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콘텐츠 비즈니스'를 표방하는 '키워드가이드'는 카페나 블로그 등 '플랫폼 비즈니스' 중심의 한국 인터넷 사업 중에선 다소 독특한 편. '지식'이라는 '콘텐츠'를 내세우는 것으로는 네이버의 '지식인'이나 다음의 '신지식' 등과 비교되지만 단답형의 '질문 답변' 식이 아니라 절차를 거쳐 선정된 3명의 가이드가 먼저 하나의 키워드를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각각의 키워드가이드가 자신의 이름과 사진, 이력 등을 내걸고 '실명'으로 참여해 각 개인이 자신의 키워드로 '브랜드'화 한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또 '답변'의 신뢰도를 검증하지 않는 여타 사이트와 달리 키워드가이드는 사업자도 글의 전문성과 내용을 '리뷰'하고 광고성이거나 정치적, 종교적인 콘텐츠를 걸러내 전체 콘텐츠의 신뢰도와 수준을 관리한다는 점에서도 다른 지식 서비스와는 다르다.
'키워드 가이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근영 대표는 <프레시안플러스>의 대표이자 자신도 '명언'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는 '키워드가이드'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날마다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법> 등 책의 저자 '막시무스'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근영 대표가 말하는 '키워드가이드'에 대해 들어봤다.
▲ '키워드카이드' 사업을 시작한 이근영 프레시안플러스 대표 ⓒ프레시안 |
프레시안: '키워드 가이드'란 무엇인가?
이근영 : 특정한 주제, 즉 키워드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키워드 가이드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프레시안>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등에 자신의 실명, 사진과 함께 제공된다. '세익스피어'와 같은 학문적 주제부터 '홍대앞 맛집','폭탄주'와 같은 일상적 주제들까지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누구나 키워드 가이드가 될 수 있다.
프레시안 : 이미 '네이버'나 '다음' 등 거대 포털 들이 지식인이나 신지식 등 대규모 콘텐츠 사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키워드 가이드'를 시작하는 목적이라면?
이근영 : 목표는 단순하다. 한국에서 소통가능한 지식의 수준을 올리고 이러한 지식을 생산할 사람을 끌어내자는 거다. 오로지 '플랫폼 비즈니스' 중심인 온라인에서는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사실 다른 포털에 갈 필요가 없다. 제공하는 정보가 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카페, 블로그 등 하나같이 똑같은 플랫폼을 제공하고 같은 사람이 비슷한 내용을 채운다.
그러나 '키워드 가이드'가 새로운 지식을 생산한다면 사용자들이 여러 사이트를 찾아다녀야 할 이유, 즉 '다양성'이 생기는 것이다. 언론에 여러 개의 신문이 필요하듯 온라인 콘텐츠에도 여러가지 관점과 지식이 필요하지 않나. 예를 들어 네이버의 지식인 등에 '라디오 구성작가가 되고 싶은데요'라는 질문이 올라오면 '얼마 전에 한국PD협회에서 라디오구성작가상을 받은 심상덕 선생님이 키워드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키워드가이드에 가서 물어봐라'는 댓글이 올라오기를 기대한다.
▲ 이근영 대표는 "목표는 단순하다. 한국에서 소통가능한 지식의 수준을 올리고 이러한 지식을 생산할 사람을 끌어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
이근영 : 가장 큰 목표는 콘텐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네이버의 '지식인'서비스는 다수의 대중을 지식 생산-소비자로 끌어들인 거의 유일무이한 지식 혁명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한계도 분명히 드러났다.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통제장치가 없기 때문에 광고 목적의 질문이 올라오고 또 그러한 답이 달리고 있다. 이러한 부정확하고 신뢰도 낮은 정보가 아닌, 신뢰할 수 있고 '지식'인 정보가 필요하다.
명언 중에 '거짓말쟁이는 광장에 세우라'는 말이 있다. 광장에서 공개적으로 소통할 때 거짓과 진실이 분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이 살아온 '바이오그래피'를 걸고 하는 글에서 최소한 '헛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익명으로 글을 올릴 때보다 신중하게 작성하고 글의 '질'에도 보다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또 글이 발행된 이후에도 누가 쓴 글인지 알기 때문에 질문과 비판을 통한 교정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집단지성'과 '실명'이 배치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나는 과연 '집단지성'과 '익명'간에 논리적 연관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익명'에서 집단지성이 가능하다면 '실명'을 통해서도 집단지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지금은 일종의 '베타버전'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키워드가이드는 어떤 모습의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나?
이근영: 일단 규모상으로는 1000명 이상의 키워드가이드가 참여하고 1000개 이상의 중요 키워드가 설정되는 것을 이 서비스가 안정되는 기준으로 본다. 실제로 네이버나 야후 등의 서비스에서 검색되는 단어들을 분석해보면 상업적인 단어를 제외하면 1000여 개 정도가 온라인 사용자들이 '지식'으로서 궁금해하는 단어라고 파악된다. 이 정도면 일단 기본적인 '지식체계'로서의 수준을 갖춘다고 본다.
또 '채널'면에서는 '키워드가이드'는 콘텐츠 신디케이션 모델이기 때문에 지금 <프레시안> 홈페이지와 <코리아닷컴>에 제공되는 것처럼 모든 포털과 사이트에 제공하는 등 키워드가이드들이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채널을 다양하게 확보할 것이다. 또 각 키워드가 주제별, 카테고리 별로 정리된 '키워드가이드'의 별도의 사이트가 생길 것이고 각 가이드들이 각 지식별 추천도서 목록도 제공하고 추천 여행도 진행하고 사용자들과 컨설팅도 하고 강의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키워드가이드'의 목표는 지식을 가진 사람 천 명, 만 명의 지식생산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키워드를 통해 거대한 강사진을 만들 수 있다. '키워드가이드와 함께 하는 여행 프로그램'도 가능하고 우리는 시리즈로 책도 출판할 계획이 있다. 이러한 공동체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된다. 현실을 보면 전국에 강의실을 갖춘, 200개가 넘는 문화원이 있지만 정작 강사는 없어 알음알음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온라인 강국에서 왜 그러한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에 정보가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만약 누군가가 'UFO에 대한 강의가 듣고 싶다'고 한다면 '키워드가이드'를 보고 글을 올린 이를 강사로 초청하면 된다. '키워드가이드'는 일종의 큰 공동체, 커뮤니티가 될 것이다.
▲ 이근영 대표는 "본질적으로는 '키워드가이드'의 목표는 지식을 가진 사람 천 명, 만 명의 지식생산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 : '지식 가이드' 가이드 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갖춰야 할텐데 각 키워드가이드가 제공하는 정보의 수준을 어떻게 확보하나?
이근영: 무엇보다 신청 절차 자체가 까다롭다. 일단 신청 서류에서 요구되는 항목을 채우는 것이 만만치 않다. 신청하면 우리도 엄격한 서류심사, 전문가 심사 등을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이 절차를 통과하면 첫번째 글을 써서 발행 요청을 하고 자기 약력부터 다시 쓴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리뷰'를 시행하고 있고 대부분 분량과 내용 등의 문제로 서너번씩 반려를 한다. 현재도 400명 정도가 키워드가이드로 등록되어 있는데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100명 가랑으로 추산된다.
한 사람이 키워드가이드로 신청하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전문 심사단의 심사가 진행된다. 그 분야에 종사한 실무 경력이 있는지, 저서가 있는지, 강의 경력이 있는지 등 세 가지 객관적 경력으로 판단한다. 신청한 사람 중에는 이러한 기준이 맞지 않아 거부되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경력이 다 갖춰져 있으나 좀더 알아봐야 할 것 같은 경우에는 면접을 하기도 한다. 또 이미 글을 쓰고 있다고 해도 '지식 키워드'라는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필처럼 쓰는 사람도 있어서 재교육 차원에서 면접을 진행하기도 한다.
'키워드가이드'로 올라오는 모든 글은 충실한 '리뷰'를 하고 있다. 리뷰 인력이 해당 가이드보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맞느냐 틀리느냐'를 보는 것이 아니고, 저작권 문제에 저촉되지 않는지, 상업적인 글은 아닌지, 종교적인 글, 정치적인 글을 올리지 말라는 약관에 저촉되지 않는지 등을 검토한다. 만약 '한 달에 2번 이상' 글을 올려야 한다는 기준을 채우지 못하거나 종교적, 정치적 글을 금지하는 약관에 어긋난 것이 확인되면 키워드가이드에서 퇴출된다.
프레시안 : 하지만 일부에선 '전문가 맞느냐'는 식의 반응이 나올 수 있는데.
이근영: 물론 어떤 전문가가 글을 올려도 다른 사람들은 '니가 무슨 전문가냐'는 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구경꾼'의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올라오는 글이 문제다, 아마추어다, 틀렸다'라고 생각한다면 그에게 메일을 보내 토론을 벌이거나 그 역시 키워드가이드에 글을 올려 '진검승부'를 벌이면 된다.
▲ 이근영 대표는 "내가 너보다 많이 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설명할 시간은 없다"는 식의 태도는 "출간되지 않은 원고"와 같다고 비판했다. ⓒ프레시안 |
그리고 키워드가이드가 발전함에 따라 글의 수준도 올라갈 것으로 본다. 참여자가 늘어나면 하나의 키워드를 선택한 3명 간에도 경쟁이 일 것이고, 다른 주제의 가이드끼리도 글의 수준과 전달력 등을 두고도 경쟁이 일게 될 것이다. 지금은 전체적으로 일정한 수준이 정립되지 않고 들숙날숙한 측면이 있지만 곧 온라인에 본격적인 장이 펼쳐지면 수준도 함께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 이것이야말로 온라인의 건전한 기능에 맡겨두는 문제다. 지금의 키워드가이드 보다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언제든 참여해주길 바란다.
프레시안 : 특별히 참여하길 기대하는 그룹이 있나?
이근영 : 그런 기준은 없다. 하나의 '키워드'를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환영이다. 본래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빠르고 정확하며 수정 가능한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개방적인 지식생산 공간 아닌가. 그러나 한국의 온라인에는 '온라인 강국'다운 지식을 찾기 어렵고 단지 백과사전적인 지식이나 신뢰도 낮은 지식이 대부분이고 매우 일부분이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풀어놓고 있으나 이들은 권위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오프라인에 '소통가능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오프라인 사회에서 정보의 소비, 유통 구조는 주류 중심으로 고착화 되어 있어 이에 배제된 사람들은 정보를 생산할 방법이 없다. 또 '주류'인 이들의 정보는 극히 제한된 그룹 내에서 유통, 소비될 뿐 공개되지 않는다.
또 '키워드 가이드'는 주류든 비주류든 모두에게 '당신의 지식에 맞는 권위와 수익이라는 보상을 제공할 테니 이 공간에서 지식을 풀어놓으라'고 제안한다. '키워드가이드'는 '교수', '학자' 등의 이른바 '자격'이나 '위계 질서' 등은 내려놓고 진짜 자신이 가진 지식으로 겨뤄보는 장이다. 우리가 내세운 모토 중 '지식의 진검승부'라는 표현이 키워드가이드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 이근영 대표는 "지식의 진검승부라는 말이야 말로 '키워드가이드'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 : 키워드가이드는 콘텐츠에 따른 수익을 얻는다고 밝히고 있는데 어떤 방식인가?
이근영 : 키워드 가이드가 작성한 모든 페이지에는 콘텍스트 광고가 실리게 되고 가이드는 콘텍스트 광고 수입의 일부를 받게 된다. 또 프레시안이 진행하는 강연, 문화여행, 공동구매, 콘텐츠 판매 등에 참여하게 되어 수입을 받게 된다. '키워드가이드'로 받는 수익이 책을 써서 받게 되는 수익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지금의 출판시장에서 책은 한 달내에 팔리지 않으면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지만 키워드가이드는 그 콘텐츠가 클릭될 때마다 수익이 늘어난다. 또 콘텍스트 광고는 '적합도'가 굉장히 중요한데 키워드가이드는 키워드 자체가 광고 매칭이 되는 단어들이기에 단가도 높으리라 본다.
그런데 실제로 키워드가이드에 찾아오는 이들 중에 '수익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블로그도 해보지 않은 사람, 온라인에 글이라고는 올려보지 않은 사람도 많다. 대신 '내 지식에 맞는 대접을 받고 싶다', '가치 없는 인신공격 등이 없는 곳에서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싶다'는 이들이 많다. 자신의 지식에 맞게 대접해준다는 것도 중요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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