토면적이 광대한 중국은 15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로 인해 이미 10여 개 국과 영토분쟁을 벌인 적이 있으며 현재도 분쟁 중에 있는 국가 또한 있지 않은가. 게다가 중국 주변에는 한반도의 불안정과 같은 '불씨'나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대륙과 같은 다양한 '위험지역'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티베트 독립세력이나 신장 위구르 독립세력 등이 있는가 하면, 외부에서 이들을 지지하는 '불온세력' 들도 도사리고 있다. 특히 국가안보의 최대위협을 내부로부터의 요인으로도 파악하고 있는 중국은 '주권'이나 '안보'개념에 대해 그 어느 나라보다도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2008년 3월에 발생한 티베트사태에 대한 진압이나 이번과 같은 강경 대처 자세는 그 예측이 어렵지 만은 않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 쉽게 치유되기 힘든 "중국병(中國之病)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너무도 광대하며 이질적인 인자들을 단일 국가라는 하나의 틀로 통합해 나가고자 하는 그 욕망은 버릴 수 없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고난과 시련들 또한 온전히 치유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지 이번 사태와 같은 중국병의 합병증은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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