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피내사자로 중수부에 소환

횡령 혐의로 피소돼 서울지검 수사도 진행중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6일 오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불투명한 돈거래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라 회장은 2007년 4월 신한은행 발행 수표 50억원을 박 전 회장 계좌로 입금했으며 박 전 회장은 이 중 10억원을 빼내 고가의 그림 2점을 사들인 뒤 나중에 그만큼 다시 채워넣었다는 것이다.

라 회장 측은 박 전 회장에게 경남 김해의 가야 C.C 지분 5％를 인수해달라고 부탁하면서 10여년 전 회사에서 받은 상여금 등을 모은 이 돈을 건넸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밤늦게까지 라 회장을 상대로 돈의 성격과 출처 등을 강도 높게 추궁했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가야C.C는 재일교포 40명이 설립한 골프장으로 과다한 부채로 경영난을 겪자 주주들이 신한금융지주를 찾아와 골프장 처분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신한지주는 910억 원 규모의 사모펀드(구조조정조합)를 만들어 투자했는데 이 과정에서 인근 정산C.C를 소유한 박 전 회장 역시 지분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박 전 회장이 2년 전 라 회장에게서 받은 돈을 사용하지 않고 통장에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점도 석연치 않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지난 4월 중순 신한은행의 가야C.C 인수 담당 간부와 권두철 가야C.C 대표 등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한편 라 회장을 비롯한 신한금융 임직원 6명은 지난달 신한은행 대주주인 재일교포 2세 박모 씨 등으로부터 횡령 혐의로 피소됐으며 서울중앙지검 조사부가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하고 있다.

박 씨는 고소장에서 라 회장 등이 1983년 2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자신이 위탁한 예금과 주식 등 146억 원을 횡령했으며 자신 명의의 위임장을 위조해 자기 돈을 임의로 입출금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라 회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돈이 이 자금의 일부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