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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끝내 합의 실패… 미디어위원회 결국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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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끝내 합의 실패… 미디어위원회 결국 '파행'

'여론조사' 실시 여부 두고 끝까지 대치…양측 별도 보고서 낼 듯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공동위원장 강상현 김우룡)가 102일 간의 평행선 대치 끝에 결국 파국을 맞았다. 야당 추천 미디어위원들은 17일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이 언론 관련법에 대한 여론조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더이상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 추천 위원은 이미 '여론조사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어 더이상의 미디어위원회 진행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과 야당 추천 위원들은 각기 별도의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여론조사 하기엔 시간이 부족"…"충분히 가능하다, 핑계일뿐"

민주당 추천 위원인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의사당 청 245호에서 열린 미디어위원회 18차 전체회의에서 미디어 이용실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안에 대한 평가, 미디어 법안 추진 절차의 정당성 등을 묻는 27개 문항의 여론조사 기획안을 제시했다.

이창현 교수는 "오는 20~23일 사이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25일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며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추천 위원에게 여론조사 제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으나 한나라당 측 위원들은 "남은 시간상 여론조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최홍재 위원) 등의 의견을 내며 거부했다.

민주당 위원들은 "자체 여론조사 실시 안을 수용할 수 없다면 이제까지 언론 관련법과 관련해 실시된 기존 15개 기구의 여론조사 결과를 공식자료로 승인하자"(최영묵 위원) 등의 2차 제안도 거듭 내놨으나 역시 한나라당 위원들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위원들이 개별적으로 수용하면 된다"(최홍재 위원)며 거부했다.

양측은 여론조사 제안을 두고 정회를 거듭하며 논란을 이어가다 한나라당 위원들이 "여론조사 수용은 불가"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자 최상재, 양문석, 박민, 강혜란 위원 등은 "여론 수렴 없는 보고서 작성은 의미 없다"며 퇴장했다. 이날 사회를 보던 강상현 위원도 "야당 측 위원도 없는 상황에서 더이상 회의를 속개할 의미가 없다"며 종료를 선언했다.

남은 한나라당 측 위원들은 "파행의 책임은 야당 추천 위원들에게 있다"며 반발했다. 이헌 위원은 "불공정한 여론조사를 제안하면서 미디어 위원회의 공식 여론으로 하자는 것은 '파행'일 뿐"이라며 "언론 관계법을 저지할 목적으로 여론 조사만을 이야기해온 야당 측 위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추천 위원 "자체적으로 여론조사 실시해 보고서 낼 것"

강상현 위원장과 민주당 추천 미디어위원들은 이날 전체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 야당 추천 위원들은 국민의 여론을 정확하게 수용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으나 한나라당 위원들은 여러 핑계를 대면서 반대해왔다"면서 "남은 며칠 동안이라도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이 의견을 바꿔서 여론조사 실시를 수용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론수렴을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한나라당 추천위원과는 더이상 논의할 수 없다"면서 "한나라당이 계속 거부한다면 야당 추천 위원들은 나름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국회에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인 최상재 위원은 "지난 100여일 간 한나라당 측 위원들은 지속적인 말바꾸기와 시간끌기를 통해 국민 여론조사를 무산시켰다. 이는 미디어위원회의 존재의미를 부정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미디어위원회를 법안 강행 처리를 위한 요식적인 절차와 과정으로 전락시킨 것에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추천 위원인 양문석 위원도 "여러가지 핑계로 여론조사를 할 수 없다고 버티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언론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70%의 국민을 짓뭉개고 국회내 다수당 입지 만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라며 "한국 민주주의와 여론 다양성을 묵살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민주당 "문방위 차원 '여론조사' 실시해야"

한편 미디어위원회가 사실상 파국을 맞음에 따라 언론 관련법을 둘러싼 국회의 입법 전쟁은 다시 재개될 조짐이다.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전병헌 의원은 "미디어위원회는 국민 여론 수렴 기구임에도 한나라당으로 인해 100여 일 간의 시간이 소모됐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면서 "민주당은 국민 여론 수렴 없는 언론법은 있을 수 없음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전병헌 의원은 "국민 여론 수렴이 합리적, 순리적으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에 한나라당에 공식적으로 문방위 차원의 여론조사 및 국민 여론 수렴을 엄중하게 요구한다"면서 "여론 수렴 절차 없는 정상적 문방위 활동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이토록 6월 국회 개원을 요구하는 것은 언론 악법과 비정규직 악법을 처리하기 위한 기회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당력을 모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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