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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CNN? <중앙일보>의 '몽상' 또는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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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CNN? <중앙일보>의 '몽상' 또는 '오해'

[최진봉의 뷰파인더] 美 미디어 정책 문제는 안 보이나

최근 <중앙일보>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미국 거대 미디어 그룹 중 하나이자 글로벌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사를 방문해 캐럴 멜턴 부회장과 면담한 사실을 보도했다. 아울러 이 신문은 타임워너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되는데는 미디어 시장 개방과 매체 간 겸영 확대가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나라도 미디어 규제를 풀어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우회적으로 전달했다.

여론 다양성 훼손은 안보이나

이 신문의 주장대로 타임워너를 포함한 미국의 6개 거대 미디어 그룹이 그들의 몸집을 불리는데에는 미국 정부의 미디어 규제 완화가 큰 몫을 했다. 미국 정부가 미디어 소유 규제를 풀어주면서 미디어 시장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판을 치게 되었고, 미디어 업체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점점 심화되어 갔다. 자본력을 가진 사업가들은 정부의 공식적인 비호를 받으며 언론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했고, 자본력이 열악한 언론사들은 거대 자본의 힘 앞에 무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이 6개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미국 언론 시장의 90%를 장악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미국 정부의 미디어 규제 완화는 언론 사업가들의 배를 불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언론 정책은 거대 언론 기업을 탄생시키는 대신 미국 사회의 여론의 다양성과 언론의 공공성을 말살시켰다. 하지만 미국 언론 시장을 장악한 거대 미디어 그룹들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규제를 풀어 미디어 시장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밀월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거대 언론사 사주들은 언론사를 자신의 경제적 이윤추구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상업적이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판치게끔 하는 한편 경제적으로 이해타산이 맞지 않는 프로그램은 과감히 없애 버렸다. 그 결과 미국 미디어에는 상업적 측면에 적합한 프로그램만이 살아남게 됐고 프로그램의 가치는 시청률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실정이 되고 말았다.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미국 미디어 시장을 장악하자 여론의 다양성이 훼손되는 위기에 처하게 된 것.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의 공공성과 공영성을 기대하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게 됐다. 지난해 5월, 미국내 20개 대도시에서 신문·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법률을 철회하는 법안을 상원에서 통과시키는데 주도했던 바이른 도건(Byron Dorgan) 민주당 의원은 FCC를 '거대 미디어 그룹의 미디어 시장 장악을 도와준 치어리더'라고 비꼬왔다. 나아가, 도건 의원은 소규모 언론사와 지역언론들은 국민들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통로로서 여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가 '신·방 겸영'에 찬성으로 바뀌고 있다고?

<중앙일보>는 지난 2007년 말에 FCC가 미국 내 20개 대도시에서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추진한 것을 두고 미국 상원이 과도한 규제완화라며 제동을 걸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최근에는 의회 분위기가 찬성쪽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5월 미 상원이 FCC의 신문·방송 겸영 허용에 제동을 건 이후, 미 하원에서도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반대하는 법안에 대한 논의가 소위원회에서 시작됐다. 또 이러한 움직임과는 별도로 미국의 시민단체와 언론단체들에서 FCC의 신문방송 겸영 허용 법안을 철회해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이다. 나아가, 알려진 바와 같이 오바마 대통령과 줄리어스 제나코스키 FCC 위원장 지명자 역시 신문방송 겸영과 거대 미디어 그룹의 언론시장 장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어 FCC의 신문방송 겸영 허용에 대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거대 미디어 그룹과 정치권력의 '결탁', 불보듯

과거 미국 언론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디어 규제를 풀어 언론시장이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에 의해 장악되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력과 거대 미디어 사업자들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미국의 언론은 정치권력의 감시자의 역할을 포기하는 대신 경제적 이득을 챙기고, 정치권력은 거대 미디어 그룹의 이윤 추구를 보장해 주는 대신 언론을 정권홍보에 적극 이용하는 이득을 챙겼다.

나아가,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미국 전체 언론 시장을 장악 하게 되면서 정보와 여론의 다양성은 말살되었고, 상업적인 마인드를 가진 거대 미디어 그룹들에 의해 언론의 공영성은 묵살되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디어 규제를 풀어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함으로써 거대 언론사를 만들겠다는 정부 여당의 미디어 법안은 철회 또는 수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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