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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공단 관련 남북접촉 제의…PSI 발표 또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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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공단 관련 남북접촉 제의…PSI 발표 또 연기

'또 한 차례 격랑 일까' 우려 속 제안 의도에 촉각

북한이 오는 21일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해 남북 당국자간 접촉을 갖자고 남측에 제의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초 19일로 예정됐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발표를 남북 접촉 이후로 연기했다.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해' 강조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8일 오전 긴급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이 오는 21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해 남북간 접촉을 갖자고 제의해 왔다"며 "북측은 (남측)당국자도 같이 올 것을 통지문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북한이 접촉을 제의한 이유에 대해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해서'라고만 답하고 구체적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현 정부 들어 군사실무회담과 (6자회담과 같은) 다자의 틀에서 회담이 있었지만 이렇게 정부 당국자를 북한으로 초청해 접촉을 제의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현재 여러 가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도를 종합하면, 북측의 개성공단 관리 기구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 16일 남측의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 팩스를 보내 접촉을 제의했다. 팩스로 온 문서에는 '중대 사안을 통지할 것이 있으니 관리위원장은 개성공단과 관련해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와 함께 21일 개성으로 오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북측의 제의에 응할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통일부 당국자를 보내 접촉에 응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북측의 제안에 의해 군 당국자간 실무접촉이 2번 있었고, 6자회담 관련 당국자의 방북도 있었지만, 남북 양자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통일부 당국자가 방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작년 3월 말 이후 남측 당국자의 방북을 차단했다.

▲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이 18일 긴급브리핑을 갖고 북측의 제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슨 얘기 할까?

북한의 접촉 제안은 현대아산 근로자 유모 씨가 북한 당국에 억류된 지 18일로 20일째를 맞고 있는 한편 정부가 PSI 전면 참여 방침을 확정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접촉에서 과연 어떤 얘기를 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은 유 씨에 대한 조사 결과와 조치 내용을 통보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김호년 대변인이 접촉 제의의 이유를 전하면서 '개성공단 사업 관련'을 강조한 것으로 볼 때 유 씨 관련 사항에만 국한되지 않고 보다 큰 틀의 중대 사항을 통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그 통보는 이명박 정부를 비난해 왔던 북측의 그간 태도로 볼 때 부정적인 것이 될 공산이 크다.

유 씨를 자국 법에 의거해 처벌할 것이고, 그의 '위법사항'에 남측 당국도 연루되어 있다는 식으로 나오면서 공단 운영과 관련한 중대 조치를 전달하는 것 등이 점쳐지고 있다.

작년 12월 개성공단 체류인원을 축소하고 통행을 제한·차단하면서 '1차적 조치'라고 했던 북한이 공단의 존립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추가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던 통일부가 언론의 보도가 나간 뒤에나 북측의 제의를 확인한 것은 접촉시 통보 내용이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작년 12월 조치의 경우 남측 당국에는 일방적인 통보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개성으로 올라오라고 한 것은 북측이 전할 내용의 무게를 반영한다는 관측도 있다.

접촉 제안 시점도 예사롭지 않다. 통보가 온 16일은 정부가 PSI 참여 발표를 두 번째로 미룬 지 하루 뒤로, '남북관계 현안에 미칠 악영향 때문에 PSI를 연기했다'는 사실이 공개됐을 때다.

따라서 이를 확인한 북한이 자신들의 대남 조치에 남측이 크게 위축됐다고 판단, 이참에 남측을 더 밀어붙여 주도권을 장악하자는 속셈으로 접촉을 제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측이 유 씨에 대한 조사결과를 전하고 남측 당국자들에게 신병을 넘긴 뒤 추방하는 '세리모니'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북도 남에 대한 기존의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려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다.

PSI 발표 또 연기…무기한? 남북 접촉 직후?

이처럼 21일 남북 접촉이 사실상 예정되면서 정부의 PSI 전면 참여 발표는 이날 세 번째로 연기됐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내일(19일) PSI 관련 발표는 없을 것"이라면서 "발표 시점과 관련해 정부 전체 차원에서 남북대화 진행 등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결정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아침 주재한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러나 "정부의 PSI 원칙 승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PSI는 국제사회의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노력으로서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므로 남북관계와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PSI 참여와 관련해 확고한 방침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문제는 정부에 맡겨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후 PSI 참여를 발표하려던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관련 의장성명을 채택한 직후(14~15일)로 발표를 미뤘다가(1차), 19일 경으로 또 다시 연기(2차)했다. 따라서 이날 연기는 세 번째가 된 셈이고 다음 발표일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중대한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한편 관련국들에도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전날까지만 해도 '19일에 발표하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걸 또 다시 번복했으니 이제 정부가 PSI와 관련해 신뢰를 상실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한 한 전문가는 "PSI 전면 참여 자체가 가장 큰 외교적 실책이기 때문에 좌고우면이건 갈팡질팡이건 PSI를 안 하면 최악은 피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된 마당에 PSI 카드를 슬그머니 내려놓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어떤 방향으로 최종 결말이 나건 이번 PSI 사태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신뢰도에 큰 상처를 준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PSI와 남북관계와는 별개"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남북대화 진행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한 외교부 당국자의 이날 발언에서 보듯,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들로 국민을 우롱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또한 PSI를 둘러싼 외교·안보 부처의 이견과 갈등을 조절하는 컨트롤타워가 작동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는 외교·안보 사안의 최종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PSI 혼란의 책임은 결국 대통령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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