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발전과 부상이 거침없다. 1949년 신중국 건국 후의 30여 년이라는 '혼란기'를 거쳐 1978년 개혁개방 후의 30여 년이라는 '발전기'를, 그리고 현재는 조화로운 사회를 이뤄내야 하는 '안정기'라는 건국 후 제3의 시기로 진입하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얼마 뒤면 중국 당국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천안문 사태가 2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천안문 사태는 단순히 지나간 과거일 뿐 아니라 중화의 화려한 부흥이라는 미래를 향한 중국의 지난한 현재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글로벌 리더로 등극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치유하고 넘어야 할 산적한 현재적 과제 중 하나인 것이다.
2008년 12월 18일 북경의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개혁 개방 3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신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부강한 민주적 문명을 가진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실현하겠다"는 국가 비전을 제시하였다. 그러한 그의 모습으로부터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유난하게 '조화사회로의 진입'을 강조하며 맞이한 2009년은 중국 현대사에 있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한 해로 기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필요하다 싶으면 국가 통합과 인민들의 애국심 고취를 위한 다양한 거국적 행사를 개최해 왔다. 거국적 이벤트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조국 중국에 대한 자긍심과 공산당의 지도체제에 대한 신뢰감을 고양시키고자 함이다. 그 일환으로 2008년에는 북경 올림픽과 개혁개방 30주년, 선저우 7호의 우주 유영 등이 활용되었다.
2009년에도 이와 같은 국가적 행사가 몇 가지 계획되어 있다. 중국의 신화통신 '2009년 : 중국대사요망(中國大事瞭望)'에 의하면,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건국 60주년 기념(10월 1일)을 들 수 있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건국 이후의 중국의 발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면서 공산당 영도의 탁월성과 인민들의 대통합을 고취시키려는 것이다. 2009년은 또한 중국 현대사의 서막이라 평가받는 5·4 운동 90주년임과 동시에 마카오의 중국 반환 10주년(12월 20일)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국은 현재 '2009년'의 의미를 다각적으로 부각시키며 2009년을 역사의 새로운 관문이요 이정표로 삼아 중국대륙이 새로운 모습으로 새롭게 출발하자는 분위기 고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노력의 이면에는 중국 당국이 이 정도로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중국사회의 난제는 심각하다는 중국의 말 못할 고민이 엿들어 있기도 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꿈과도 같은 시기를 구가했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의 혼돈기를 지나 1979년부터 본격 시작된 개혁 개방은 1인 당 국내총생산(GDP)을 397위안에서 1만8,665위안으로 47배나 급증시켰으며 대외무역은 105.5배, 공업생산 또한 25.3배나 성장시켰다. 이를 통해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로 부상되며 중국은 명실상부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에는 그 만큼의 '성장통'과 '후유증'이 동반되었다. "부자 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부자가 되라 "는 개혁개방의 선부론(先富論)은 빈부격차와 함께 "돈을 향해 돌진(向錢)!" 이라는 지독한 배금주의와 이기주의 현상 등을 초래하였다. 가파른 경제 성장 속에서도 중국은 오히려 대학생 실업률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실직 노동자나 토지를 잃은 농민의 취업난 및 이로 인한 생활고 또한 심각하다.
게다가 가짜 약이나 멜라민 분유 소동, 가짜 고기나 가짜 술 및 환경오염 등과 같은 흉흉한 사회상은 그칠 줄 모른 채 중국 서민들의 삶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 4월, 중국 국무원과 기율위원회의 <전국 지방정부기구, 국가기구 공무원 임금 및 재산 조사 보고>에 의하면, 중국의 관료와 당 간부의 연간 수입이 도시민보다 8배에서 25배나 많았고, 농민보다는 25배에서 85배나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여 2005년 UN 자료는 "미국이나 일본 및 유럽의 개인 저축률은 각각 4%, 11.5%, 11.1%에 불과하지만 중국의 저축률은 40%에 달한다"고 발표하였다. 국가차원에서의 사회안전망이 불충분한 탓에 일반 서민들의 양로비, 의료비 부담이 높으며, 중국 당국이 짊어져야 할 주택이나 교육, 의료개혁 등이 인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6년 세계은행 역시 총 인구의 5%가 전체 국부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 비해 중국은 총 인구의 0.4%가 전체 국부의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 "중국은 양극화가 가장 심각한 나라"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개혁개방 30년 동안 가파르게 성장한 중국경제에 비해 중국 서민들의 생활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고 분배의 불균형은 오히려 더 악화되고 말았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중국 정부를 향한 서민들의 곱지 않은 기색은 더해지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공산당 정부의 지도력과 통합력은 반대로 약해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공산당과 국가 관료체제의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공산당 정부는 급기야 과거와는 다른 통치철학과 통치구도를 들고 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과학적 발전관(科學發展觀)'이다. '과학적 발전관'은 2007년 10월 17차 공산당 대회에서 중국의 새로운 지도이념으로 공산당 당장(黨章)에 삽입되었을 만큼 중요시 되는 당대 중국 통치이념의 하나이다. "인본(人本)을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발전의 추구"로도 요약 가능한 이 개념은 일반적으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권력기반이 공고하게 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평가된다. 하지만 과학적 발전관은 중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변했음을 나타내는 것이 기도 하다. 그 함의는 '개혁개방'에서 '과학적 발전'으로의 전환, 즉 성장을 강조한 물적 팽창 위주의 정책에서 분배를 강조한 질적 균형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하고 그 속에서 시민의식도 함양해 나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그 시행으로 인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성장위주에서 분배를 통한 조화로운 사회의 건설이라는 것이 의도대로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과학적 발전관의 도입이 중국 사회의 경제적 불균형을 중국 당국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로 전환시키며 오히려 더 정부를 긴장시키기도 한다.
중국인들은 확대일로에 있는 경제적 불균형을 시장경제의 불가피한 부산물의 하나로 인식하기도 했다. 이러한 중국인들에 대해 경제성장의 균형적 분배를 이루겠다며 새롭게 도입한 것이 바로 과학적 발전관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균형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과정에서 '무능한' 정부에 대한 중국인들의 정치적 불만이 증폭되게 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사회 안전망 확충 못지 않게 인민들의 동요 우려에 대해서도 더욱 더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게 되었다는 점은 중국 정부가 중국 사회의 불거지는 난제 앞에서 쩔쩔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더해 중국 사회의 만연된 이기주의 현상이나 낮은 시민정신, 대세적 공공의식 등은 아직도 의연하기만 하다. 바로 이와 같은 중국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국내적 암울한 현황으로 인해 중국 학자들 중에는 미국을 대체할 글로벌 리더로서의 중국의 등극이라는 중국의 미래에 대해 자조 섞인 한숨을 짙게 토로해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편, 이와 같은 중국사회의 제반 문제는 서커스에서의 '의자 쌓기' 곡예나, 오락실의 '두더지 두드리기' 게임 등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아슬아슬하게 의자를 쌓아 올리는 가운데 위기를 이 쪽에서 저 쪽으로 돌려 막으며 관중들의 스릴을 자아내는 서커스에서의 '의자 쌓기' 곡예'에서 사용하는 의자는 곡예자가 감당할 선에서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또한 한 곳에서 튀어 나온 두더지 머리를 재빨리 제압하고 또 다른 곳에서 튀어나오는 두더지 머리도 제압해야 하는 오락실의 '두더지 두드리기' 게임 또한 해당 게임기를 처음 만들 때 미리 정해진 숫자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중국사회의 난제는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으므로 이들 서커스나 게임과는 달리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이 글로벌 리더 미국을 대체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중국이 당면한 중국사회의 현재적 난관에 대한 원만한 해결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 할 것이다. 중국적 "콴부랴오(管不了)" 현상, 즉 "영토가 너무 크고 인구가 너무 많기(地大人多)" 때문에 통치가 제대로 서지 못하는 중국의 지난한 과제의 해결이 중국의 장밋빛 미래로 향한 불가피한 관문이요 전제조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할 때,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최대 패권세력으로의 등극 여부는, 13억의 인구만으로도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거대한 단일 국가 중국이 어느 누구도 가 본 적도 없고 경험한 적이 없는 첩첩산중을 잘 극복하고 해결해 낸 다음에야 비로소 본격 논의 가능한 차순위 과제가 아닐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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