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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다시 비확산 전문가들의 판을 만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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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은 다시 비확산 전문가들의 판을 만들면 안 된다"

[인터뷰] 백학순 박사 "北, 오바마의 진정성을 믿어 보라"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을 만나 북한의 로켓 발사 후 워싱턴의 분위기를 들어 봤다. 그는 이번 사태를 전후로 워싱턴 조야의 지인들 및 소식통들과의 의견 교환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관련한 흐름을 면밀히 점검했다.

백학순 박사의 결론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실제 완료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아직은 새로운 정책이 공식 천명되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 발사를 겪으면서 일종의 혼란과 좌절이 워싱턴에 있고 △북한의 6자회담 지속과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으며 △따라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클린턴과 부시의 방식을 각각 선호하고 지지하는 세력들 사이에 충돌이 다시 일어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목표는 확고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그는 북핵문제를 다루는 미 행정부 내, 그리고 정책커뮤니티의 성향이 다른 두 세력의 관계와 경쟁에 대해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를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 클린턴 국무장관과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적 리더십'과 군사과학기술적 요소를 중시하는 '비확산 전문가 그룹' 사이의 경쟁의 양상이 있다는 것인데, 북한의 로켓 발사는 일단 전자를 곤혹스럽게 하고 후자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힐러리 장관이 비확산 전문가들에게 주도권을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도 그러한 상황 전개가 자신들에게 결코 이롭지 않고 부시 시절을 되풀이할 뿐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10일 세종연구소에서 있었던 인터뷰 전문이다.

▲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프레시안

프레시안 :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워싱턴의 분위기는 어떤가?

백학순 수석연구위원 : 내가 이해하는 미국 사람들의 반응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6자회담이 조속히 열려야 하는데 로켓 문제가 갑자기 등장해 핵문제를 다루는 회담이 밀리게 됐구나 하는 좌절감 같은 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과연 북한이 6자회담을 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의구심이다. 특히 로켓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를 시작만 해도 6자회담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북한이 미리 강하게 얘기하는 걸 보고, 북핵을 없애기 위한 6자회담을 좌절시키기 위한 포석을 놓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셋째, 로켓 발사는 미국과의 협상 카드라는 의미와 더불어 북한의 국내정치적인 이유, 심지어 후계정치 때문에 나왔다고 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하다면 회담을 해도 핵이나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이 얻을 건 없다고 보는 시각까지도 있다. 이러한 시각을 중심으로 심지어 부시 행정부처럼은 아니지만 역시 압력을 행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북한을 분석하는 입장에서 보면 후계정치와 로켓 발사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다. 북한에게 핵이나 미사일 문제는 군사안보적 이익과 국내정치적 이익과 관련돼 있긴 하지만, 6.25전쟁 이후 북미 양국 간에 대결적 구조가 지속되어 온 상황에서 소련붕괴 이후 자신의 '대외생존의 틀'을 짜는데 있어서 사용해온 대미카드로서 김정일 자신이 장악하면서 일관성있는 전략을 가지고 나아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다소 비관적인 분위기가 늘어났다는 말로 들린다.

백학순 : 오바마대통령 당선 전후의 시기에 북한 정부 인사들과 얘기했던 미국 조야의 인사들은 한결같이 '혹시라도 오바마를 시험하지 말라. 특히 초기에 북한이 너무 강하게 나오면 이는 오바마가 자신의 정책을 시작하기도 전에 오바마를 흔들게 되는 거니까 오바마를 믿고 기다려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로켓을 발사해 버렸다. 그러다 보니 워싱턴은 좌절을 느끼게 됐고, 일부에서는 비관적인 분위기도 흐르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대통령 선거 기간, 특히 현직 대통령이 레임덕이 되는 선거 중반 이후부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이제 새로운 대통령이 새로운 장관들과 고위관료들을 임명해 정책 검토를 거쳐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하기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엄격히 말하여 미국의 '대북정책의 부재'의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운신 폭(free hand)을 넓게 가져갈 수 있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북한은 그 기회를 틈타 말하자면 앞으로 올 미국과의 협상에 대비하여 미사일 카드를 하나 더 구비할 목적으로 로켓 발사를 해 버린 것이다.

물론 북한이 로켓 발사 자체를 안 하는 게 최선이었겠지만,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발표되기 전에 로켓 발사가 이뤄져서, 다소 어패가 있는 표현이지만, 오바마 행정부에게는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점이다.

만약에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발표된 뒤에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면, 이는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행위를 한 셈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진행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한 상황에서 만일 오바마 정부의 대북관계가 '대화'가 아닌 '대결'로 시작된다면,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부시의 그것을 지속시키는 것이고, 결국은 북핵문제의 해결이 요원해진다는 뜻이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오바마의 정책 목표가 달성되지 못하는 실패를 의미할 것이다.

위와 같은 의미에서, 그나마 공식 정책이 발표되기 전에 로켓이 발사됐기 때문에 분위기가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당분간은 냉각되고, 또 정책 검토를 마무리하는 중에 다소 논란이 있겠지만, 오바마가 북한의 '완벽한 비핵화'를 위한 정책을 시작하는 데는 그래도 '덜 치명적'이라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 힐러리 국무장관관 보즈워스 특별대표, 성김 6자회담 특사(오른쪽부터) ⓒ연합뉴스

프레시안 : 오바마정부의 대북정책은 결국 어떻게 갈 것으로 보는가?

백학순 : 중요한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 목표'가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냐, 아니면 그저 북한의 핵, 미사일 관련 물질과 기술, 노하우의 이전을 방지하면서 '비확산만 추구'하는 것이냐.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의 정책목표에 따라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이 구비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볼 때,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쓸 수 있는 정책은 단 하나다. 진지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포괄적인 주고받기로 해결하는 것. 제1차 북핵 위기를 해결한 1994년 제네바기본합의의 경험이 있고, 2차 북핵위기에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이 있다. 비핵화가 목표라면 6자회담을 열어서 그렇게 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비핵화를 포기하고 확산방지가 목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유엔안보리 제재 강화 같은 것을 채택할 할 수 있다.

혹시라도 이러한 제재를 하면서 북한과 진지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역사적 경험에 반하는 비현실적인 것이다. 이는 북한을 잘 모르는 부시 정부의 경우에나 생각했던 것이다. 그 결과는 완전한 비핵화 달성의 실패 아니었던가.

오마바 대통령이 최근 프라하에서 한 연설을 보면 '핵 없는 세상'을 다시 강조하고, CTBT(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의 비준을 즉각적, 적극적으로 추구하겠다고 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천명해 온 대북정책의 목표는 물론 완전한 비핵화다.

그런데 현재 대북정책을 다루는 미 행정부 내, 그리고 정책커뮤니티에서 성향이 다른 두 세력이 경쟁에 있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이 완전한 실패였고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북 포용정책을 추구하겠다는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새로운 정책을 내어 놓기 위해 대북정책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켓 발사가 이루어져 일종의 혼란과 좌절감이 느껴지는 현 시점에서 이 두 세력의 경쟁은 우리의 관심과 우려를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오바마 행정부 내에는 한편으로는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적 리더십'과 다른 한편으로 군사과학기술적 요소를 중시하여 과학기술적 완벽성을 추구하는 '비확산 전문가 그룹'이 있다.

그런데 북한의 이번 인공위성 로켓 발사는 전자를 곤혹스럽게 하고 후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워싱턴에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위의 비확산 레짐 전문가 그룹을 지지하고 이용하려는 예전의 네코온과 대북 강경파 그룹이이 자리 잡고 있다.

북핵문제는 군사과학기술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북미 양국간 냉전적 대결구조에서 생겨난 '정치적', '역사적' 성격을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서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정치리더십'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대북정책 검토과정에서 그 동안 부시 정부 하에서 군사과학기술적 문제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목소리가 커져 있는 비확산 레짐 전문가 그룹의 영향력 감소가 필요하다.

부시 시절에는 '악의 축', '정권교체' 같은 이념과잉으로 인해 비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정책적 무능력에 빠짐으로써 정치적 리더십은 실종되고 실제 남은 것은 비확산 레짐 전문가들의 힘과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결국 부시 대통령이 물러나기 전에 뭔가 공적을 이루어 내고 싶었지만, 큰 틀에서 포괄적 주고받기를 결단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했기 때문에 샘플링(영변 핵시설 시료채취) 같은, 어찌 보면 나중에 충분히 완벽성을 갖춰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에 걸려 진전을 이룰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클린턴 국무장관과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오바마 대통령을 보좌해 대통령이 최고위에서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따라 협상가들이 협상하되, 그 과정에서 핵신고, 핵사찰, 시료채취 등의 문제에서 군사안보적, 과학기술적 완벽성을 추구하기 위해 비확산 레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정치적 리더십을 구축하고 나서 북미 양자협상에 나서고, 6자회담을 개최하는 수순이 이뤄져야 한다.

오바마는 현재 러시아와 전략무기감축협상(START) 문제 및 폴란드와 체코에 구축하기로 한 미사일방어(MD) 문제 논의 시작, 이란, 터키, 팔레스타인,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에 대한 새로운 접근, 이라크 철군 계획 실천, 유럽과의 관계회복, 쿠바에 대한 접근 등 모든 국제관계에서 선거운동 때 약속한 전향적인 약속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비록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로 오바마정부는 대북정책에서 일종의 냉각기를 갖지 않을 수 없겠지만, 위에서 보여준 그의 전향적인 행보, 즉 미국의 핵심적인 안보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 자신이 리더십을 확립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새로운 방향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은 북한과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은 틀림없다.

지금 현실적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을 책임지고 구상하는 인사는 보즈워스 특별대표이며, 그는 바로 그 목적으로 그 직에 임명되었다. 그리고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은 물론 워싱턴 조야의 존경과 신망을 받고 있는 인사다.

그리고 무엇보다는 그는 과거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이 옳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가 미국의 최우선적인 정책목표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북한의 로켓 발사 와중에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개최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었다.

프레시안 : 우리 정부의 PSI 전면 참여에 대한 평가는?

백학순 : 우리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참가국이고, 경제에너지 지원 실무그룹 의장국으로 북핵 해결에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정한 공헌을 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로켓 발사 후 우리정부는 PSI에 전면 참여를 결정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경정의 파괴적, 부정적인 전망에 대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미국과 우리의 정책목표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인데, 위에서 이미 설명했지만, 우리 정부가 현실적으로 비핵화 달성의 정책수단이 되지못하고 비확산의 정책수단에 불과한 PSI를 정책수단으로 쓰는 건 맞지 않다.

미국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대북정책의 목표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확산방지라면 모르겠지만, 속으로는 조금 복잡하게 생각될 것이다. PSI가 명목적으로는 북한뿐만 아니라 이란 등 다른 지역에도 포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겉으로는 짐짓 환영하겠지만 말이다. 무엇보다도 PSI 전면 참여에 대한 가장 핵심 질문은 '이걸 하면 북핵 해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에 도움이 되는가?'인데, 대답은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이다.

또 남북관계가 이미 파탄난 상태지만 PSI를 하면 이제는 정말 개선의 여지마저 없어지게 될 것이다. 특히 북한은 남북해운합의를 파기할 것이다. 개성공단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마당에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것이다. 해운합의가 파기되면 남북 연안에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의 위협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해운합의는 간단히 말해 그것을 막자고 만든 것이다. 남북해운합의까지 깨지면, 당장 NLL(북방한계선) 부근 서해가 그만큼 더 위험지역이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요사이 'PSI는 북한만을 타깃으로 하는 게 아니고 이란 등 다른 지역을 포함한 전세계를 대상으로 국제사회가 함께 하는 거니까 당연히 국제협력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PSI는 북한과 이란을 타깃으로 한 것이다. PSI 초기에는 특히 북한을 타깃으로 했다는 건 PSI를 만들었던 미국정부의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같은 사람들이 이미 다 밝힌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럼 우리 정부는 뭘 해야 하나?

백학순 : 당장 남북관계 긴장완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특히 서해상에서 NLL 관련 충돌 가능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로켓 발사 직후에 주식, 환율이 출렁거리지 않았던 걸 보고 남북 간의 긴장과 서해상 위험도 디스카운트하는 분위기인데 그건 곤란하다.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나 장거리 미사일 문제는, 우리가 느끼는 안보위협을 증대시키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북미관계에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경제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지금은 정책 검토 기간이고 냉각기에 빠졌지만 곧 포용정책 쪽으로 구체적인 모습을 띨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자신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자신의 핵심적인 안보이익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남북관계의 악화와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이 별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우리에게 보내 온 것으로 보인다.

동맹국인 한국을 따돌리고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것은 미국도 부담이다. 따라서 한국이 알아서 북한과 대화도 하고 관계를 진전시키면 자신의 대북 포용정책과 남한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이 같이 갈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되고 있지 못한 데 대해 미국이 불편해하는 정황은 충분하다.

얼마 전 힐러리 클린턴와 보즈워스가 모두 한국에 왔다가 떠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과거 정책에 대한 좋은 기억을 얘기하고, 보스워스가 '북한에 과잉반응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아서 브라운 전 CIA 동아시아 책임자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정책을 바꾸라'고 노골적으로 말한 것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당선 직후 그 캠프 사람들 중의 어떤 이가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을 '재앙'(disaster)이라고 개인적으로 표현하였던 적이 있었는데, 여전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 모든 상황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걸 미국이 강조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대북정책을 유지하면 남북 간의 긴장이 점점 고조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미관계에서도 분명 알력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는 김영삼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고들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가.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북한도 좀 참고 기다릴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백학순 : 북한은 첫째, 오바마의 정책은 부시와 다르다는 걸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오바마가 세계 각지에서 하는 정책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그런데 북한은 3월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거절했다. 물론 보즈워스의 방문을 수용했다면 북한도 자신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새로 미국의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인사에게 '인공위성 로켓을 쏘겠다'고 말하기도 부담이 되었을 것이었기 때문에 방북을 거절한 건 나름대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오바마가 진정성을 가지고 있고, 그 목표는 명확한 비핵화라는 걸 북한은 이해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최상의 국가목표는 21세기에 있어서의 '생존'과 '번영' 아닌가.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는 핵심이 북미관계 개선이고, 결국 직접대화를 통해 포괄적인 주고받기로 관계정상화와 안전보장, 경제에너지 지원 같은 걸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또 그렇게 되어야 북한 자신이 그처럼 중시하는 6.25 종전과 북미 간 군사협상과 또 그것을 통한 완전한 안보위협의 해소가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9.19 공동성명에 따라 만들어진 6자회담에 설치되어 있는 실무그룹 5개의 명칭과 내용이 바로 북한이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미국 및 6자회담 참여국들과 상호 교환해야 할 아이템들 아닌가. 그래야 자신의 '21세기 생존과 번영의 전략'이 이행되는 것 아닌가.

북한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오바마정부를 자신의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북한은 핵과 마시일이란 건 자신의 국가이익인 '21세기 생존과 번영'을 달성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서 오바마정부를 정책파트너로 삼고 나아가야 한다. 더 이상 추가적인 도발적 행동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좌절시켜서는 안 된다.

워싱턴에서 정치적 리더십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술관료인 비확산 전문가들에게 다시 힘을 실어 주는 것은 좋지 않으며, 북미 양자대화와 6자회담 개최에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된다.

북한의 성숙된 전략적 행동은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에 희망을 줄 것이며, 이는 북한 자신은 물론 우리와 6자회담 참여국들, 그리고 국제사회가 모두 '윈윈'하고 공통의 이익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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