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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주에서의 1박2일...우리 전통의 가장 깊은 맛"

[알림] 6월 전주학교 개교, 교장에 이두엽 교수

그곳에 가면 잃어버린 무엇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누구에게나 고향처럼 느껴지는...외할머니 품속 같은 곳.
바로 전주입니다.
인문학을 즐기는 문화공동체 인문학습원이 6월, 전주학교를 엽니다.

교장선생님엔 전주토박이 이두엽 교수(군산대 겸임교수). KBS-TV 프로듀서를 거쳐 예원예술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장과 새전북신문 사장을 지낸, 이름난 문화기획자입니다.

개교는 6월 셋째 주말인 20-21일의 1박2일. 전주학교는 전주 한옥에서 1박 하면서 문화와 음식, 공연, 명강 등을 통해 우리 전통의 깊은 맛을 체험하는 <움직이는 학교>입니다.

▲ 그림을 클릭하면 슬라이드 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두엽 교수는 학교를 열며 이렇게 말합니다.

전주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입니다.
누구에게나 고향 같은,
'고향지수'가 아주 높은 곳이지요.
나지막한 한옥 담장 햇살 가득한 골목길에서
오래전 잃은 '나'를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전주 막걸리를 마시면 네 번 취한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흥(興)에 취하고,
두번째는 안주에 취하고,
세번째는 맛에 취하고,
네번째는 정(情)에 취한다는 뜻입니다.

막걸리뿐 아니라,
전주에 오시면 네 가지 취할 거리가 있습니다.
첫째, 그리운 한옥 골목길이요,
둘째, '간장(肝腸)의 썩은 눈물'을 토해낼 만큼 애절하고
'금새 숨이 탁 막히게 벌어지는 사랑놀이'처럼 흥미진진한,
옹골차고 푸진 우리 소리요,
셋째, 심성 고운 여인네들의 섬세한 손맛이요,
넷째, 천지만물에 깃든 한울을 공경하고 모시는
'전라도의 속깊은 마음'입니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전주를 '꽃심의 땅'으로 불렀습니다.

꽃의 심(心),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면서,
기운을 다해 '꼿꼿이' 버텨온 땅이 전주입니다.
동학혁명의 중심지역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자치기구인 집강소가 설치되었던,
자유와 평등의 '꽃'이 한때 피었던 곳입니다.

전주는 또한 전통문화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함)을
꿈꾸는 도시입니다.
전통문화는 우리들 삶을 든든하게 하는
'뿌리깊은 나무'와 같습니다.
전통문화는 또한, 우리들 마음을 너그럽게 적시는
'샘이 깊은 물'과도 같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삶의 근본이 되는
전통문화를 잊고 살았습니다만,
힘겹게나마 이를
껴안고 지켜온 도시가,
바로 여러분이 사랑하는
천년의 도시 '전주'입니다.

전주는 바로 우리가 새롭게 발견해야 할,
'오래된 미래'입니다.
전주는 전라도의 특정한 지역이 아니라
전통문화도시의 '보통명사'입니다.

전주에서
우리 문화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우리 한옥,
우리 한지,
우리 소리,
우리 음식,
우리 사상(思想)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위하여,
전주학교를 엽니다.

마음 편히,
외할머니 품과도 같은,
전주로 오십시오.
전주는 비록,
많은 것이 '부족한' 지방도시이지만,
정성을 다하여 여러분을 맞겠습니다.


▲ 전주 한옥마을

전주학교의 첫 번째 강의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6월 20일 토요일 아침 8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합니다(유진여행사 경기76아 9111).
전주까지 가시는 동안 이두엽 교장선생님이 '전주, 재미있는 이야기 여러 편'을 서툰 유머를 섞어가면서 진행합니다. 일종의 전주 입문(入門) 과정인 셈이지요.

휴게소에서 잠깐 쉰 다음, 11시경이면 후백제 견훤이 쌓은 동고산성터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는 전주 한옥마을과 전주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우석대 조법종 교수(한국사)는 '전주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명(名)해설가로 정평이 있지요.
때를 얻지 못한 비운의 영웅 견훤과 백제의 꿈이 깃든 동고산성...
그 지척에 천주교 순교지가 있습니다. 전주는 1791년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 권상연, 그리고 1801년 신유박해 때 유항검과 윤지헌 등이 처형당한 천주교의 성지입니다.

12시경에 오목대에 도착하면 비빔밥 전문점 고궁(古宮) 주방장님과 안주인 강미희 여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목대는 황산대첩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개경으로 개선하던 이성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주에 들러 종친들을 모아 잔치를 벌인 곳입니다.
한옥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오목대 정자에서 수십 명이 함께 대형 비빔밥을 비벼서, 한 그릇씩 즐겁게 나눠먹습니다. 비빔밥은 화합과 상생(相生)의 철학을 바탕으로 머지않아 세계인의 음식이 될 것입니다.

이어, 전주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내신 장명수 전(前) 전북대총장(도시계획학)께서 '전주, 도시이야기'를 짧게 들려주신 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오종수 선생이 사설시조창 <완산 10경>을 공연하십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전주 미인(美人) 이은자 여사의 우시조 <나비야 청산가자>도 우리 옛 가락의 힘과 아름다움에 젖게 해드릴 겁니다.

나무계단길을 따라서 한옥마을로 내려가면 공예품전시관과 전주명품관이 있습니다. 천년을 가는 세계적인 '명품' 전주한지는 그 동안의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있고, 전주 합죽선과 전통가구, 전통악기, 옻칠공예 등도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자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검박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은(儉而不陋 華而不侈)' 전주의 미학은, 전통문화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이어, 우석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한방문화센터에서는 각 개인의 체질감별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태양인인지 소음인인지 컴퓨터프로그램을 통해서 알아보시고, 온몸이 개운해지는 족욕도 즐기시기 바랍니다.
전주는 대구와 더불어 약령시가 있었던 한의학의 본향입니다. 지역에는 한의대와 대체의학대학이 여럿 있어서 전주의 식품산업과 농업, 그리고 한방산업이 만나는 '불로초(不老草)산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한옥마을 골목을 걸어 가까이 만나는 최명희문학관은 소설가인 김병룡 교수와 문학평론가 최기우씨가 지키고 있습니다.
한옥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고(故) 최명희(1947~1998)선생은 '생(生)을 다해' 대하소설 <혼불>을 썼습니다. <혼불>은 우리 민족어와 전라도 민중의 삶이 담겨진 거대한 '공동체문화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경기전(慶基殿).
전주는 조선왕조의 발상지입니다. 경기전은 그 탯자리입니다.
조선조 서거정은 <공북루기(拱北樓記)>에서 '아조선근본지지(我朝鮮根本之地)'로 불러 전주를 '상서로운 곳'으로 높였습니다. 경기전에는 태조의 어진이 모셔져 있고, 임진왜란 때 유일하게 지켜낸 전주사고가 복원되어 있습니다.
경기전의 대나무 숲과 등 굽은 매화나무, 그리고 능소화는 전주시민의 마음을 여유롭게 합니다.
경기전 정문 앞에 자리 잡은 전동성당은 빼어난 건축미로도 유명하지만 러시아 건축양식이 유입된 대표적 건물로 건축사적으로도 중요한 공간입니다.

천년고도 전주에는 4대문이 있었습니다.
1907년 조선 통감부의 폐성령에 의해 3대문이 동시 철거되고 현재 유일하게 풍남문만 남아있습니다. 풍남문은 천주교 순교자들의 목이 효수되었던 곳이며, 동학혁명군이 전주성에 입성한 관문이기도 합니다.

천년의 역사를 지켜본 풍남문 건너에는 전주 남부시장이 있습니다. 1905년 설치된 남부시장은 호남의 물산이 집결되는 경제활동의 중심지였습니다.
원래 지방에 가면 재래시장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는 법입니다. 백화점이나 24시 편의점과 달리, 덤도 있고 에누리도 있고 사람 사는 정(情)도 있는 것이 재래시장이니까요.

다시 한옥마을 쪽으로 들어오시면 이곳저곳 자유롭게 골목길을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한옥생활체험관이나 동락원 같은, 마당이 있는 한옥민박집도 둘러보시고, 한지체험을 할 수 있는 지담(紙談)이나 전통술박물관도 지척에 있습니다.

자유 시간을 즐기신 다음, 7시 저녁식사는 양반가에서 합니다. 원래 전주음식은 궁중음식과 연관이 깊어서, 남도음식에 비해 맵거나 짜지 않고 어느 면에서는 담백합니다.
양반가의 한정식에는 전주음식의 좋은 '고집'이 있습니다. 특히, 꽃게장은 그 웅숭깊은 맛이 천하제일이라 할 만합니다. 전통술박물관에서 보내온, 때를 잘 맞춰 거른 우리 술도 맛보시기 바랍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판소리와 가야금 병창, 대금연주들을 들으시면서 우리 음악, 우리 소리가 얼마나 사무치는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판소리는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크고 울림이 깊은 소리입니다. 판소리 <호남가>나 <쑥대머리>, <사랑가>도 기막히지만 가야금과 대금소리로 귀를 씻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밤이 깊어지면 숙소인 양사재로 이동합니다. 한옥 6칸의 양사재는 원래 전주향교의 기숙사이지요. 난초와 시와 술을 사랑하셨던 시조시인 고(故) 가람 이병기 선생이 머무셨던 곳입니다.
전주막걸리가 생각나시는 분들은 부근에 있는 선술집으로 안내하겠습니다. 허름한 목노에서 옛 가요 하나쯤 부르시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우리 옛 가요, 특히 2절 가사에는 우리네 인생이 먹먹하게 녹아있습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에는 숙소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벌들이 웽웽 날아들듯이 손님이 많은 웽이집 콩나물국밥은 전날 술을 많이 자신 분들에게 더 맛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콩나물 국밥과 함께 모주(검은 설탕을 함께 넣고 끓인 막걸리)는 꼭 한잔하셔야 합니다. 알코올 도수는 높지 않으니 속풀이로 생각하셔도 됩니다.

9시에 출발해서 금산사와 강증산 유적지로 향합니다.
금산사가 깃들어 있는 모악산(母岳山)은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산입니다. 동학사상과 증산사상의 모태가 된 신령한 산(山)이고,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생명사상이 발원하는 땅이지요. 원광대 신순철 교수와 군산대 김성환 교수의 좋은 말씀이 있겠습니다.

12시 점심은 인근에 있는 예촌이라는 국수집에서 하겠습니다.
유명 호텔 주방장 출신의 주인은, 풍류(風流)를 아는, 국수에 미친 사람입니다.
이어, 고운 최치원 선생이 '신선이 되어' 하늘로 떠나갔다는 신시도(神市島)쪽으로 이동합니다. 여기서 33km 길이의 새만금 방조제가 보입니다. 전라북도는 새만금에 세계 최초의 청정에너지 도시를 만들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시도와 새만금 일대는 고조선의 사상이었던 '신선사상'의 무대입니다.
일찍이 해월(海月) 최시형 선생은 새만금 일대를 가리키면서 "이 땅에 새로운 문명의 꽃이 피리라"고 예언했습니다. 개벽과 상생의 문화지대인 전북지역이 훗날 전 세계인이 그리워하는 '꽃심의 땅'이 될 것을 예견했던 것이지요.

▲ 전주의 이모저모

4시쯤 서울로 출발하며, 돌아오시는 길에 마무리모임을 갖고 출발지에서 아쉬운 작별을 하겠습니다.

이번 6월 참가 규모는 30명이며 참가신청과 문의는 www.huschool.com 또는 전화 050-5609-5609 이메일 master@huschool.com으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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