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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장자연이 '안티 조선' 하려고 목숨 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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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장자연이 '안티 조선' 하려고 목숨 끊었나"

[토론회] "<조선일보>까지 '남용'하는 명예 훼손, 적절한가?"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연 '장자연 사건에서 본 국민의 알 권리와 명예 훼손' 토론회에서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조선일보사 사주의 이름이 언급된 사실을 공개한 것이 '명예 훼손'에 해당되는지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문화방송(MBC) <PD수첩> 제작진을 고소하고 누리꾼의 인터넷 활동을 제약하는데 활용되는 등 남발되는 '명예 훼손'이 적절한 처벌 조항인지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조선일보사로부터 명예 훼손으로 고소당한 이종걸 의원은 "장자연 사건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 명예 훼손의 문제가 집중적인 쟁점으로 떠올랐다"며 "형법상 명예 훼손 조항이 잘못한 사람을 적절하게 처벌하는데 필요한지 근본적 물음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명예 훼손죄, 권력의 입막음 용으로 남용"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박경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고려대학교 법대 교수)은 "'홍길동은 성 상납을 받은 바 있다'라고 말할 때는 실명을 쓸 수 없고, '홍길동은 좋은 회사의 CEO이다'라고 말할 때는 실명을 쓸 수 있다는 원리는 어느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헌법 원리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경신 소장은 "'좋은 평판' 만을 표현의 자유로 보호하는 것은 국민들이 합법적으로 얻은 진실된 정보를 공유할 자유, 즉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희생시킨다"면서 "형법 제307조 1항 '진실 적시에 따른 명예 훼손'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형법 제307조 1항 '허위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 훼손'도 허위 사실 입증 책임을 검찰에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검찰에 입증 책임을 부과하지 않을 경우 <PD수첩> 제작진 수사나 '안기부 X파일'에서 보듯 비리 고발에 대한 입막음으로 남용될 소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 형사법제과 김태우 검사는 "명예 훼손 관련 형법 규정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헌법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인격권보다 월등히 중요하고 우월한 가치가 있다는 국민적 결단과 인격권에 대한 보호 장치가 민사법상 충분하고 사회적 의사소통 문화도 성숙됐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명예 훼손죄' 폐지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조선일보>의 '언론의 자유'만큼 비판의 범위도 보장되야"

안상운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종걸 의원의 발언은 '면책특권'에 해당되며 일반 민·형사법적으로도 △공인의 공적 관심사에 대한 발언이나 보도는 원칙적으로 면책되고 △경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것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으며 △공인의 실명을 밝히는 것도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무죄"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언론사는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범위가 넓은 만큼 그에 대한 비판의 수인(受忍) 범위도 넓어야 하고 언론사는 스스로 반박할 수 있는 매체를 가지고 있으며, 한 언론사의 인격권 보장은 다른 언론사의 언론 자유를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 되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경신 교수도 이종걸, 이정희 의원 등이 '장자연 리스트'에 조선일보사 사주의 이름이 있음을 공개한 것을 놓고 "이는 '나는 이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이 특정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말이 진실이라는 근거는 이 리스트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며 이 말은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의견의 표명이라고 보아야 한다. 의견 표명은 명예 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장자연 씨가 왜 <조선일보> 사장 언급했는가 밝혀져야"

한편,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13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김대중 고문의 칼럼 '조선일보의 명예와 도덕성의 문제'를 들어 조선일보의 이중성을 공박했다. 김대중 고문은 이 칼럼에서 "('장자연 문건'은)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선일보 전체 기자·직원들의 도덕성과 명예 문제이고 조선일보 존재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진중권 교수는 "설사 밖에서 이번 일을 조선일보 전체의 도덕성과 명예를 훼손시키는 데에 활용하더라도 조선일보에서만큼은 '한 사람의 잘못이 전체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해야 상식"이라며 "하지만 지금 조선일보에서는 이 상식을 뒤집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중권 교수는 "이는 물론 고소의 주체를 조선일보 법인으로 함으로써 사주의 실명을 공식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와 관계가 있다"며 "조선일보는 이종걸, 이정희 의원을 고소할 때도 사주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조선일보라는 법인의 이름을 사용했다"고 공박했다.

그는 김대중 고문이 "명백히 규명될 때까지 우리 모두는 실명 보도를 자제하는 언론 풍토를 만들어 가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도 "<조선일보>가 언제부터 이 원칙을 지켰는지 모르겠다. 바로 얼마 전 연쇄살인범 사건이 났을 때 <조선일보>는 그 이름과 사진까지 공개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한 여인이 자신의 목숨을 버리기 전에 작성한 그 문건에 기록된 내용이 최소한 김대중 칼럼보다는 더 진실에 가깝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면 <조선일보>는 장자연 씨가 목숨을 버리기 전에 왜 허위 진술을 해야 했는지 가능한 시나리오라도 제시해야 한다. 장자연 씨가 설마 '안티조선' 운동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렸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장자연 사건은 추악한 권력의 더러운 성욕에 의해 힘없고 연약한 여인이 목숨을 빼앗긴 사건"이라며 "경찰의 수사 결과에는 '장자연 씨는 왜 자신의 글에서 조선일보 사장을 언급했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이 담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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