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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주년? '방통심의위 무시 운동' 시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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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주년? '방통심의위 무시 운동' 시작할 때"

방송통신심의위 출범 1년…학계·시민사회 '해체' 요구 봇물

오는 15일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출범한 지 1주년을 맞는다. 출범 2년차를 맞는 방통심의위의 최대 목표는 '권한 확대'. 박명진 위원장은 지난달 8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심의위가 재심 권한과 실질적인 행정처분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5월 출범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우리는 힘없는 기관에 불과한 것 아니냐"며 같은 주장을 '당면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박명진 위원장의 바람과 달리 학계와 시민사회의 반응은 냉정하다. 오히려 '방통심의위는 해체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방통심의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년간 방통심의위는 심의의 민주주의적 가치는 완전히 배제하고 정권과 권력의 입맛을 위한, 그들의 의사 관철을 위한 행정 절차, 즉 '행정 심의'로 전락했다"(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비판이 나온다.

방통심의위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굳이 심의할 때부터 스스로 자기 파멸의 길을 밟아왔다"(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지적도 있다. "심의기구란 본래 심의의 적합성과 공정성으로 권위를 확보한다. 방통심의위는 '공정한 심의'를 위해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는 심의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짓을 했다"는 비판이다.

방통심의위의 1년 '성적표' "F"

"방통심의위의 산하 기구가 아니다. 독립성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박명진 위원장의 일성이 무색하게도 지난 1년간 방통심의위는 시민사회와 언론계의 권력 감시, 비판이 높아지고 힘을 얻을 때마다 '공정성'과 '명예 훼손' 등을 앞세워 이들의 목소리를 억눌러왔다.

촛불 집회를 보고 MBC <PD수첩> '광우병 편'에 '시청자 사과' 결정을 내렸고,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으로 확산되자 누리꾼들의 게시물에 '삭제' 결정을 내렸다.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시민사회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언론 관계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들 법안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뉴스후> 등의 프로그램에 중징계를 내렸다. 이명박 정부가 정연주 전 KBS 사장의 교체를 시도할 때에는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를 비판한 뉴스 프로그램에 '주의' 결정을 내렸고 YTN 노조원들이 '낙하산' 구본홍 사장에 반대하는 '블랙투쟁'에는 '시청자 사과' 결정을 내렸다.

방통심의위 출범 직후 내린 첫 결정이 온라인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2MB'로 표현한 것에 대한 '자제 권고'였던 것처럼 온라인 심의에는 '명예 훼손'도 폭넓게 적용됐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블로그에 '쓰레기 시멘트' 기사를 연달아 올라온 최병성 목사의 경우 '소명 기회'도 갖지 못한 채 한국양회공업협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4개의 글에 삭제 결정을 내렸다. "공익 목적의 글에 명예 훼손을 적용할 수있는가" "명예 훼손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데 사법기관도 아닌 방통심의위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등의 내부 비판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통심의위의 결정에는 일종의 '편향성'도 발견됐다. 미디어발전국민연합 등 보수적 언론단체가 MBC <PD수첩> 등을 대상으로 한 심의 요청에는 대부분 '시청자 사과' 등의 중징계를 내린 반면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이 KBS '제야의 종' 타종행사 음향 조작 논란, KBS <뉴스9>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 문구 삭제에는 '권고' 등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또 YTN 노조의 '블랙투쟁'이 MBC, SBS로 확대됐을 때에는 '문제없음' 결정을 내려 그나마 일관성도 지키지 못했다.

"지금의 구조에선 누굴 갖다놔도 '정치심의' 나올 것"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방통심의위 '해체' 주장이 나오는 것은 방통심의위의 문제가 단지 '운영상'의 문제가 아닌 방통심의위 구성상의 근본적인 문제로 파악하기 때문.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지금의 방통심의위에는 누구를 갖다놔도 정치 심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당 추천에 따라 구성되어 있는 이상 신뢰나 권위는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가 한나라당 추천 위원 6명 대 민주당 추천 위원 3명 등 정당 추천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 김창룡 교수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는 사안에서는 위원 간 협의가 아주 잘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위원 간 여야 입장을 대신하는 입장이 된다"며 "방통심의위는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공개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하되 대통령이 임명권만 갖게 하면 권위와 신뢰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명색은 '민간 자율기구'를 내세우면서 예산은 준조세 성격의 방송발전기금을 사용하는 모순을 지적하는 학자들도 많다. 김승수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예산은 국가 공공재정을 사용하는 방통심의위는 사실상 '행정기구'이며 심의는 사실상 '간접 검열'이 된다"고 지적했고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부학과 교수도 "정부가 예산을 배정하고 임용하는 방통심의위에서 '공정성'을 심의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방통심의위는 '민간 자율기구'일 뿐…진짜 '자율기구' 만들자"

일부에서는 방통심의위의 '거품'을 꺼트려야 한다는 주장도 적잖다. 본래 '민간 자율기구'에 불과한 방통심의위의 결정에 지나치게 많은 권력이 주어지고 있다는 것. 전응휘 상임이사는 "방통심의위를 두고는 '잘했다, 못했다'를 논할 것이 아니라 '노코멘트' 하면 된다"면서 "방통심의위는 본래 심의 결과를 '권고'하는 기관일 뿐이다.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전응휘 이사는 "현실적으로는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두고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 시민사회, 언론계 등이 폭넓게 참여해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갖는 기구를 만들면 된다"며 "이 기구가방통심의위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 다른 결정을 내리고 방통위원회에 별개의 의견을 제출한다면 방통심의위 결정의 '편파성'이 드러날 것이고 '행정명령'을 내려야 할 방통위는 난감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규찬 교수는 "현재 행정기관으로서의 방통심의위가 원래의 사회적 위임, 역할을 하지 못 하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내부적인 개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재구성' 혹은 '해체'를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아니면 사회적 무효 선언이라도 해야한다"며 "사회적으로 더 폭넓은 심의기구를 구성해서 민주적인 심의를 하자는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런데도 박명진 위원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방송통신심의위에 심의에 따른 실질적 권한인 '행정처분권'을 줘야 할까.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심의는 방통심의위가 하고 규제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하는 이중구조를 생각하면 행정처분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 자체는 맞는 말"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처럼 방통심의위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행정처분권을 가져봤자 정치적 논란만 더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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