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 전문 월간지인 <민족21>의 정창현 대표는 10일 그러한 분석을 내놓은 뒤 "그러나 위기가 고조되면서 극적인 타협을 이끌었던 15년간의 북미협상 과정을 볼 때 정세가 9월 전후로 북미 양자구도로 급격히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기다린다' vs 北 '제재-대화 양립 안 돼"
▲ 정창현 대표 ⓒ프레시안 |
정창현 대표는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민족21> 100호 발행 기념토론회에서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겠다는 단기 목표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소극적인 관리론은 북한이 6자회담을 무력화하고 2차 핵실험을 한 조건에서는 북한의 핵보유국을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가 말한 북한관리론은 조엘 위트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에 의해 언급된 개념이다. 위트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북핵팀장을 맡았으나 오바마 행정부에서 공직에는 기용되지 못한 인물이다.
위트 전 담당관은 "6자회담의 작은 진전에 따라 찔끔찔끔 보상해주면서, 6자회담 바깥에서 가끔 북미간 양자회담도 개최하고, 인도적 지원을 정기적으로 하는 동시에, 필요하다면 제재도 가하는 등의 양태로 결국 문제 해결의 부담을 중국에 지우려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정창현 대표는 "미 행정부의 북한관리론에는 기본적으로 김정일 정권이 있는 한 진전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비관주의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며 "그 이면에는 북한 정권의 교체 또는 북한변화론이 자리 잡고 있으며, 국제공조를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또 "미국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기다리겠다는 것"이라며 "6자회담 틀 내에서 북미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북한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생각은 무엇인가? 그는 "제재와 대화는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북미 양자 직접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를 논의하고, 6자회담은 이를 추인하고 집행하는 실무회담으로 격하시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후계 때문에 강경하다는 주장은 정책 실패 은폐용"
북한의 최근 강경 행보의 의도에 대해 정 대표는 "후계구도와 직접 연관돼 있기보다는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겠다는) 2012년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표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후계 확립 등 내부 요인 때문에 강경하다고 "몰아가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현 국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해 대북정책의 실패와 무기력을 가리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2012년 강성대국 구상'의 궁극적인 종착역은 물론 후계체제의 확립이다. 그러나 그것은 보수언론이 주장하듯 '핵을 가진 나라를 후계자에게 물려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핵이 없어도 안전한 나라'를 물려주겠다는 의미라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었다.
그는 "북한은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을 통해 안보문제를 해결하고, 해외자본 유치를 통해 경제 재건의 전망을 여는 성과에 기초해 2012년 제7차 노동당대회를 개최함으로써 후계체제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북한은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정치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하나씩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로서는 북한의 행동이 어느 선까지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핵 자위력을 높이겠다고 선언한 만큼 몇 차례 더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의 지위를 획득하고, 미사일 성능 개선을 통해 주변국에 지속적으로 위협해 협상 국면을 조성하려고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협상 국면에 돌입하는 시점에 대해 정 대표는 "9월 전후"를 예상했다. 그러면서 "미국 또는 중국이 언제 고위급 대북특사를 보낼 것인지, 대북특사가 어떤 협상안을 제시할 것인지가 시점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내에 돌파구를 열겠다는 목표로 강하게 나가다가 중국을 중재로 미국과 북한이 나름의 명분과 실리를 챙기며 협상에 들어간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에서는 국지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 그는 "과거와 달리 북미관계 개선과 선순환을 이루지 않고 이명박 정부 임기 말까지 돌파구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리론? 선의의 무시? 부시 정책 계승?
토론자로 나선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현 사태에 대한 미국책임론을 더욱 강조했다. 오바마 미 행정부가 북한을 소극적으로 관리하려고 했다기보다 오히려 "부시 방식의 접근법"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정철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가 만든 6자 접근법과, 대표적인 네오콘 인사인 존 볼튼 전 유엔대사가 만든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그대로 쓰고 있다"며 "성김 6자회담 수석대표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이어지는 대북 라인업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부시와 동일하다는 북한의 주장을 부인하기만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북한이 핵시설을 불능화하면 중유를 주기로 한 2.13 합의가 깨지면 북한은 핵실험을 하게 돼 있다"며 "일본과 한국은 중유를 다 주지 않았고, 미국은 '정권교체기니까 기다리라'고 했기 때문에 2.13 합의를 깬 것은 한미일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소위 '확장 억지')을 명기하면 한국과 미국에 의해 9.19 공동성명이 폐기되는 것"이라며 "현재 한국과 미국 정부는 기다리거나 무시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공격적인 정책을 쓰고 있다"며 말했다.
그러나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선의의 무시'라고 규정하며 "미국이 일견 보이는 대북 강경책은 할 수 없이 그렇게 하는 측면이 많다. 한국과 일본이 원하는 대로 강경하게 가다가 결과를 보고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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