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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만든 문제를 왜 우리가 떠맡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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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만든 문제를 왜 우리가 떠맡아야 하는가"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57> '5자협의'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

동북아의 역학 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에 대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국가는 없다고 할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그나마 다른 국가들에 비해 강하지만, 중국의 속내 깊은 고민을 생각한다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 역시 국제사회에서 생각하는 만큼에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중국까지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중국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그래도 북한에 있어 중국은 '미워도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줘야 할 상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중 관계는 상대에 대해 속은 검게 타 들어가도 애써 태연해야 하는,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기" 관계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최근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운의 방중설 또한 이와 같은 북-중 관계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김정운의 방중은 오늘날의 북한에 있어 상대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지닌 국가는 중국임을 암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에 미국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핵 포기를 위한 5자 회담을 제안함과 동시에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강조하였다. 또한 이 대통령은 지난 주말 일본 방문에서도 북핵 해결을 위한 5자 회담의 필요성과 중국 역할의 중요성을 재차 역설하였다. 그러면서 한-미-일 3국의 밀접한 공조로 대중 설득에 적극 나서자고 주문하였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이와 같은 행보는, 우리 정부가 북핵 해결의 핵심 관건으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가진 한일 정상회담 등, 중국 설득을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외교 채널을 구사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명박 정부의 '최선'을 다하겠다는 노력의 일단에서는 '최선'이 느껴지질 않는다. 북핵 해결에 있어서 최중요 관건으로 중국 설득을 상정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중국 설득을 위한 최선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 행위에 있어 '정상회담' 은 꽃 중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회담의 의제로 올라가는 사안은 그 자체만으로도 해당 국가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하며 동시에 최대의 현안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정부가 현재 우리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미-일과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왜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는 중국 설득, 그 중국 설득에 있어 가장 직접적이며 효율적인 효과가 기대 가능한 한중 정상 회담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중국 설득이 중요하지만,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사안까지는 아니라는 판단 하에 한중 회담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중국 설득, 중국 설득 하면서도 이를 위한 방법 실천에는 게을리하고 있거나 제대로 된 방법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그 무능력에 대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니면, 혹시 표면적인 이유야 어떠하든 사실상 중국 측의 거부로 인해 개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서는 지난 주말에 접한 중국 학자들의 견해는 우리에게 암시하는 바 적지 않을 것 같다.

먼저 중국 상하이의 한 조선족 학자는 북핵을 둘러싼 현 상황을 중국의 입장에서 고려한다면, "어려운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며 결과적으로 중국의 목을 조르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 움직임의 한 가운데는 한국이 놓여 있는 격" 이라며 "한국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중국을 난처하게 만들 것인가. 그렇게 함으로써 취해질 수 있는 한국의 국가이익이란 과연 무엇인가"라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한족 학자 한 사람은, "문제는 누가 만들고 그 해결은 애꿎은 제3자에게 미루는 듯한 현 상황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과연 제대로 성사될 수 있을까. 사실, 한국 정부의 현행 외교정책을 보면, 중국이 한국을 반갑게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한중 정상회담은 어쩌면 중국 측의 거절로 개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국 정부 설득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중국 정부를 궁지로만 몰아넣고 있는 이 행위는 과연 제대로 된 외교행위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이러한 행태를 계속 고집한다면, 이는 과연 누구의 무엇을 위한 행위인지, 국가와 국민의 이름으로 엄중히 추궁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명박 정부는 집권 후의 그 고루한 외교정책으로 인해 우리의 국가 안보를 이중 삼중으로 위기 속으로 내몰고 말았다는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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