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에서 특정 단체를 놓고 두 개의 칼럼을 내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 최근 반(反) 이명박 정서가 높아지고 사회적 의제 설정 능력이 줄어들면서 위기에 몰린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위기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1987년엔 우리가 '민주 언론'이었다"는 <동아일보>
이날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경제적 차별 의식'을 드러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이 신문은 '해외에 삼성 악 선전해 경제 망치려는 협박꾼들'이라는 사설에서 언소주를 두고 "일자리 제공과 납세의 최대 원천인 대표 기업을 해코지하는 언소주 활동가들은 국민을 위해 변변한 일자리를 만들어본 적이 없고 세금도 쥐꼬리만큼 내는 사람들"이라며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이러한 주장은 자사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광고주 불매 운동'만이 아닌 기업과 경제 권력을 감시하는 소비자 운동에 대한 <동아일보>의 생각을 알 수 있게 한다. <동아일보>의 생각이란 "세금을 쥐꼬리보다 많이 내고 변변한 일자리를 만들어 본" '경제적 기득권' 만이 시민운동을 할 자격이 있다는 것일까?
이 신문은 더 나아가 '색깔론'도 더했다. 이 신문은 "언소주 2기 김성균 대표는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좌파 운동권 출신이고 1기 집행부의 주요 간부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언론 장악을 기도했을 때 메이저 신문 공격의 전위대로 나섰던 좌파 언론단체 출신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 <동아일보> 15일자 황호택 칼럼. ⓒ동아일보 |
이러한 '반 민주적 사고 방식을 전면에 내세운 <동아일보>는 논설위원 칼럼에서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동아일보>가 민주화 투쟁에 나섰다'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황호택 논설위원은 이날 "'겨레향'의 광고영업사원 '언소주'라는 칼럼에서 "6월 10일만 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 두 신문은 제철을 만난 듯 지면에 활기가 넘치지만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한겨레>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경향신문>은 '관제 언론'을 하고 있었다"면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6월 민주항쟁에서 동아일보를 선두로 언론이 붓으로 싸운 민주화 투쟁의 역사"를 강조했다.
이어 황호택 위원은 "과거사를 들추는 이유는 우리 자랑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겨레향(<한겨레>,<경향신문>을 지칭)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독점한 것처럼 행세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권력을 감시하는 '민주 언론'으로서의 공적을 내세우려면 198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동아일보>지만 이 신문의 히스테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송평인 파리특파원은 "포털의 '불공정한 중립'"이라는 글에서 <동아일보> 등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의 원인을 엉뚱한 데서 찾는다.
그는 네이버의 '뉴스캐스트'를 두고 "네이버는 일견 중립적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제공하는 틀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면서 "가령 최근 등장한 신생 인터넷 매체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유력 신문이나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언론의 볼셰비키 혁명이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라고 했다.
자기 잘못을 '좌파'에게서 찾는 <동아일보>, 답이 없다?
만약 <동아일보>가 '왜곡·편파·친정부 언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았다면, 스스로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1987년 당시와 같이 '민주 언론'으로서 시민들의 신뢰를 는 매체로 남아있었다면 설령 '뉴스캐스트'에서 "36분의 1 취급을 받는다'고 해도 과연 지금처럼 '영향력'이 줄어들어 있었을까?
2009년 한국 사회에서 한 언론이 갖는 영향력과 신뢰도는 '1987년 당시 존재했느냐', '한 포털 사이트의 뉴스 창에서 얼마만한 지분을 차지하는가' 등에 좌우되지 않음은 너무나 '상식적인' 사실이다. 자사의 '영향력 축소'를 '좌파 운동단체의 준동', '좌파 매체의 득세', '포털 사이트의 편파' 등에서 찾는 <동아일보>에게 과연 '미래'가 있을지 의문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