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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 美국무부 차관보의 두 번째 작품은?

[한반도 브리핑] 오바마 행정부 '전략적 관리론'은 북미대화

지난 6월 말 미 국무부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문제를 총괄할 커트 캠벨 차관보의 상원 인준안이 통과됐다. 지명된 뒤 두 달 여 만이다.

이로써 미 국무부의 대북정책 라인은 필립 골드버그 특사를 비롯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 김 특사, 커트 캠벨 차관보 등 4인방으로 구성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1874호를 이행하는 관계 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고, 필립 골드버그 전 볼리비아 대사를 특사로 임명한 바 있다.

국무부의 대북라인이 확정되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좀 더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놓친 북미대화의 기회를 이번에는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 차례의 대미 메시지와 두 차례의 대화 기회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후 2차례 북미대화의 계기를 놓쳤다. 첫 번째는 지난 2월 북미가 두 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때이다. 2월 3일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와 민간전문가 7명이 4박 5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은 방문단에 미국과 양자대화를 제안하며 직접대화가 열려야 6자회담 유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요구에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은 채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하는 메시지만 보냈다.

2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 후 북한의 2차 메시지가 전달됐다. "북미관계정상화를 통해 비핵화를 하자"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월 3일 면담 때보다 강경했다.

북한은 클린턴 장관이 순방 중 내뱉었던 "북한 급변사태" 발언을 대화 제안에 대한 거부로 판단했다. 이때부터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고했고 4월 5일 발사했다. 이에 앞서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미사일을 쏘지 않으면 평양을 방문할 용의가 있고, 직접대화도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측에 전했지만 북한은 '임시변통식'의 대화제의라고 일축했다.

두 번째 기회는 북한이 4월 5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직후였다. 미국 내에서는 제재냐 대화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북한의 핵실험이 예상되는 시점이었다. 4월 중순 북미간에는 다시 메시지가 오고갔다. 북한이 협상 의사를 전달했고, 오바마 행정부는 억류된 여기자 석방을 위한 대북 특사를 고려했다.

그러나 북의 협박에 굴복해선 안 된다는 강경론과 인도적 협상론 사이에서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군부 출신들이 주도권을 잡았다. 이때부터 미국은 북한에 대한 무시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이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파키스탄, 이란 등에 밀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 특사 파견을 반대했다는 설이 흘러나온 것도 이때쯤이었다. 그러자 북한은 5월 25일 2차 핵실험으로 맞대응했다. 아서 브라운 전 오바마 인수위 전 정보팀장이 밝혔듯이 북한이 4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 곧바로 미국이 양자회담을 제안했더라면 핵실험은 없었을 것이다.

어느 쪽의 책임이 더 컸는지 상관없이,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은 대화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된 커트 캠벨의 '전략적 관리론'이 주목된다.

미-중-일 3자 협의체의 부상이 뜻하는 것은?

중요한 대목은 캠벨 차관보의 공식 임명과 함께 북미가 다시 한 번 직접대화를 복원할 수 있는 기회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2차 핵실험 이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긴 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미룬 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미국은 금융제재를 중심으로 대북 압박에 나서고 있지만 모양새를 갖춘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북미간 특사교환을 위한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반도 정세는 제재와 긴장 고조로 이어질지,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지 다시 한 번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이제 '상근'인 캠벨 차관보의 구상과 행보가 주목된다. 캠벨은 6월 10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북핵 보유 불인정' 입장을 강조하면서, 동맹국들에게 핵 억지력를 확대한다는 미국의 결의를 재확인하는 것이 동아시아 정책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캠벨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하며, 앞으로의 대북 협상에서는 핵시설에 대해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식 임명된 뒤 나온 켐벨 차관보의 첫 작품은 미국과 중국, 일본이 참가하는 3국 협의체를 발족하는 것이었다. 일단 국장급으로 대화를 시작해 차관급으로 격상시킬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일부 언론들은 이 3개국 대화가 국제질서의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며 향후 중요한 동북아 정세를 협의할 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중국은 미국 및 일본과 각각 고위급 대화를 갖고 있고, 일본과 미국도 고위급 대화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3개국 공동의 대화채널을 가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중-일 3자협의체 구상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과 2007년에도 중국의 제안으로 제기된 바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없는 자리에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지 말라"는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이의 제기에 따라 백지화됐다.

동북아 역내 정세의 최대 불안요소인 북핵과 핵확산, 군비경쟁 등이 모두 한반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빠진 논의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게 당시 논리였다.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미국은 미중일 협의체에서 아시아 문제의 전체 틀을 협의하고 하부구조로 한미일 협의나 6자회담 등을 생각하고 있다"며 "결국 우리는 미중일 3자가 결정해 놓은 틀과 방향에 따라 각론이나 논의하는 장소에 참석 가능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는 일단 3자 협의체의 진행 방향을 관망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3개국 협의체에서 한반도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은 부인했다.

그러나 켐벨 차관보는 지난해 작성한 한 보고서에서 이미 "미국은 (아시아에서) 3자(미중일)협력을 통해 미국의 전략을 확대시켜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우선 3자간의 고위급 회담을 만들고 이를 3자 정상회담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번 3개국 협의체는 이 같은 구상의 시작일 뿐이다. 그 구상이 한반도 비핵화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한국이 제외됐다는 점만 분명하다.

'전략적 관리론'이 북미대화로 귀결되는 까닭

이 대목에서 다시 2월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보즈워즈와 함께 평양을 다녀온 모튼 아브라모비츠(전 국무부 차관보) 등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 자문그룹에 몇 가지 정책 권고를 했다.

미국이 경제위기, 이라크 등 중동문제 해결에 당분간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이 나올 때까지 한국 정부가 남북대화를 통해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달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한국 측 인사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모임이 끝나고 나가고 미국 방북단의 뒤에 대고 "너무 친북적인 발언 아니냐"는 내용의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며칠 뒤 이들 미국 방북단과 가까운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 대사는 오바마 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가 사용했던 '당근과 채찍'을 넘어서는 더욱 과감한 개입정책을 쓸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 변화를 위해 북한에 핵무장 해제를 먼저 요구할 게 아니라 과감히 평화협정 체결을 먼저 제기할 것을 촉구했다.

3월 서울에 온 아서 브라운 전 오바마 인수위 정보팀장도 "한국이 먼저 대화를 통한 해법을 미국에 주도적으로 제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등 대북 압박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5월 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 다음날 다시 서울에 온 브라운 전 정보팀장은 "미국은 북한과 양자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단언했다. 당시는 대북제재 논의가 불가피한 시점이었는데, 그렇다면 제재와 양자협상 중 미국의 본심은 무엇일까? 캠벨 차관보가 취임 전부터 주장해온 '전략적 관리론'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캠벨이 소장으로 있던 신안보센터(CNS)에서 나온 한 보고서도 최근 "장기적으로 비핵화를 실현하고 단기적으로 전략적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는 현재의 상황을 미국에 유리하게 재편할 수 있는 '전략적 관리'(a strategic management)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이 보고서는 핵 확산을 차단하고 더욱 강력한 제재를 추진하는 동시에 북한이 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외교적 신호와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라고 주문했다. 전형적인 채찍과 당근론의 배합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제재와 압박을 통해 미국에 유리한 조건의 협상에 응하도록 북한을 강제해 내겠다는 것"으로 "부시 행정부 시절의 대북 압박론의 복사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북 제재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보면 핵물질의 비확산을 강조하고 있는 캠벨의 전략적 관리론은 북미 직접협상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다.

즉, 동맹국의 의사를 존중하는 '스마트파워' 외교를 내세운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의 '선공'과 한국, 일본의 대북 압박론을 수용해 대북 강경 입장을 보였지만, 북한의 핵물질 추가 생산, ICBM 개발에 대응해 이를 저지해야만 하는 전략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5월 방한했던 브라운 전 정보팀장은 최악이지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로 "미국이 북한과 단독으로 만나고, 북한이 미국에 '영변 핵시설과 대포동 미사일을 줄 테니 평화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해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를 들었다.

이는 북한이 이미 개발된 핵무기와 노동미사일을 모두 가진 채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인도 모델식 북핵 해법, 즉 'NPT 체제 밖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의도와 일치하는 시나리오다.

물론 이 시나리오가 단기간에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캠벨 차관보의 첫 작품인 3국 협의체가 정상 가동되고, 일본 총선이 끝나는 시점에서 캠벨 차관보 주도로 만들어진 대북협상안의 큰 틀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대화의 프로세스가 '비핵화를 통한 북미관계정상화'로 될지, '관계정상화를 통한 비핵화'로 될지도 이때쯤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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