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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만에 도진 '광장 공포증'…'소통 장애' 불치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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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만에 도진 '광장 공포증'…'소통 장애' 불치병인가?

[이창현의 소통과 미디어] 민주주의 위기 심화시키는 이명박 정부

광장과 소통은 민주주의의 핵심 개념이다. 광장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소통할 때 민주주의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장 당일 서울광장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들이 밤새도록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시민들은 자유 발언과 시국 토론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으며 이날은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를 어떻게 하면 이겨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함께 모색하는 시간이 됐다.

그런데 국민장이 끝난 후 서울광장이 다시금 봉쇄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없게 되면서 민주주의의 위기가 더욱 심화되는 듯하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자체가 광장과 소통이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 데 따른 비극적 결말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시작되면서 권위주의적 통제가 강화되었고, 시민과의 소통 구조가 무력화되었으며 이 때문에 민주주의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에게 이러한 문제점을 성찰하고 개선하도록 하는 책무를 마지막으로 부여하고 있다.

광장 공포증과 민주주의의 위기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도 광장은 시민들에게 열리지 않고 봉쇄되어 있다. 국민장이 열렸던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경찰은 광장에 머물던 시민들을 몰아내고 전경버스로 서울광장을 봉쇄했다. 국민장 영결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광장을 열어주더니 22시간만에 다시금 경찰력을 이용하여 봉쇄한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광장에 모여 자유로운 발언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경찰이 공권력을 이용하여 억압하는 모습이며, 헌법에 명시된 집회 결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가 공권력에 의해 명백히 침해되는 순간이다. 국민장 당일 서울광장을 봉쇄하려는 경찰에 대해 시민들은 "광장을 지켜내자, 민주주의를 지켜내자"는 구호를 연호했다. 시민들에게 있어서 서울 광장은 바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사실 서울광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청계광장과 함께 만들어진 공간이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만나고 이야기했으며, 2002년의 월드컵의 추억과 2008년도의 촛불의 기억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경제적 성장과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스스로가 서울광장을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광장을 막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일뿐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엄청난 위협이 되는 것이다.

▲ 경찰 버스로 둘러싸인 서울광장. 6월의 푸른 잔디가 서글프다. ⓒ프레시안

국민장과 불통의 증후군

광장의 봉쇄는 사회적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불통의 증후군을 낳는다. 광장을 막고 사람들의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하니 사회적 소통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광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것이 언론에 반영되어 사회적 의제가 될 때 올바른 사회적 소통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광장에서 사람들이 쫓겨나고 광장 주위에는 경찰 버스의 공회전소리만 들리고 언론에서도 광장에서 표출하고자 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게 된다면 사회적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국민장 시기에도 불통의 징후는 계속 되었다. 서울 광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문화제는 정부의 불허 방침으로 열리지 못했다. 한술 더 떠 장례식 다음날 새벽에는 경찰이 시민 분향소를 폭력적으로 철거했다. 이는 장례에 대한 고유의 관습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추도사를 하겠다는 전직 대통령을 말리는 정부, 장례식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날까봐 걱정이다'라는 여당 원내대표를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소통의 장애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는 점을 실감한다. 정부의 장례식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색인 노랑색 물건이 반입 금지되고, 시민들의 노제를 위한 시청 앞 광장에서는 노랑색의 모자와 풍선이 물결처럼 넘쳐나는 것을 보면서 불통의 시대를 절감한다.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되면 소통의 욕구는 분노의 함성으로 돌발적으로 나타난다. 경복궁의 국민장 공식 행사에서도 국회의원을 비롯한 참여자들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함성을 질렀다. 시청 앞 행사에서는 대통령의 헌화 장면이 전광판에서 나올 때 야유와 함께 등을 돌려앉는 시민들이 많았다. 화장장에서는 분노한 시민의 목소리가 생방송을 타고 전국민에게 전달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여기저기에 분노의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이들의 분노와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여한 수십 만 명의 국민들과 전국의 분향소를 찾은 수백만명의 국민들과 진솔하게 소통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은 그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회의원의 함성과 함께 광장에서 나온 비판의 국민 목소리를 숨길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청광장에서 밤새도록 이어진 자유 발언대와 시국 토론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광장을 막는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경찰을 동원하여 광장을 봉쇄할 수는 있지만, 민심의 표출은 막을 수 없다. 서울광장을 막는다고 정부 비판의 목소리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광장을 막으면 인터넷 공간 등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오히려 확대 재생산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광장에서 표출되는 목소리와 진솔하게 소통하는 것이 민심 수습의 최우선적인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광장을 열고 그곳의 시민들과 소통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광장이 봉쇄되고 사람들이 소통할 수 없게 되면 민주주의는 질식하게 될 것이다. 서울 시청앞 광장을 봉쇄하려는 경찰의 강박은 민주주의의 위기만을 강화시킬 것이며, 3년 넘게 남은 대통령의 임기내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오늘도 서울광장은 경찰 버스들이 사람 한명도 비집고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빽빽하게 에워싸고 있었다. 경찰 버스에 둘러싸여 사람 없는 광장의 사진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실임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되었다. 광장을 뒤덮고 있는 6월의 푸른 잔디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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