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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퇴진 1년'…삼성 관련 보도는 '삼성 생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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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퇴진 1년'…삼성 관련 보도는 '삼성 생각대로'?

MBC '이건희 복귀설' 제기…조·중·동 등 대부분 언론은 침묵

삼성 비자금 특검 이후 이건희 전 회장이 퇴진을 선언한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삼성그룹은 전략기획실 해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최고고객책임자(CCO)직 사임 등 10개의 경영쇄신안을 내놨고 1년이 지난 지금 삼성 내부에서는 "쇄신안 10개를 대부분 이행했다"는 자평이, 시민사회에서는 "과연 삼성이 바뀐게 무엇이냐"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 등 유력 언론들에서는 <한겨레>, <경향신문> 등 일부를 제외하고 '이건희 퇴진 이후 삼성 1년'을 조망하는 유의미한 보도를 찾기 어렵다.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삼성 비자금 의혹이 일으킨 사회적 파장이나 한국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했을 때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보도 태도다. 대신 이건희 퇴진 1주년을 짚은 보도에는 삼성 경영진이 전면적으로 제기하는 '리더십의 부재'라는 이슈가 '삼성 생각' 그대로 담긴 경우가 많다.

'이건희 복귀설' 전면 제기하는 MBC?

문화방송(MBC)는 23일 <뉴스데스크>에서 이효동 기자의 리포트로 "삼성 신경영 1년…복귀냐 세습이냐"라는 보도를 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퇴진한 지 꼭 1년이 지났지만 리더십 부재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삼성이 묘안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앵커 멘트)면서 이건희 전 회장 복귀설, 이재용 전무 세습설 등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보도다.

MBC는 "그동안 경영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는 리더십의 부재"라면서 "이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곧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는 대로 복귀할지 모른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때마침 김문수 경기지사도 최근 이 전 회장이 일선에 다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주목을 끌었다"고 보도했다.

MBC는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 세습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면서 "다만 경영 능력에 관한 사전 검증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또 "전문 경영인 체제를 지지하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오너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는 이 보도에서 이재용 전무 복귀설과 전문 경영인 체제 가능성에는 각기 주인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와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의 반대 인터뷰를 넣었지만 이건희 전 회장의 복귀설에는 김문수 지사의 지지 발언 외에 반대 여론을 보도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이건희 전 회장의 복귀설에 무게를 뒀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책임감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제3의 창사를 외친 삼성의 고민이다"라는 멘트와 함께 삼성그룹 사옥 전경에 이건희 전 회장의 모습을 오버랩시키기도 했다.

조중동은 아예 보도 자체를 안해…KBS, SBS도 면피성

22일 MBC <뉴스데스크>가 이러한 보도를 내자 한국방송(KBS)와 SBS도 23일 각기 <뉴스의 광장>, <뉴스와 생활경제>에서 이건희 전 회장 퇴진 1주년과 리더십 문제를 다룬짧은 기사를 냈다.

KBS는 "삼성, 쇄신 1년…절반의 성공"이라는 기사에서 삼성의 인적 쇄신, 인력 운용 방안 변경 등을 들어 "이건희 회장 퇴임 1년 삼성은 여러 면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같은 노력과 일부 성과에도 삼성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며 계열사 사장단의 집단 지도체제 문제나 순환 출자 지배구조 온존 등을 짚었다.

SBS도 "이건희 전 회장 퇴진 1주년…'쇄신' 어디까지?"라는 기사에서 전략기획실 해체, 계열사 사장단 세대 교체 등을 쇄신 성과로 짚고 "이러한 쇄신 분위기 속에서도 삼성이 장기적인 전략 수립 등에는 지나치게 몸사리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 중 삼성그룹의 이건희 전 회장 퇴진 1년을 다룬 곳은 <한겨레>와 <경향신문>,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정도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은 아예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한겨레>는 21일 "대표모델 '삼성전자' 독립경영 시험 '창사 이후 변화, 1년새 다 겪은듯", "안에선 '회장님 메시지 끊겼다'는데 밖에선 '보이지않는 손 여전' 비판" 등의 보도에서 비판적으로 다뤘고 <경향신문>도 "이건희 퇴진 1년… 삼성 과연 변했나" 라는 보도를 냈다.

김상조 교수 "삼성 광고 받는 언론사는 본질 왜곡하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삼성 비자금 조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벌어지고 결국 이건희 전 회장이 퇴진하던 1년 전에 비하면 삼성 문제를 대하는 언론들의 태도가 크게 바뀐 것.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일간지 방송 가운데 진지하게 이건희 퇴진 후 1년을 다룬 곳은 <한겨레>와 <경향신문> 뿐"이라며 "삼성으로부터 광고를 받을 수 없는 신문만 제대로 쓰고 삼성에서 광고를 받는 언론사는 완전히 본질을 왜곡하는 형태로 보도하는 것은 지나치다"라고 비판했다.

김상조 교수는 "삼성에 대한 호오와 관계없이 한국 경제에서 삼성이 갖는 위상이 있으니 그 1년의 평가를 다루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다룬다면 진지하게 써야 한다"면서 "KBS나 MBC 등 주요 언론들은 1년 전 한국사회가 무엇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난리를 쳤는지를 잊어버렸거나 그 문제를 정확하게 다룰 수 없는 정치적, 경영적 상황에 당면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KBS의 경우 정치적인 문제가, MBC는 경영적인 문제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서 특히 MBC 보도에 대해 "'이건희냐, 이재용이냐'만이 문제고 다른 대안은 의미가 없거나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보도로 읽혔다"면서 "물론 이것은 삼성의 시각이며 MBC는 삼성의 입장과 자사의 경제적 상황을 감안해 보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MBC가 자신의 인터뷰를 인용한 것을 두고도 "사실 삼성이 금융 위기 상황을 빌미로 과거의 의사 결정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것이 나의 의도였다"면서 "그러나 '총수 체제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인용된 것 같다. 나의 주장은 지주회사 체제든 총수 체제든 권한과 책임이 명실상부하게 일치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언론 보도는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이후 1년 간 한국사회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 "삼성이 변한 것이 아니라 삼성은 그대로인데 삼성을 둘러싼 한국 사회가 변한 것"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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