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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앵커'가 월터 크롱카이트가 못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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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앵커'가 월터 크롱카이트가 못되는 까닭

[최진봉의 뷰파인더] 미국 TV 앵커들의 영향력

지난 4월 13일 문화방송(MBC) 경영진이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던 신경민 앵커를 일방적으로 교체하면서 MBC는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MBC 기자들은 신경민 앵커 교체설에 반발해 노조가 아닌 기자회 차원에서 첫 제작거부에 들어갔고, 14일부터는 앵커들도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제작 거부를 주도하고 있는 MBC 기자회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청와대가 이미 오래전부터 신경민 앵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노골적으로 교체를 요구해 왔다"고 주장했다. 만일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권의 압력에 굴복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멘트를 한 신경민 앵커를 정권 눈치보기 차원에서 교체했다는 것이 된다. 이러한 추론은 13일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엄기영 사장이 밝힌 신경민 앵커의 교체 사유를 살펴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앵커'와 '아나운서' 구분 못하는 엄기영 전 '앵커'

엄 사장은 신경민 앵커 교체 이유로 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며 신 앵커의 공정성과 균형성을 문제 삼았다. 이는 신 앵커의 뉴스 진행이 불균형, 불공정했다는 뜻으로, 신경민 앵커가 뉴스 진행 중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멘트를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엄 사장의 기준에 따르면 뉴스 앵커는 뉴스를 진행할 때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표현하면 안 되고 뉴스 원고에 있는 내용을 단순히 전달하는 일만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MBC에서 가장 오랜 기간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았던 기자 출신의 엄 사장이 앵커와 아나운서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아나운서는 뉴스 원고를 읽기만 하지만 앵커는 뉴스를 읽어 가면서 논평이나 해설을 가하고 뉴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의 보도를 엮어 가면서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 뉴스의 종합 사회자와 해설자 역할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뉴스 앵커를 아나운서 출신이 아니라 다양한 현장 취재 경험을 통해 뉴스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베테랑 기자 출신이 맡아서 하는 이유가 여기 에 있는 것이다.


▲ 월커 크롱카이트 앵커, 댄 래더 CBS 앵커, 엄기영 MBC 사장, 신경민 전 앵커. (왼쪽부터)

월터 크롱카이트와 댄 래더가 '스타 앵커'인 까닭

미국에서는 TV 뉴스 앵커를 선발할 때 취재 경력과 뉴스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신뢰도를 중요한 선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미국 CBS는 전설적인 뉴스 앵커였던 월터 크롱카이트의 후임 앵커를 선발할 때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기준을 적용했다. 첫째, 백악관 출입기자를 역임 했는가, 둘째, 해외 특파원 경력이 있는가, 셋째, 저널리스트로서 자질과 경력이 있는가, 넷째, 뉴스 취재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남겼는가, 마지막으로 텔레비전에 적합한 용모를 가지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다섯 가지 기준에 따라 선발된 새로운 댄 래더는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앵커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과해 TV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로 선발되면, 방송국 경영진이 앵커에게 TV 뉴스 프로그램을 운행하는 선장으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다. 방송국 경영진은 앵커에게 직접 뉴스를 취사선택하고 편집할 수 있는 권한과 어떤 이슈나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아무 제한 없이 개진할 수 있는 자율성이 주어진다. 즉, 미국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에게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자신의 의지대로 구성하고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앵커들은 뉴스 기획에서부터 편집, 뉴스 아이템 배열에 이르기까지 뉴스 제작의 전 과정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과 색깔이 프로그램에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미국 TV 방송국의 경영진들이 앵커에게 이처럼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이유는 앵커가 뉴스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참여하여 자신이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프로그램 제작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뉴스 아이템에 대한 이해와 지식 그리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이슈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논평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뉴스 프로그램 제작의 전 과정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권한과 뉴스 아이템에 대한 해설과 논평을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된 미국의 TV 뉴스 프로그램 앵커들은 인터뷰나 해설, 또는 주요 뉴스 아이템의 경우 현장에 직접 나가 취재, 보도를 함으로써 깊이 있는 심층 보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TV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는 단순히 뉴스 진행자의 차원을 넘어서 해설자, 비평가, 인터뷰어까지 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비판적 '클로징멘트' 했다고 앵커를 교체한다?

미국에서 앵커는 방송사의 TV 뉴스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미국의 시청자들은 뉴스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 방송국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뉴스앵커가 진행하는 뉴스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시청한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앵커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촌철살인과 같은 분석이 담긴 멘트를 즐긴다. 반면 우리나라는 뉴스 프로그램 앵커가 클로징 멘트를 하면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는 이유로 교체 대상이 되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앵커를 교체하는 것은 정권의 눈치를 보기 위해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를 제작팀이 작성한 뉴스 원고만을 읽어 내려가는 단순 노동자로 전락 시키는 몰상식한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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