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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TV' …방통위는 'TV 시청권' 보장할 자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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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TV' …방통위는 'TV 시청권' 보장할 자신 있나?

[최진봉의 뷰파인더] 미국 디지털 TV 전환이 주는 교훈

지난 6월 12일 미국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 방송 시대를 열었다. 약 10년에 걸쳐 2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자해 진행된 미국 TV방송의 디지털화는 전환 시기를 한 차례 연기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졌다. 미국은 당초 2월 17일부터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할 계획이었으나 미흡한 준비를 이유로 의회가 전환 시기를 연기하는 입법을 통과시킴에 따라 결국 6월 12일에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는 결실을 보게 되었다.

미국 정부는 디지털 방송이 아날로그 방송에 비해 더 선명한 화질과 좋은 음질을 제공할 수 있고, 더 많은 채널과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어 시청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의 이면에는 준비 부족으로 생긴 소외된 계층과 사회적 혼란이 자리잡고 있다.

10년간 20억 달러 투자한 미국도 '우왕좌왕'

미국 시간으로 12일 자정을 기해 약 1800여 개에 이르는 미국의 모든 TV 방송사들은 그동안 사용하던 전파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아날로그 TV를 통해 TV 프로그램을 시청해 왔던 시청자들은 방송 신호를 디지털화 신호로 바꿔주는 수신장비인 디지털 컨버터를 구입하든지, 디지털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TV를 구입하든지, 아니면 케이블 TV 서비스를 신청해야만 TV를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정부는 기존의 아날로그 TV를 사용하고 있는 국민들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2년 전부터 디지털 컨버터를 구입할 수 있는 40달러 상당의 쿠폰을 신청을 받아 무료로 신청자들에게 지급해 왔다. 하지만 신청자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몰려 쿠폰 지급을 위해 마련한 재원이 바닥이 나면서 미국 정부는 컨버터 구입 자금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 TV에 대한 보다 자세한 홍보 부족으로 많은 미국 가정이 혼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시청률 조사회사인 미국 닐슨사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 내 TV 수상기를 보유한 1억 1400만 가구중 약 2.2%인 250만 가구가 아직까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준비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방송인들의 연합체인 미국방송인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의 조사에서도 미국의 약 200만 가구 정도가 디지털 TV 전환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조사 되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방통위는 지난 11일 오는 2012년까지 디지털 방송 전환을 완료하겠다며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 활성화 기본 계획'을 밝혔다. ⓒ뉴시스

저소득층은 디지털 TV 전환에 '무방비'

더욱이 디지털 TV 전환에 대해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대부분의 가구들이 저소득층이나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미국내 소수 민족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기존의 사회적 소외 계층이 디지털 TV 전환 과정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내 인종별 디지털 TV 전환 실태에 대한 닐슨사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디지털 전환에 대한 준비를 마치지 못한 전체 가구 중 백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6%으로 가장 낮은 반면, 흑인 가구는 4.6%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히스패닉 가구가 3.6%, 그리고 아시안 가구는 3.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백인 가구에 비해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미국내 소수 인종 가구들의 디지털 TV 전환 무방비 상태가 두 배에서 세 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결국 미국 정부가 사회적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TV 전환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부족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 정부는 디지털 TV전환을 추진하면서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소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교육에도 소홀해 TV 시청자들의 혼란을 초래했다. 미국 정부가 TV 전송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했던 당일 하루 동안 디지털 TV 전환 업무를 담당하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는 정부의 홍보 부족으로 디지털 전환을 미쳐 준비 못한 시민들의 문의 전화가 약 70만 통 이상 걸려왔다. 특히, 시카고, 뉴욕, 필라델피아, 댈러스 등 대도시에서는 디지털 TV 전환에 대비해 디지털 컨버터와 안테나를 구입한 시민들조차 일부 방송 채널을 시청할 수 없게 되면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이처럼 일부 시민들이 디지털 컨버터와 디지털 TV용 안테나를 설치하고도 일부 채널을 시청할 수 없었던 이유는 몇몇 TV 채널들이 디지털 TV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사용해 왔던 UHF 신호를 VHF 신호로 바꾼 탓에 UHF 신호용 안테나를 구입한 시청자들이 VHF로 신호를 바꾼 채널을 시청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고 UHF와 VHF 겸용 안테나를 새로 구입해야 하는 불편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3년 준비' 한국에서는 '차별', '혼란' 없을까?

우리나라도 오는 2013년부터 아날로그 방송 송출을 전면 중단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한다. 이제 준비 기간이 약 3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약 10여 년을 준비하고 시작한 미국의 디지털 방송 전환이 여전히 사회적 혼란과 문제점을 낳는 상황에서 약 3년 밖에 남지 않은 우리나라는 디지털 방송 전환에 대한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사회적 소수자와 저소득층,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TV 전환에 대한 홍보와 지원 대책을 충실히 마련해 사회적 소외 계층에 대한 TV 시청권 보장에 관심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TV 전환에 대한 홍보와 교육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미국이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디지털 TV 전환의 핵심은 모든 국민들의 시청권이 차별없이 보장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디지털 TV 전환 실무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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