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문화방송(MBC) <PD수첩> 제작진 기소 발표 이후, '통제되지 않은 권력'으로서 검찰에 대한 문제제기가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어서 이번 <PD수첩> 제작진 기소로 검찰 권력 감시 문제가 시민사회의 첨예한 화두가 된 것.
19일 '검찰의 민주주의 파괴 활동 중단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낸 전국 45개 대학 104명의 교수들은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수사, 미네르바 박대성 씨 구속 사건, 법원의 용산 참사 수사 기록 공개 명령 거부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검찰의 이메일 내용 공개는 10년 이상의 징역감"
검찰이 이번 <PD수첩> 제작진 기소에서 '정치적 의도성'과 '불법성'을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낸 지점은 압수 수색으로 확보한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 내용 중 일부를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PD수첩> 제작진의 '명예 훼손' 혐의와는 관련도 없을 뿐더러 '통신비밀보호법', '피의사실 공표 금지' 등을 어긴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황희석 변호사는 "제작진이 메일에 쓴 개인의 신조와 '악의적 명예 훼손'은 당연히 연결되지 않는다"면서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검찰의 이메일 공표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통비법 11조는 "감청 기록 등을 제 3자에게 공개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규정에 따르면 그 내용도 공개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황희석 변호사는 "통비법에는 이러한 조항을 위반했을 경우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며 "작가와 협의해 메일을 공개한 당사자들을 형사 고소해 처벌 받도록 할 것이며 사생활 침해로 민사상 손해 배상 책임을 묻기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는 "검찰이 위반한 것은 '피의사실 공표죄'이며 이에 대해 고소·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명예 훼손 사건과 관련이 없는 메일 내용을 공개해 '의도성'으로 가장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 침해이고 공개 이유가 없는 것을 공개해 피의자에 대한 편견을 가지도록 한 명백한 '피의 사실 공표죄'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처벌'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검찰의 이메일 내용 공개 이후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처럼 검찰의 <PD수첩> 기소 발표는 그 자체로 '보복'과 '처벌'의 성격을 띤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서도 확인했으나 2009년 대한민국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철저하게 처벌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며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관련자를 체포, 감금하고 가족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전국민에게 알려 피의자를 모욕하고 조롱하고 있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이러한 '정치 검찰'의 모습은 물론 처음이 아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장여경 활동가는 "검찰이 사생활 공표로 피의자의 인격을 침해한 것은 미네르바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네르바'가 전문대졸에 무직이라는 사생활 정보를 공개해 '모욕'을 주지 않았느냐"며 "검찰이 김 작가의 메일 내용을 공개한 것은 자신의 논리적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극단적인 수법을 쓴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왜 검찰은 이러한 '극단적인 수법'들을 쓰고 있을까. 19일 성명을 낸 법학교수들은 명쾌하게 해답을 제시했다. "이러한 사례가 기존의 판례에 비추어 불법성이 없음에도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된 것은 오직 이 의사 표현들이 대중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권력 유지에 위협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에 비판적인 의사 표현들이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고 수사대상이 되는 사회는 바로 '독재국가'일 뿐이다."
이는 검찰은 물론 '법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과 교수는 "1987년 이전에도 물론 '악법'은 있었지만 대체로 '법'은 소수이고 법 바깥의 폭력이 대체로 문제였다면 지금은 법치 자체가 국민 생활 전면에 압박을 가하고 기본권을 침해해서 문제"라며 "법치의 신뢰가 깨어지면 회복하는 시간은 엄청나게 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법치의 위기다"라고 말했다.
"이제 '검찰의 독립성'은 잊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검찰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것. 당장 김은희 작가의 메일 내용을 공개한 검찰 행위의 정당성을 다투는 것부터 쉽지 않다. 민변의 황희석 변호사는 "김은희 작가의 메일을 고소한 검찰을 형사 고소하면 검사에게 검사를 조사하라고 하는 꼴이 된다"며 "이미 정치 검찰화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는 검찰에게 다시 맡기는 것이 옳은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검찰에 각성을 요구할 단계는 지난 것 같다. 검찰을 어떻게든 개혁하고 통제해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는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경신 교수도 "이제 검찰의 독립성이라는 신화는 잊어야 한다. 검찰의 독립성은 여타의 공무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법 집행을 올바르게 하라는 것'이었다"면서 "이제 검찰을 국민이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청장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게 하든지, 검찰을 각 지방 검찰청으로 쪼개서 지방 검찰청장을 직접 뽑든지 아니면 국회의 합의하에 특검을 상설화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