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신문 지원 제도가 없다면 신문의 크기와 논조, 지역을 떠나 2~3년 이내에 도산하는 신문사가 적지 않을 것이다."(김보협 전국언론노조 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
2009년 상반기 경기 침체로 광고 시장 위축이 심화하면서 신문사의 경영 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2월 직원의 월급을 50%만 지급한 <경향신문>을 비롯해 다수의 신문사들이 사원 월급을 15~20%가량 삭감했고 상여금을 반납하거나 취재 지원비를 줄이는 등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정치권 등에서 내놓는 해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한나라당, 방송통신위원회 등은 지상파 방송·종합편성채널 겸영을 '위기 타개' 방안으로 내세운다. "방송 뉴스 시장의 독과점을 해소해 여론 다양성을 확보하고 거대 미디어 그룹으로 발전시킨다"는 식의 논리다. 한나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 관련법을 밀어붙일 태세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올해 안에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하겠다며 '시한'까지 설정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신문의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해 공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신문법 개정을 통한 신문 산업 보호·육성 토론회'에서 "현행 신문법에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재원이 투입될 수 있는 지원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일반 독자의 신문 구독료를 연간 최대 50만 원 선에서 특별 공제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5월 중 발의할 예정이며 △'신문발전기본계획' 수립 조항 신설 △대규모 신문 기금 조성 등 진흥 정책 관련 조항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신문법 개정안도 내겠다고 밝혔다.
"'독자' 지원책…구독료 소득공제 실시하자"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한나라당의 언론 관련 개정안을 두고 "신문 산업 내의 고유한 강점을 키우기보다 외부로 눈을 돌려 회생을 꾀하는 것으로 '부정적인 외부성'을 만들 수 있다"며 "이종 매체 겸영으로 인한 이득이 전체 신문이 아닌 소수의 신문에 집중되어 여론 다양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소지가 있고 국내의 대기업과 재벌은 물론 외국자본까지 끌어들이게 된다"고 비판했다.
조준상 소장은 "한나라당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신문의 방송뉴스∙보도 소유를 원천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한나라당의 개정안처럼 소유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OECD국가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영국 아니 독일의 규제를 한국에 적용하면 한국에서 지상파 방송을 소유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신문은 한곳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소장은 대안으로 '신문 구독료 소득 공제'를 제안했다. 그는 소득 공제 대상은 독자에게 정확한 구독 계약서가 발행된 것에 국한하며 지원 대상은 전국 및 종합 일간지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신문이 아닌 독자에 대한 지원을 통해 신문 산업 일반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지원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성실한 '구독 계약서' 발행을 통해 신문 시장의 투명성을 유도하고 정확한 구독 계약서를 발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유가부수로 인정하지 않는 정책을 병행해 추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부수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또 그는 "구독료 세액 공제를 실시하는 3~5년은 신문산업 구조 조정의 시기로 설정해 불공정 거래를 철저히 단속하고 신문유통원의 배달망을 읍, 면, 도서벽지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연구실장은 "구독료 소득 공제는 돈으로 계산했을 때 전국지와 지역지를 합쳐 870만부 정도고 한 부당 15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략 1000억~3000억 원 가량"이라며 "신문시장의 투명성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구독료 소득 공제로 모든 거래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므로 임시적으로라도 보다 체계적인 독자 조사를 통해 시장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현래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과장은 "신문협회와 업계 의견을 수렴한 후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문 '불신'과 낮은 시장 투명성…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그러나 구독료 소득공제 등 신문 지원을 위해서는 한국 신문 시장의 특수한 상황과 신뢰도의 위기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또 현재의 정치 지형과 신문의 상황을 두고 "여론 다양성과 민주주의의 버팀목"이라는 '명분'에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영욱 연구실장은 "신문사가 문을 닫는 외국의 경우와 달리 한국의 신문은 전국 신문이든 지역 신문이든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며 "이에 더해 조∙중∙동 등 정치적 지향이 같은 일부 신문이 신문 시장을 과점하고 있어 전체 신문에 대한 지원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 신문 대 지역 신문의 독자 수 비율이 9:1로 나타나는 등 판매 시장이 극도로 왜곡되어 있고 시장 투명성은 더욱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실망스럽지만 신문 산업을 지원하는 획기적인 방안은 없는 것 아닌가. 작지만 여러 영역에서 지원을 계속하면서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 차선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협 언론노조 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은 "신문이 위기에 처한 것은 신문사들이 독자의 요구와 시대 변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데 더해 거대 신문사들이 '자전거 일보', '비데 신문' 등 신문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 책임이 크다"며 "여론 다양성과 민주주의 기반으로서 신문에 대한 공공 지원은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각 신문사들은 발행부수와 유가부수 공개 등 경영 투명화에 동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상 소장도 이러한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신문의 신뢰도는 방송 등에 비해 월등히 낮고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급격히 하락하고 있으며 특히 '조·중·동' 독자들의 신뢰도는 더욱 낮다"며 "신문 전반의 신뢰도 하락의 원인에 대한 공정한 분석과 이에 대한 합의는 신문산업 일반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