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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작가님 잡혀가지 않을까 걱정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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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러다 작가님 잡혀가지 않을까 걱정되요"

[토론회] "이명박 정부의 온라인 통제, 표현의 자유 죽이고 있다"

"이런 만화 보면서 작가님이 잡혀가지 않을까 걱정되는 현실이 더 무섭다"
"이건 정말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이상하게도 함부로 글을 못남기겠다. 잡혀갈까봐… 이런 생각이 머리에 내재됐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이것은 한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됐던 <박대리는 사회부적응자> 54화에 달린 누리꾼 댓글이다. 한국 직장인으로 살게된 외계인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의 현실을 풍자해온 이 만화에는 작가의 신변을 걱정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최근 이러한 내용의 댓글은 이명박 정부를 풍자하거나 비판 목소리를 내는 모든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공안정국'이 온라인에서 이른바 '위축 효과'를 일으키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사이버 모욕죄' 뿐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누리꾼 유죄 판결, 검찰의 미네르바 구속 등의 사건을 거치며 한국의 온라인 사회가 급속히 위축된 것.

27일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는 "사이버 모욕죄, 표현의 자유 사망선고"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검찰과 경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표현의 자유 침해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됐던 <박대리는 사회부적응자>의 일부. 이 만화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풍자로 인기를 끌어 많은 누리꾼들이 작가의 신변을 걱정했다. ⓒ미디어다음

"'의견내기 무섭다'는 시대, 정상적인가"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일각에서는 '인터넷에 자유가 너무 많아 문제'라고 하지만 엄밀히 생각하면 인터넷에서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인터넷 실명제'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행위의 자유보다 못하다"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온라인에서 일어난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을 조목조목 들어 정부를 비판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지난해 5월 검찰이 '인터넷 괴담에 형사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다음날 법무부가 '광우병 괴담 10문 10담'을 발표한 것을 들어 "정부가 형사처벌을 암시하면서 이러한 글을 발표한 것은 '금지글 목록'을 발표한 것과 다를바 없고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정부 비판적인 발언을 위축되게 만들어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효과를 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중동 광고주 불매 운동'에 대해서도 "법원 판결문을 봐도 '모든 광고주 목록이 불법은 아니다'라는 내용이다. 이는 검찰과 방통심의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며 광고주 목록 삭제는 합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의 강도높은 수사는 위축효과를 일으켰고 이를 의도한 것임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축의 법률적 정의나 국가의 엄포가 어느 수준까지 되어야 '검열 행위'가 되는지는 모르나 현재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 만나는 위축 효과는 분명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국민들이 '무섭다', '자기 검열을 하게된다'고 고백하는 현실이 정상적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터넷이 일반 시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미디어인가. '언론과 출판의 자유'로 제한되어 왔던 표현의 자유를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실절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게 한 유일한 매체"라며 "인터넷 규제 모델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면 그의 제1원칙은 '표현의 자유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블로거가 되려면 '펀치'보다 '맷집'이 강해야 하는 시대"

이날 토론회에서는 블로거 등 직접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들이 이명박 정부의 온라인 통제를 어떻게 실감하고 있는지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블로그 <독설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인터넷 통제가 '시즌 3'로 들어가는 길목인 것 같다"면서 "'시즌 1'에는 정부는 인터넷이 촛불 정국 등에서 얼마나 위험이 될 수 있는가를 깨달았고 시민은 대안 언론의 가능성을 체험했고, '시즌 2'에는 그 이후 시민은 위축되고 정부는 공안정국에서 통제의 효과를 체험했다면 '시즌3'는 이를 법적, 제도화하는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재열 기자는 "블로거로서 유·무형의 통제를 경험한 바로는 이른바 청와대 등의 항의 전화에 익숙해진 시사 주간지 기자가 압력을 이처럼 소화해낸다면 일반인에게는 무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블로거가 되기 위해서는 펀치 보다 맷집이 중요한 시기가 된 것 같다. 흥행보다 이런 것을 견뎌낼 수 있을까의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또 블로거 'BJ라쿤' 나동혁 씨는 "'사이버 모욕죄' 법안이 발의된 것을 보고 내가 올린 모든 글의 근거를 링크하고 근거를 찾아서 수정했다"면서 "이는 자유롭게 의사 표현 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고 또 집앞 슈퍼를 나갈 때도 목욕재개하고 옷을 갖춰입고 화장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 3년간 미디어 다음에 블로그 '최병성의 생명편지'를 개설해 '쓰레기 시멘트'에 관한 기사를 올려온 최병성 목사는 지난 1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한국양회공업협회의 신고에 따라 자신의 기사에 삭제조치를 취한 데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방통심의위는 양회공업협회가 신고한 15개의 기사 가운데 4개에 대해 삭제 결정을 내렸다. 당초 양회공업협회는 미디어다음 등에 글 55개에 대해 명예훼손 신고를 했다 여론의 비판에 따라 15개로 변경신고 했고 이에 따라 최 목사의 블로그 기사 중 다수는 30일간 임시 접근금지 조치를 당했다.

최병성 목사는 "4차례에 걸친 방통심의위의 심의를 지켜보며 이 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 신고자의 신고 내용만을 근거로 판단하고 있다는 불공정성과 편파성의 문제"라며 "신고된 게시자는 신고당했는지 조차 알지못하다 삭제통보가 와야만 신고된 것을 알게된다"고 비판했다.

▲ 'MB정권의 언론탄압과 민주주의의 위기-사이버 모욕죄, 표현의 자유 사망선고' 토론회. ⓒ프레시안

방통심의위 "논문보다 화장실 낙서에 더 많은 책임 묻는 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 대다수는 "방송통신심의위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며 심각한 문제의식을 토로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내용 규제를 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국회 의석 비율에 따라 구성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편향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전응휘 상임이사는 특히 2002년 헌법재판소가 방통심의위의 전신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대해 '불온통신' 규제를 하면서 '미풍양속', '공공의 안녕' 등 불분명한 기준으로 삭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사례를 들어 "이 판결은 불법성이 자명한 경우가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도록 심의하면 안된다는 것이 핵심이나 방통심의위는 이를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보통신에 있어 방통심의위가 갖는 권한은 '불법 정보'에 한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재를 요청하는 것 밖에 없고 '불법정보'라면 게시물 게시자의 의견을 청취한 후 행정명령에 의해 삭제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건강한 정보통신 질서'를 만들기 위한 '기타 조항'에 따라 '시정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방통심의위의 권한을 지나치게 확대해 월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편법, 탈법적인 적용으로 국가 검열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맹비판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도 "방통심의위에 대해선 너무나 할말이 많다"면서 "신설되는 '사이버 모욕죄' 뿐 아니라 근본적인 독소조항부터 없애야 한다. 모순덩어리인 기존의 망법의 문제를 지적해 대체입법 투쟁을 해야하고 왜 존재해야 하는지 알수 없는 방통심의위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재열 기자는 온라인에 과도한 규제를 가하는 방통심의위를 두고 "국경없는기자회에서는 '미네르바'와 관련해 기존 매체 기자들도 일정정도 오류가 있고 이를 시정하며 원활한 의견을 공론화하는데 기자보다 책임성이 덜한 누리꾼이 게시판에 올린 글을 가지고 언론사보다 엄격한 내용을 적용하는 것이 말이되느냐는 지적을 했다"며 "말하자면 학자가 논문에 발표한 논문보다 화장실에 쓴 낙서에 책임을 더 많이 묻는 사례와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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