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명박 정부를 보면 이 '봉구'가 생각난다. 가령 국가정보원이 제59주년 6·25 계기 안보 홍보 이벤트라며 준비한 '안보신권'이 그렇다. 국정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좌익사범' 식별 요령과 '111' 신고 등을 홍보하는 "국가정보원이 전수하는 대한민국 수호권법 안보신권"이라는 제목의 플래시를 내보내고 있다.
▲ 국정홍보원이 낸 '대한민국 수호권법-안보신권' 플래시 파일 중 일부. ⓒ국가정보원 |
나름 요즘 트렌드대로 분위기는 '복고'에 '코믹'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웃을 수만은 없다. 국정원이 선정한 '간첩·좌익사범의 행동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PC방 등지의 외진 구석에서 인터넷을 이용하여 불순 내용을 게재, 전파하고 PC 작업 후 황급히 자리를 이탈하는 사람
2. 남북경협 · 이산가족 상봉 등을 구실로 통일운동을 하자는 사람
3. 반미·반정부 집회에서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폭력 시위를 조장하는 사람
4. 김일성 부자 등을 게임 캐릭터 등에 사용하면서 찬양하는 사람
5. 군사, 산업 시설을 촬영하거나 경비 실태를 탐문하는 사람
그에 따른 캐릭터 특징은 △등지고 PC로 작업하는 모습 △손을 얼굴에 대고 은밀하게 말 거는 사람 △막대기를 들고 시위하는 사람 △김일성 love가 쓰인 피켓을 든 사람 △카메라를 가지고 몰래 찍는 모습이다.
ⓒ국가정보원 |
이런 기준을 염두에 두니 생각나는 사람이 많다. 급한 상황이 생기면 PC방을 찾아 구부정한 자세로 기사를 송고하는 모 기자,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남북경협'을 추진해온 현대 아산 직원들 역시 위험하다. 막대기를 들고 시위하는 뉴라이트 및 보수단체 어르신과 컴퓨터게임 '슈퍼마리오'를 본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풍자한 동영상을 보신 분들도 주변을 잘 살펴야 할 것 같다.
국정원의 이 기괴한 플래시는 아직까지는 '농담'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과장해서 설정한 기준인가 아니면 진짜 이런 기준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25를 맞아 신고 의식을 제고하고 누구나 더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연히 진짜 기준은 아니다. 그렇게 곡해하면 곤란하다"며 웃었다.
시민의 '입'은 막고 '웃자'고 선동하는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모르겠지만 '코믹'과 '공포'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5일부터 전국 52개 극장 190개 상영관에서 상영하기로 한 '대한늬우스-4대강 살리기'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문화부는 "정부 정책을 코믹하게 다뤄서 친근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람 거부 운동'까지 벌어지는 여론에 항변했다.
문화부의 주장은 1970년대 군사독재의 상징인 '추억의 대한늬우스'를 비틀어 '재미있는 정부 광고'를 하는, 일종의 '패러디'라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한 누리꾼의 댓글 중에는 시민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아주 정확한 촌평이 있었다. "어우야 웃기지 마, 너희가 하면 농담같지 않단 말이다." 실제로 그렇다. 영화 속 '봉구'가 보여주는 것처럼 아무리 웃기는 표정도 사채업자가 채무자에게 하면 '공포'가 아닌가.
이명박 정부 스스로 박정희 시대로 회귀하는 반민주적 정책을 추진하면서 스스로 '코믹'과 '친근'을 표방하면 누가 웃을 수 있겠는가. 문화부나 국정원 관계자들의 반응을 보면 스스로는 정말 재미있는 모양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말 광장마다 배치된 경찰로 위축된 시민들, '2MB'라는 표현조차 제약당한 누리꾼들의 분위기를 모른단 말인가?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훼손'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공안정국'을 '농담'삼을 수 있는 정부가 징그럽다. 스스로 '독재'의 얼굴을 하고 '박정희 시대'를 패러디하며 '웃자'고 선동하는 이명박 정부에게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이 없다'는 '사이코패스'를 연상한다면 과장일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