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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중국도 '대졸자 취업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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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중국도 '대졸자 취업전쟁' 중

[中國探究]<42>

매년 6월 말이면 중국에서는 대학 졸업식이 거행된다. 무더위 속에 진행되는 졸업식을 마치면 대졸자들은 취업이나 진학이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그러나 올해도 취업문은 넓지 않다. 세계적인 불경기도 문제지만 올해 대학 문을 나서는 학생의 수가 역대 최고 수준인 610만 명이나 되는 데다가 작년에 취직하지 못한 취업예비군 100만 명을 합쳐 모두 710만 명의 대졸자들이 일시에 직장을 구하는 전쟁에 뛰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의 대졸자의 취업 문제는 대내적으로 400만에 달하는 실업 '농민공'의 문제와 함께 중국정부가 해결해야할 주요한 과제중의 하나로 사회 안정까지 저해할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6월 16일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인력자원부 및 사회보장부는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대졸자들의 취업률이 7월에는 70%를 넘어서고 연말까지는 88%에 달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발표를 하였다. 중국이 발표하는 통계수치에 대한 신뢰도와 관계없이 정부당국이 대졸 취업에 대한 우려를 흡수하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최근의 대졸자 취업의 어려움은 단순하게 중국의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하기에는 심각성이 크다. 특히 농촌에서 자신들보다는 나은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던 학부모들 사이에 '대학교육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직장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자리가 안정적이지도 못하고 보수마저 일부는 전문대학 출신보다 낮은 역전 상황이 초래되는 것을 부모세대가 이해하기는 더욱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 몇 가지 예는 중국에서의 대졸자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구직자들이 인터넷으로 이력서를 제출하는 것을 '왕선(罔申)'이라 한다. 그리고 이력서를 마치 넓은 바다에다 내던지듯 많이 지원하는 것을 '하이토우(海投)'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이력서를 바다에 던진다는 뜻으로 취업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직접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또 명문학교 선호도도 심각한 수준이며 전체적인 경쟁 역시 매우 치열하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인 명문대학 39개에 포함되는 '985대학'과 100위 안에 드는 '211대학'의 졸업생은 평균적으로 이력서를 20장 정도 제출한다고 한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대학의 학부 졸업생들은 평균 17장 정도밖에 제출할 기회를 갖지 못했으며 전문대학 졸업생은 12장 정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2009년도 대졸자 610만 명이 평균 15장을 신청한다고 할 때 이번에 졸업하는 학생들이 제출하는 이력서만 9,000만장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광둥(廣東)지역의 한 취업박람회에서는 4,000개자리를 놓고 2만 명이 각축을 벌였다. 입장권을 확보하지 못한 학생들이 아침 6시부터 줄을 섰으나 인기가 있는 기업은 학생들이 입장도 하기 전에 선발을 마치고 철수하기도 하였다. 3-4시간 줄을 선 학생들이 겨우 1분도 되지 않는 면접을 치렀다.

과거 중국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숫자도 적었지만 사회주의체제 하에서 정부가 그들의 직장을 '분배'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추진 이후 중국은 각 분야에서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 특히 취업 분야에 있어서는 과거의 안정적 '분배 정책'이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도입과 더불어 '경쟁'이 주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이러한 경쟁 시스템의 도입과 함께 최근 중국 대학 졸업생의 취업난에는 몇 가지 직·간접적인 원인이 있다.

우선, 현실적으로는 최근 국제 금융 위기를 가장 큰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유엔이 5월 하순에 발표한 <2009년도 세계경제 추이와 전망>에서 2009년에서 2010년의 전 세계 실업인구가 약 5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화권의 실업률을 보면 2009년 1월부터 3월까지 홍콩 5.2%로 실업인구는 19만 명에 달했고, 타이완도 대학생의 취업 비율은 작년에 비해 10% 이상 떨어졌다. 중국 역시 국제 경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둘째,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중국의 대학생 숫자의 폭발적인 증가와 이로 인한 자질 저하와도 관련이 있다. 중국의 대학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은 1999년부터이다. 당시 중국정부는 대학 입학의 문을 넓힌다는 의미로 '쿠어자오(擴招)'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올해까지 10년 간 대학 입학생 수가 매년 30% 이상 증가하였다. 결국 대학교는 증명서 공장이 되고 졸업생들의 자질이 떨어지는 것은 불문가지였다. '쿠어자오' 정책이 실시 이후 대학생 숫자는 급격히 늘어났다.(<표1>참고) 상대적으로 취업률은 2001년을 기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표2>참고)

<표1>
▲ ⓒ프레시안

<표2>
▲ ⓒ프레시안

셋째, 2008년 1월부터 적용된 <신노동계약법(新勞動合同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09년 4월 28일자 <해방일보(解放日報)>는 이 법이 학생들에게는 '복음이자 제약'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법에서 취업과 관련하여 주목되는 점은 "고용단위가 근로자 채용일로부터 만 1년간 서면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경우 고용단위가 근로자와 무 고정기한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라는 규정과 제19조의 "근로계약기한이 3개월 이상, 1년 미만일 경우 수습기간은 1개월을 초과하지 아니한다. (중략) 수습기간은 근로계약기간에 포함된다. 수습기간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 당해기간은 근로계약기간에 포함된다."라는 규정이다. 이들 규정은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제정되었으나 기업들은 오히려 이를 편법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신노동계약법> 이후 채용 면접도 엄격해지고 있는 추세다. 한 예로 따롄(大連)이공대학 석사졸업생이 남방의 한 대형 통신회사에 지원을 했을 때, 면접 종류만도 '중영문 필기시험, 중국어 1대 1면접, 번역, 집단면접, 심리테스트, 사장 면접'등 6가지나 됐다고 한다.

넷째, 중국 산업구조와 관련이 있다. 중국의 산업구조는 2008년 GDP 중 농업이 10.6%, 공업이 49.2%, 서비스업이 40.9%이다. 이는 미국의 1965년 수준이다. 2009년 3월 18일자 <중국산경신문보(中國産經新聞報)>에서 지적한 중국인재시장의 현상을 보면 중국이 '세계가공공장'이 되면서 이른바 '아령형' 인재가 더욱 필요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결과 불루칼러 노동자들과 첨단기술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중간계층의 수요가 적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대졸자들의 취업문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산업구조 가운데 서비스산업 비율을 늘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중국 대졸자의 취업난은 매년 계속되어왔다. 당연히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국정부의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네 가지 초빙(四招)'이다. 첫째는 중앙 직속 기업이 더 많이 인재를 뽑고, 둘째는 대학생들을 군대에 많이 보내고, 셋째는 '변경, 서부, 농촌을 지원하는(支邊,支西,支農)' 정책으로, 공공서비스 분야 20만 명, 농촌 관리 2만 명, 농촌 의무교육 교사 5만~7만5천명, 농촌의 교육과 의료, 빈곤을 지원한다는 '삼지일부(三支一扶)' 정책에 2만 명, 서부개발 1만 명 등의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고 있다. 넷째는 대학원 입학을 권장하는 정책도 펴고 있다. 반면에 학생들에게 눈높이를 낮추고, 도전정신을 갖고, 본인의 취향이 아니더라도 취업부터 하라고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침대 하나만 있어도 있을 수 있지만, 서부지역에는 방 한 칸을 주어도 안 간다"(寧要都市一張床, 不要西部一套房)는 도시 지향의 '80후'세대를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가 중국정부 당국의 고민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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