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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개성 통보, PSI나 '돈' 보다 높은 차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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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北의 개성 통보, PSI나 '돈' 보다 높은 차원서 나왔다"

[정세현의 정세토크]<21> '특혜' 거둬들이는 이유가 핵심

어제 개성공단 접촉 결과를 놓고 22일 아침 신문들의 보도가 좀 엇갈린다고 할까, 실제 상황과 거리가 있는 기사들이 좀 나온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결국 돈 더 달라는 얘기라는 식으로 제목이 나온 경우가 있던데...물론 그런 대목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통일부의 국회 보고자료나 언론 보도자료를 보면 북쪽이 남측 대표단에게 했다는 통지의 내용이 우리가 북쪽에 전달했다고 하는 내용의 1/6 정도 밖에 안 나와 있어요. 그런데 접촉 시간은 22분이었단 말예요.

또, 처음에 우리 입장을 통보하는 식으로 읽으려니까 북이 제지하고 자기네 얘기를 한 다음에 우리가 전달한 통지문은 다시 돌려줬다고 했어요. 그럼 우리는 한 4~5분 말을 했고, 나머지는 북측이 했다는 건데, 정부가 밝힌 북측의 통보 내용은 너무 적어요.

어쨌든 그렇다 하더라도 북쪽이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해 한 얘기 중에 몇 가지 대목을 보면 앞에 잘린 내용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모두발언'부터 해독해야

그동안 북쪽이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를 놓고 남쪽에 여러 강한 메시지를 보내왔기 때문에, 이번에 만나면 개성공단 운영 문제와 PSI를 연계해서 압박하리라는 전망이 많았죠. 'PSI 하면 개성공단 문 닫겠다'는 식으로.

그런데 개성공단에 관한 요구를 하면서 PSI를 주된 원인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PSI에 전면 참여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밝혔다고 정부가 오늘 확인했는데, 개성공단을 가지고 이러는 건 단지 PSI 때문만이 아니라, 더 큰 원인이 있다는 걸 읽어야 합니다.

그게 뭐냐? 개성공단과 관련해 남측에 준 모든 특혜조치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는 부분이 있죠. 즉 그건 특혜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는 겁니다. 바로 이명박 정부가 6.15선언과 10.4 선언을 무시하는, 그런 상황을 말하는 거죠.

북한은 이런 얘기를 했을 겁니다. 개성공단 사업은 6.15 공동선언에서 시작된 것이다. 6.15 선언에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그걸 명분으로 개성에 특혜를 줬다고 말할 수 있죠.

아니면 또 1항에서 나오는 '우리민족끼리' 정신으로 남쪽에는 특별히 국제 가격보다 낮은 시세로 노임도 보장해주었고 토지임대료도 싸게 해주거나 늦게 받기로 했다는 설명을 구두로라도 했을 겁니다.

개성공단에 주었던 특혜를 이제는 거둬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PSI 문제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 찾고 그 논리의 연장선에서에서 각종 통보를 했을 겁니다.

북한 사람들하고 대화하다 보면 지루하게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고 자기 행동의 현실적합성을 설명하기 위한 대목들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우리보다 훨씬 논리적이죠. 우리는 그냥 간단명료하게 결론부터 말하고 끝내지만 북한 사람들의 원칙적인 문제, 역사적인 문제부터 풀어내기 때문에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인데...이번에 정부가 밝히는 것처럼 이렇게 거두절미하고 이런 몇 가지 얘기만 했을 것 같지 않아요.

22분 동안 접촉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은 발언도 제대로 못하게 하면서 자기 측 얘기하느라고 시간을 훨씬 더 썼던 것 같은데 보도자료에 소개된 것처럼 10개 문장, 우리측 주장의 1/6정도만 얘기하고 끝났을 것 같지가 않아요.

▲ 개성으로 가는 관문인 남북출입사무소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연합뉴스
협상 대상, 당국 아닌 현대일 가능성

그리고...노임과 토지임대료를 국제가격보다 싸게 한 것에 대해 자꾸 남북간 합의를 말하는데, 개성공단과 관련한 제반 규정의 법적 성격은 남북 합의서 형식이 아니라, 북한이 합의의 정신을 자신들의 법령 형태로 만든 겁니다.

그건 우리가 요구한 거예요. 남북 합의보다 자기네 내부 법령화하는 게 북쪽의 행동을 규율하는 데 구속력이 높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 사람들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정령 형식으로 법령화가 돼있어요. 개성공업지구법 안에 다 들어 있어요.

그 하위 법령, 우리식으로 시행령에 해당하는 게 10개가 넘어요. 거기에 임금, 토지임대료, 소득세 등에 대한 관련 규정들이 다 들어 있는데, 월 임금을 57.5불로 시작하고 연간 5% 이상 인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도 법령에 들어 있어요. 우리가 북한한테 국제적인 투자를 유치할 때 해야 하는 모델을 제시하면서 법령화하도록 한 거죠.

토지임대료 징수를 10년간 유예했다가 그걸 바꿔서 내년부터 받겠다고 말한 건 남쪽 정부나 토지공사, 현대한테 받겠다는 게 아니라 입주기업들이 내야 하는 걸로 법령화됐고요, 소득세도 입주 기업이 수익을 내면 3년 정도 면제해 주는 걸로 법령화되어 있습니다.

어제 북한이 협상을 해서 합의를 바꾸자고 했는데, 법리상으로 말하자면, 사실은 자기네 법을 고쳐야 되는 겁니다. 물론 그 전에 남쪽과 협상해서 동의를 받아낸 뒤에 다시 법령을 고쳐야 하는 거지만...

여기서 그 협상의 상대가 누구냐 하는 문제가 나옵니다. 북쪽에선 일찌감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란 걸 만들어서 나왔는데, 사실 그게 당국이죠.

그런데 남쪽에서는 그동안 이런 협상을 현대가 나서서 했어요. 왜 그러냐? 개성공단 2000만평에 대한 50년 장기 독점 개발권을 현대가 처음에 받아냈으니까요. 이번에 그 기간도 조정하자고 했다는 보도가 있던데, 그게 사실이라면 그것도 문제죠. 독점 기간을 반토막으로 자르거나 3분의 2로 줄이자고 하면 사실 개성, 금강산, 칠보산, 백두산 독점 개발권을 위해 준 5억불이 날아가는 셈이죠. 어쨌든 그런 의미도 있습니다.

그런 독점 개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협상 대상이 남쪽 당국이 아니라 현대가 될 수도 있어요. 현대를 오라고 할지 몰라요. 물론 현대가 정부를 대신해서 정부의 입장 전달하고 법령화도 정부 요구에 의해 된 거였긴 하지만요.

'경쟁력론'으로 협상 응해야

다시 앞의 얘기로 돌아가서...6.15부터 문제를 제기해서 특혜를 줄 이유가 없어졌으니 협상을 새로 하자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런데 북한의 요구가 국제적인 수준, 예컨대 중국 수준 이상은 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북한은 개성공단에 대해 처음 협상할 때 월 임금 300불을 제시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럼 누가 가냐'고 따졌죠. 당시 중국이 100불이었고, 베트남이 70~80불 이었으니까. 그래서 중국이나 베트남에 나간 남쪽기업들이 개성으로 오도록 하려면 남쪽 기업에 유리하게 해야 한다고 설득했죠.

지금 북한 사람들은 남측에 혜택을 줬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당시 우리는 '경쟁력' '비교우위' 개념을 심어 주면서 토지임대료와 임금을 낮추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300불을 요구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65불로 낮췄고, 2-3개월 후에 다시 자진해서 57.5불부터 시작하자고 나왔었습니다.

그건 우리가 말한 경쟁력 개념을 북한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봐요. 토지 임대료도 마찬가지였죠. 그러니까 앞으로 어제 제안을 가지고 협상할 때도 우리는 경쟁력 개념을 강조해야 합니다.

북쪽 사람들은 '말 통하고 거리 가까우니까 중국하고 비슷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솔직히 북한이 개성공단을 열어 놓고 정치상황에 연계시켜서 여러 번 애를 먹였기 때문에...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감수하면서 개성에서 버티려고 했던 건 중국보다 임금과 임대료가 현저하게 싼 것 때문에 그랬던 겁니다.

앞으로 협정을 맺으면 정세변화에 따라 애를 먹이지 않겠다는 보장이 없는 한 개성공단은 매력을 잃습니다. 그러니 북한도, 특히 북한 군부도 무턱대고 그렇게 떼쓰고 압박한다고 해서 중국보다 나으니까 남쪽기업들이 개성에 남으려고 할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 선에서는 군부의 강경론보다는 역시 경쟁력이라는 개념으로, 대남 혜택론으로 떼쓰지 말고, 경쟁력이란 개념으로 이 문제를 푸는 데 영도력이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우리도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에서 북한이 말하는 혜택론을 극복하고 우리 기업들이 그나마 좀 이윤을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런 논리를 잘 개발해야 합니다. 누가 협상에 나가든.

대남 강경책과 외자유치 환경 개선 양수겸장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북한이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된 원인, 즉 6.15 및 10.4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부정 입장을 수정한다는 조건에서 얘기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6.15와 10.4 얘길 안 하면 밑에서 기술적으로 깔짝깔짝해가지고 임금 문제나 임대료 문제가 풀리진 않을 거예요.

완전히 국제수준으로 가면 개성공단의 경쟁력이 없어지고, 그러면 북한한테도 불리하고, 우리 기업들도 거기 남아 있을 필요가 없게 되죠. 우리 기업들도 도와주고 북한의 입장도 유연하게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경쟁력 개념으로 가는데, 그러기 위해서 6.15와 10.4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늦어도 올해 6.15 전에...6월 한미 정상회담 쯤 되면 미국의 대북정책도 어느 정도 나올 것 같은데, 그 전까지는 6.15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합니다.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에 조응하기 위해서라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메시지를 보내지 말고 분명히 얘기하라 이거죠.

그 바탕에서 내가 앞에서 말한 경쟁력 개념을 말하라는 겁니다. 6.15를 그대로 놔두면 협상 자체가 시작되지 않을 거예요. 시작되더라도 '6.15와 10.4에 대해 계속 똑같은 입장이면 특혜는 없다'고 나올 거니까 개성공단 자체가 어려워지는 거죠.

또 6.15와 10.4에 대해 제대로 다 얘기를 하고 진정성이 확인되는 경우에도 북한이 이번 요구를 백지화하진 않을 겁니다. 결국은 조금 높여 줘야 하는 거죠.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고 해놨기 때문에 외부에서 공급이 들어가야 해요. 무상원조가 아니라 투자유치 방식으로 끌어들이려면, 남한과의 선례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60불짜리 투자 유치를 하지는 않겠다는 계산이 섰을 거예요.

그러나 중국의 반값 정도 되고 베트남보다 비싸지 않으면 개성공단은 그런대로 경쟁력을 갖는다고 봐야죠. 지금 같은 시대가 오진 않겠지만. 여비, 인건비, 통신, 원자재, 물류 다 생각하면 베트남이나 중국보다 낫다는 결론이 나오면 개성공단은 그대로 가는 겁니다.

정리해봅시다. 어제 북한의 요구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보복과 응징의 뜻도 물론 있지만, 실제로 개성공단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보자는 생각도 있는, 그런 두 가지 의미가 있는 제안인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미북관계나 일북관계가 풀렸을 경우, 지금으로선 난망일 것 같지만, 국제정세도 생물이라서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라요. 그러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개선되면 유럽이나 서방권에서 투자가 들어오는 경우 지금처럼 싸게 줄 수는 없지 않느냐는 생각도 있는 겁니다. 양수겸장이죠.

남쪽에 대한 보복·응징만은 아니고 자기들 나름대로 여러 가지 고려를 했다고 보입니다. 2012년을 맞이하기 위한 외자유치 등등에 있어서 차제에 올려놔 보자는 계산도 하지 않았겠나...비록 북쪽에서 민경협이라는 남북 당국 차원 경협 담당 기구가 지금 없어졌지만, 그 두뇌들이 국방위 산하에 가서 심부름이라도 하고 있을 텐데, 앞으로의 외국과의 거래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디딤돌이 되는 조치를 만들어 나가려고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여기서 거듭 강조하는 것은, 북한의 요구가 그렇게 양수겸장의 의미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하게 개성공단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남한 정부의 사정을 볼모로 해서 그냥 무조건 돈이나 올려 보자, 뻔하다, 이런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PSI, 차제에 연기해야 미국과 조응할 수 있어

PSI는 아직도 결론이 안 난 것처럼, 어떤 신문은 주말에 발표한다고 하고, 어디는 상황을 지켜보는 게 아니냐는 엇갈린 보도가 나오기 때문에 좀 어지러운데...이번에 강하게 북한이 PSI를 걸고 나왔다면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라도 PSI를 해야 한다'라는 말이 나왔을 텐데, 북한이 그러지 않았거든요.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PSI를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정부가 확인했죠.

그러니까 결국은 PSI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선택 여지가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압박 때문에 PSI를 못하게 됐다는 얘기는 안 들으면서도 PSI를 철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좀 뭐 우물쭈물 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차제에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하면서 사실상 무기 연기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어제 우리 쪽에서 북에다 대고 남북해운합의서가 있으니까 PSI를 해도 북한한테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지금 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나올지 모르지만, 그러나 북한이 'PSI는 선전포고'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큰 득도 없으면서 또 다시 북한이 강수를 두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기왕에 여기까지 온 마당에 무기 연기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또 지금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게, 미국이 대북 제재 결의를 추진한 일본에 어느 정도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사실은 바로 양동작전을 시작한 거 아닙니까.

스티븐 보즈워스(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계속 북한에 가고 싶단 얘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 이런 애매모호한, 과도기라고 할까 냉각기가 곧 끝난다고 봐요. 북한도 미사일을 쏘기 전에도 미사일 문제로 협상할 용의가 있단 얘기를 1월에 이미 했고, 미군 유해발굴까지 할 용의가 있으니 미국과 협상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미사일을 쏜 후에도 보즈워스가 평양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건 미북 양자접촉을 하겠다는 사인을 계속 보내는 거고, 국제사회에다 대고 양자접촉이 이뤄지더라도 우리를 이상하게 보지 마라, 우리는 양자접촉을 처음부터 예고했다고 신호를 보낸 겁니다.

미국이 그렇게 간다면 우리도 남북간에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닦아 나가야 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PSI 가지고 당국간 접촉이 또 어려워지는 상황을 조성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북한한테 해가 안 된다면서? 그럼, 압박카드도 아닌 걸 뭐 하러 합니까? '글로벌 스탠더드' 어쩌고 하는데 그건 괜히 하는 소리라는 거 자기들도 알잖아요.

남북관계와 아무 관계없다고 하면서 또 남북관계를 보겠다고 했잖아요? 북한이 사실 그것 때문에 발끈했는데, 남북관계랑 관계 있다 없다 가지고 말씨름을 여러 번 했지만...이번에 정부 발표를 보니까 남북 당국간 접촉을 어떻게든 이어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당국 대화를 하고 싶으면, 반팔 입기 전에 당국대화 하고 싶으면, 6.15와 10.4에 관한 입장을 늦어도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밝혀주고, PSI도 그냥 슬그머니 내려놔서 북쪽이 당국간 대화를 기피할 명분은 없애라 이겁니다.

북한 총국 제안에 우리는 대통령이 움직이나

이번 사태에 대해 대처했던 방식에 대해서도 한 마디를 해야겠습니다. 북한의 압박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 하더니, 북한 총국에서 통보가 오니까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두 번 씩이나 사전 회의를 하고, 접촉 끝나고 나서도 한밤중에 대통령이 회의를 소집하고 그랬습니다.

좋게 보면 국민의 생명과 안위에 직결되는 문제니까, 어쨌건 사자가 토끼를 잡을 때도 갈기와 발톱을 다 세우는 것처럼 우리도 최선을 다한 걸로 볼 수 있지만, 저쪽 총국이 불러냈을 때는 그 대책은 통일부 차관 주재 하에 관계부처 실무자 회의 정도가 좋습니다.

PSI와 관련해서도 외교부는 하자는 거고, 통일부는 남북관계 생각해서 좀 봐가면서 대처하자는 건데, 이 대통령이 통일부 손을 들어줬단 말예요. 그건 대통령이 잘 한 겁니다.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또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안보 정세를 조성해 보려고 하는 통일부의 입장에 무게를 실어 줬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대통령이 '내가 결정했다'고 안 한 것도 잘 한 겁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
내가 통일부 출신이라서가 아니라...PSI는 외국에서 말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되는 겁니다. 우리 외교부도 대한민국 외교부라면 자기 앞마당의 안녕부터 챙겨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 걸 확실히 해놓고 국제고 해외고를 챙기는 것이 순서지요.

그러나 개성공단 관련 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몇 번씩 하는 건 북쪽에서 볼 때 '아, 이게 우리 총국이 한 마디만 해도 남쪽에서는 대통령까지 벌벌 떠는 구나'하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겁니다.

좀 의연하게 해야 합니다. 일희일비 하지 않고 의연하게 나가겠다고 하면서, 말은 그렇게 하고 행동은 일희일비 하면 노심초사하는 걸로 비춰질 거 아닙니까. 그건 앞으로 대북 협상을 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안 돼요. 실무자들이 할 때도.

실무자들 즉 국장선에서 할 거, 차관선에서 할 거, 장관급에서 끝낼 거, 대통령이 할 것을 차별화해서 좀 위임전결로 내려 줘라 이겁니다. 모든 걸 친재친결하려고 하지 말라 이거죠.

* '정세토크'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석좌교수)이 한반도 문제에 관해 자신의 경험과 견해를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격주에 한 번씩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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