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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실패한 '신방겸영', 왜 따라가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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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실패한 '신방겸영', 왜 따라가려 하나

[최진봉의 뷰파인더]<15>'신방겸영'의 폐해, 미국에선 '상식'

미디어법 개정을 위해 정부와 한나라당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의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해 오는 7월 13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회법에 따라 한나라당이 제출한 미디어법안을 표결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다로 '쪽수'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태도는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여야 합의를 통한 법안처리의 자세도 무시한 채 다수 의석의 힘만을 이용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의회 독재에 다름 아니다.

지난 2월 여야 합의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산하에 설치돼 100일 동안 미디어법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수렴과 미디어법 개정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작업을 수행했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원회)는 결국 파행으로 활동시한을 마감, 여야 추천위원들은 각각 별도의 반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시기만 늦춰졌을 뿐, 기존의 한나라당안과 별 차이가 없다. 만일 한나라당이 제안한 미디어법안을 시행된다면 우리나라 언론시장은 보수신문과 재벌에 의해 독과점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여론의 다양성과 언론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보수 기득권층의 여론이 사회 전체적 여론을 지배하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광고 경쟁' 美 신·방 겸영 언론사 뉴스 25% 줄어들어

미국의 언론 시민단체인 '프리 프레스(Free Press)'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이 미국 내 언론 시장의 독과점화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2007년 12월 미국 내 20개 대도시에서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법안은 곧바로 언론단체와 언론학자,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많은 반대와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고, 결국 2008년 5월 미국 상원은 국민들과 언론단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신문ㆍ방송 겸영 허용 법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켰다. 국민들의 여론과 언론단체, 그리고 언론인과 언론학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고 무시해 버리는 우리나라 여당 의원들과는 달리 국민들의 의견을 정책 결정에 적극 반영하는 미국 상원의원들의 태도야말로 바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올바른 모습이 아닐까 싶다.

'프리 프레스'는 신문과 방송 겸영이 허용될 경우, 언론 시장의 독과점화가 가속화되어 소규모 언론사들은 점점 줄어들고 거대 미디어 그룹은 더 많은 언론사를 소유하게 되어 이윤 창출의 극대화를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신문ㆍ방송 겸영 허용은 거대 미디어 그룹의 경제적 이윤 추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소수 미디어 그룹에 의한 언론시장 독과점으로 인해 사회적 여론의 독과점화를 유발 하게 된다.

이와 함께 신문 방송 겸영 허용은 지역 언론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프리 프레스'와 미국 소비자 연합이 함께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 지역에서 신문과 방송을 겸영 하고 있는 언론사의 경우 전체 방송 프로그램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뉴스 프로그램이 줄어든 이유는 더 많은 광고를 차지하기 위해 시청률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공익성과 공영성이라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이윤추구가 최상의 가치로 인정되는 거대 미디어 그룹들에게는 거추장스러운 구호에 불과하고 오로지 기업의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신문과 방송을 겸영하는 미디어 그룹들은 경제적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지역 소식이나 뉴스는 점점 줄여나가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역의 시청자와 독자들은 신문 방송 겸영이 허용될 경우,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지역 현안과 관련된 뉴스를 습득할 기회마저도 상실하게 된다.

'사회적 소수'를 위한 언론이 사라진다

나아가, '프리 프레스'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할 경우, 지역에서 소규모로 방송국이나 신문사를 운영하는 언론사들이 자본을 앞세워 언론시장을 공략하는 거대 미디어 그룹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언론사 운영을 포기 하거나 거대 미디어 그룹에 흡수되게 되어 소규모 지역 언론사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소수민족이나 여성 등 미국 내 사회적 약자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그들의 주장을 사회에 알려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소수민족이나 여성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언론사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신문 방송 겸영 허용은 우리사회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통로를 막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고, 지역 뉴스 시간의 축소로 지역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의 표출을 제한하는 역기능을 불러 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들로 인해 미국 국민들의 경우 신문 방송 겸영 허용을 반대하는 의견이 훨씬 많다. FCC는 신문ㆍ방송 겸영 등 언론관련 법안을 개정 할 때는 반드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의견 수렴과정은 모두 영상으로 촬영하여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프리 프레스'가 FCC 홈페이지에 게재된 지난 2006년 10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열린 미디어 소유 제도에 관한 여섯 차례의 주민 공청회 내용을 분석한 결과, 주민 공청회에서 나온 일반인들의 발언 중 99%는 신문ㆍ방송 겸영 허용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일반인 발언 중 신문ㆍ방송 겸영을 찬성하는 의견을 제시한 사람은 단 한사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실패한 언론정책을 따라가려 하나

미국 내에서 신문 방송 겸영에 반대하는 의견은 단지 일반 시청자들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미국 의회 의원들과 정치인들도 거대 미디어 그룹의 언론 시장 독과점과 신문 방송 겸영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미국 상원 의원들은 지난 2007년 신문ㆍ방송 겸영을 반대하고 거대 미디어 그룹의 언론사 소유의 제한을 촉구하는 법안인 '2007 미디어 소유법(Media Ownership Act of 2007)'을 발의했다. 이 법안 발의에 참여했던 의원들 중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가 포함 되어 있다.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에 의해 언론 시장 90%가 장악되어 여론의 독과점이 심각한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 그리고 국무장관이 나서서 언론시장과 여론의 독과점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여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언론사의 소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 대통령과 여당 국회의원들은 미국의 실패한 언론 정책을 따라가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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